▲ 뉴욕 시 브루클린 주에 있는 리디머교회는 건물이 곧 헐릴 예정이다. 2014년 교회 건물을 사들인 부동산 투자 회사는 건물을 헐고 상업 용도로 전환할 것이라고 했다. (구글 스트리트뷰 갈무리)

유럽에서 기독교가 감소세를 보인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교인 수가 줄어들면 교회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돈이 확보되지 않는다. 교단은 자력으로 유지할 수 없는 교회를 매각하는데, 주인이 바뀐 교회 건물은 술집이나 서커스 공연장으로 바뀌기도 한다. (관련 기사: 문 닫는 유럽 교회들, 단지 남의 일일까?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7월 19일, 한 교회 건물이 사라지게 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작년, 뉴욕 시의 부동산 투자 회사 잭슨그룹은 브루클린 주에 있는 리디머교회(The Church of Redeemer)를 사들였다. 교회는 약 233억 원이라는 큰돈에 팔렸다. 교회 인근에는 미 프로농구 팀 브루클린네츠가 홈구장으로 쓰는 바클레이센터가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잭슨그룹이 바클레이센터 주변에 일고 있는 개발 붐을 노리고 교회 건물을 샀을 것이라고 전했다. 

리디머교회는 148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교회는 오랫동안 많은 교인들의 사랑을 받았고 건축사적인 면에서도 보존 가치가 높았다. 패트릭 킬리(Patrick Keely)는 600여 개의 가톨릭 예배당을 지었던 건축가로 유명하다. 그가 설계한 개신교 예배당은 몇 개 없는데 리디머교회는 그중 하나다. 미국성공회는 남북전쟁이 끝난 후 영국에서 넘어오는 이민자들을 위해 이 교회를 지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메이카·안티구아·바베이도스 등 캐리비안 연안 출신의 이민자들도 이 교회를 찾았다. 

유서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2012년 여름, 이미 교회는 해산됐다. 교회가 문을 닫은 1차적인 이유는 교회에 더 이상 교인이 없다는 것이었다. 교인들의 평균 연령은 점점 높아졌고, 젊은이들은 더 이상 리디머교회를 찾지 않았다. 

건물이 오래됐기 때문에 제기된 안전 문제도 교회 문을 닫은 이유 중 하나였다.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교회를 보수해야 하는데 보수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롱아일랜드 교구의 로렌스 프로벤자노(Lawrence Provenzano) 주교는 "건물이 많이 낡았다. 교회 건물을 계속 유지하고 싶으면 리모델링을 해야 했는데 약 46억 원의 예산이 필요했다. 하지만 교인 수가 적은 리디머교회와 교구는 그만한 재정이 없다. 안전상의 이유로 어쩔 수 없이 교회 폐쇄를 명령했다"고 말했다. 

미국성공회 소속 교회가 사라지는 것은 리디머교회의 경우만이 아니다. 지난 10년 동안 브루클린이 속한 롱아일랜드 교구에서만 벌써 5개의 성공회 교회가 사라졌다. 브루클린과 퀸즈 지역은 성공회의 영향력이 감소하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영국과 영국의 지배를 받았던 나라에서 오는 이민자들이 감소한 것도 한몫했다.

교회들이 사라지면 그동안 교회가 해 오던 사역도 함께 없어진다. 리디머교회는 2012년 교회가 해체되기 전까지만 해도 작은 규모로 봉사 활동을 했다. 매월 둘째·넷째 주 토요일 노숙인들에게 식사를 대접했다. 방과 후 활동을 통해 저소득층 아이들을 돌보기도 했다. 

교인들도 아쉬워하는 것은 당연하다. 모국을 떠나 미국이라는 나라에 정착한 이민자들에게 리디머교회는 '또 다른 고향'이었다. 교인이었던 다이안 듀크(Dian Duke)는 "교회를 떠나는 것은 가슴이 무너지는 일이다. 우리의 피난처였고 우리는 이곳을 사랑했다"고 밝혔다. 리디머교회를 다녔던 교인들은 지역 내 성공회 교회 두 곳으로 흩어져 신앙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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