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과 통합(예장통합)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교단이다. 규모가 커서 그런지 말도 많고 탈도 많다. 특히 예장합동의 경우, 굵직굵직한 목회자들의 탈선으로 체면이 말이 아니다. 성범죄, 논문 표절, 교회 세습 등 물의를 일으켜 세간에 알려진 목사 중 절반 이상은 예장합동 출신일 것이다.

뜻있는 예장합동의 목사·장로들은 교단 차원에서 '목회자 윤리 강령'을 제정하려고 했다. 목사의 성 문제나, 표절, 세습 등을 어떻게든 막아 보려 한 것이다. 교단 헌법으로 만들면 강제력이 있어 좀 더 영향이 크겠지만, 법까지 바꾸는 것은 아직까지 역량 미달이다. 그런데 구속력 없는 강령 정도로 만드는 것도 역부족이었다. 예장합동은 2011년 96회부터 2013년 98회 총회까지 3년간 목회자 윤리 강령 제정 여부를 논의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관련 기사: [총회29] 목회자 윤리 강령 채택, 3년째 무산)

예장합동은 결국 아무런 조치도 못했지만, 예장통합은 어떨까. 예장통합 사회봉사부와 목회자윤리지침제정위원회(제정위·이홍술 위원장)는 7월 21일 연지동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공청회를 열고, '목회자 윤리 지침(안)'을 발표했다. 이들은 이 지침을 통해 땅에 떨어진 교회와 목회자의 윤리 의식을 회복하고, 대사회 신뢰도를 회복하겠다고 했다.

예장통합이 목회자 윤리 문제를 논의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2012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교단 소속 한 목회자가 설교 도중 "여름만 되면 여자들이 옷을 못 벗어 환장한다", "하와가 사과 2개를 몰래 먹었는데 씨앗이 가슴이 됐다" 등의 발언을 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이 목사의 발언에 대해 제재를 가했고, 이 내용이 주요 언론에까지 보도되며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았다.

이 문제 이후, 교단은 2013년 9월 98회 총회에서 목회자 윤리 지침을 제정하도록 했다. 제정위는 2014년 3월 첫 회의를 시작으로 2015년 5월까지 1년 2개월의 연구와 회의를 거쳐 이번 목회자 윤리 지침안을 발표했다.

이번 지침의 세부적인 내용에는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 몇 개 있다. A4 용지 11쪽에 달하는 목회자 윤리 지침안은 목회자 '개인 윤리', '가정 윤리', '지교회 목회 윤리', '거룩한 공교회 지체로서의 윤리', '지역사회와 세계에 대한 윤리' 등 총 5개의 강령과 세부 지침으로 구성됐다.

개인 윤리 부분에는 △나는 설교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부정직한 행위인 표절을 거부한다 △나는 부정의한 방법과 수단으로 학력을 위조하거나 취득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목회자의 성 윤리도 포함됐다. △나는 자신의 성적 자아에 대해 바르게 이해하고, 회중이 나에 대해 성적 감정을 갖고 있거나, 반대로 내가 회중을 상대로 성적 감정을 갖고 있을 때 바르게 대처한다 △나는 성적 타락과 폭력 방지에 대한 교단의 교육과 상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동시에 교회 내 사역자 관계 안에서 성희롱이나 성적 남용 및 부정행위를 예방하고 근절하기 위한 교육을 한다. 제정위 위원으로 참여한 장로회신학대학교(장신대) 김은혜 교수는 "목회자의 성 문제에서 윤리 지침안이 시작된 만큼, 특별히 목회자의 성 윤리에 관해 많은 내용을 담았다"고 했다.

교회 세습 문제 등 은퇴 후의 목회 활동과 관련한 지침도 마련했다. △나는 은퇴를 하거나 사임을 한 후에는 후임자의 사역에 관여하지 않는다 △나는 목회 현장을 가족에게 세습하지 않겠으며, 은퇴와 동시에 지교회의 문제에 관여하지 않는다.

제정위가 연구하고 발표한 지침에 대해 장신대 고재길 교수(윤리학)와 홍성호 목사(순천제일교회)가 논찬했다. 고 교수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의 설문 조사 결과를 예로 들어, 이미 개신교가 한국사회의 신뢰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지침을 오는 9월 100회 총회에서 가결해, 실제적인 행동 강령으로서 작동하는 데까지 가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만이 사회적 신뢰 회복은 물론이고 타 교단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교회사적으로도 중요한 의의를 지니는 사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홍성호 목사는 신학교 현장에서 이런 내용을 가르치는 시간을 따로 만드는 등, 신학생 때부터 구체적인 윤리 의식을 정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정위는 서면을 통해 교단 내부의 의견을 수렴해 이번 지침안을 만들었다고 했다. 제정위가 이날 준비한 교계 목회자들의 '문서 코멘트' 시간에는, 림인식 원로목사(노량진교회)를 비롯한 교계 원로들의 의견을 볼 수 있었다. 림 목사는 "지침서 내용은 좋지만 이대로만 해 두면 아무 곳에도 쓰지 않는 사문서가 되어 버릴 수 있다. 내용이 너무 길어 잘 보지 않을 수 있으니 짧게 요약하고, 목사고시 때 외우게 하는 등의 실제적 조치도 필요할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그밖에도 의견을 보내 온 교단 목회자들은 △임직식 때 과도하게 헌금하는 문화 거부 △호화로운 차량 구입 제한 등의 내용도 담긴, 좀 더 실제적인 내용도 넣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제정위 서기 박용권 목사는, '내용만 좋고 실제 실행과 제재 방안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우려도 인지하고 있으며 대응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박 목사는 이 강령이 실제적이고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방안을 몇 가지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회 재판국 위원들로 구성된 목회자윤리위원회를 만들어 재판을 받을 때 윤리 지침을 위배했는지를 심사하는 방안 △이 지침을 교단 헌법에 넣고 이를 어기면 헌법 위배에 따라 치리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일단 제정위는 이번 공청회에서 수렴된 의견을 종합해 지침안을 더 가다듬겠다고 했다. 그 후 총회 임원회에 보고하고, 오는 9월 총회에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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