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6일, '멘토와 함께하는 설교 학교' 특강이 서울 용산구 청파교회(김기석 목사)에서 열렸습니다. 설교 학교 1·2학기를 마치고 3학기를 준비하는 중 특별히 마련된 순서였습니다. 미주 목회멘토링사역원 원장이자 와싱톤한인교회에서 목회하는 김영봉 목사가 강의했습니다.

김영봉 목사는 신약성서 연구로 철학 박사 학위를 받고, 1992년부터 10년간 한국 협성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학자입니다. <바늘귀를 통과한 부자>·<사귐의 기도>·<팔레스타인을 걷다>(IVP) 등 유명 신앙 서적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이번 특강은 이제껏 개설된 설교 학교 중 가장 규모가 컸습니다. 200여 명의 참가자들은 다양한 연령대를 이루고 있었고, 간혹 여성 목회자도 눈에 띄었습니다. 참석자들은 일찍부터 청파교회 본당에 자리를 잡고 강의를 기다렸습니다.

박수를 받고 올라온 김영봉 목사는 차분한 목소리로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김 목사는 어떻게 하면 바른 설교, 동시대를 사는 사람의 마음을 읽는 설교를 할 수 있을지 이야기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금부터 김영봉 목사가 말하는 '바른 설교를 준비하는 법'을 나눠 보겠습니다.

▲ 7월 16일 서울시 용산구 청파교회(김기석 목사)에서 '멘토와 함께하는 설교 학교' 특강이 열렸습니다. 강사 김영봉 목사(와싱톤한인교회)는 설교 본문 선택에서 묵상, 설교문 작성법까지 꼼꼼하게 강의했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엄태현

좋은 설교는 책상에서부터…계시와 영감은 꾸준히 노력하는 자에게

김영봉 목사는 우선 '본문 연구와 묵상'을 주제로, 설교 본문을 선정하는 것부터 선정한 본문을 어떤 방법으로 묵상해야 하는지 이야기했습니다. 

우선 그는, 설교자가 성경 본문을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시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자기가 말하려고 하는 내용을 뒷받침하기 위해 성경 본문을 사용하는 행위를 경계했습니다. 자기가 말하고 싶은 것을 성경 본문으로 대체하는 것은 강단의 권위를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김 목사는 본문을 선정했으면 '초견'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합니다. '초견'은 선택한 본문을 여러 차례 읽고 관련 지식을 공부하는 작업입니다. 이는 성서 구절이 내포한 기본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기도 합니다.

"요한1서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우선 이 본문을 여러 번 읽습니다. 본문을 낯설게 보기 위해 서너 개의 번역본을 대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죠. 같은 부분이라도 어떤 맥락으로 본문을 이해하느냐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지식이 다른 법입니다. 문학·역사·신학적으로 해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지루할 수 있지만 본문의 확실한 이해를 위해 꼭 필요한 작업입니다. 좋은 설교는 기도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책상에서부터 시작합니다."

▲ 참석자들은 청파교회 본당을 가득 메웠습니다. 간혹 여성 목회자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참석자들은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이었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엄태현

김 목사는 다음 단계로 '묵상'을 제시했습니다. 본문의 내용을 충분히 숙지했으면 이제 조용히 묵상해야 할 차례입니다. 그는 이 과정이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했습니다. 하나님의 계시와 영감은 어느 순간에 임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노력하는 자에게 오기 때문입니다. 

처음 묵상을 시작할 때 주제가 산만하게 느껴지면 딱 한 가지 주제만 선정하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말씀을 듣게 될 회중을 생각하면 주제를 찾는 작업이 더 쉬울 것이라고 했습니다. 자신의 경험으로 볼 때, 지금 이 시점에 이 말씀이 왜 교인들에게 선포될 필요가 있는가를 고민하다 보면 주제가 더 명확해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묵상에 어려움을 느낄 때는 주변의 도움을 받으라고 합니다. 교인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거나, 책을 읽는 것으로도 새로운 시각이 생길 수 있지만, 한 가지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고 합니다.

"깊은 묵상에 어려움을 느끼는 목회자들은 '인터넷'을 찾습니다. 요즘은 인터넷 검색창에 성경 본문만 넣으면 해석과 설교까지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유익한 면도 있기는 합니다만, '설교 표절'의 문제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깊은 묵상 없이 다른 사람이 이미 써 놓은 정보만 접하다 보면, 내가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지 못하게 됩니다." 

'표적 설교'는 목회자만 손해보는 일

본문을 선정하고 공부를 마쳤습니다. 깊은 묵상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도 파악했다면, 이제는 이 재료를 가지고 '설교'라는 음식을 만들 차례입니다. 아무리 영양가가 높은 음식이라고 해도, 먹는 사람이 쉽게 먹을 수 없게 투박한 모습을 하고 있다면 어떨까요. 좋은 설교도 마찬가지입니다. 설교문 작성에 공을 들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김영봉 목사는 설교문을 미리 원고로 작성하는 것을 추천했습니다. 생각한 것을 글로 옮기다 보면 두루뭉술했던 개념이 명확하게 정리되기 때문입니다. 즉흥적인 말로 실언을 방지할 수도 있고,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말하는 것을 피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 김영봉 목사는 '표적 설교'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표적 설교는 백해무익한 것이라며 설교자가 강단의 권위를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엄태현

설교할 때 주의해야 할 점도 잊지 않았습니다. 그는 '표적 설교'만큼은 목회자가 꼭 피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특정한 누군가를 대상으로 하는 설교가 백해무익한 것은, 설교자가 강단의 권위를 자기 손으로 훼손하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설교를 들은 모든 교인이 '아, 이건 나를 위한 설교구나'라고 느끼게 해야 제대로 된 설교입니다. 누군가를 염두에 두고 그 사람의 입장을 공격하기 위해 설교하면 안 됩니다. 교인들이 '우리 목사님은 설교를 통해서 자기 주장을 하는구나'라고 생각하면 목회자의 신뢰는 급격하게 추락하기 때문이죠."

강의를 마치며 김 목사는 딱 두 가지만 기억해 달라고 했습니다. 바로 '본문'과 '회중'입니다. 좋은 설교란, 본문을 설교자의 시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본문 자체가 내포한 의미를 최대한 드러나게 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언제나 설교 듣는 회중을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라고 부탁했습니다.

강의 후에는 참석자의 질문에 김영봉 목사가 답하는 순서도 있었습니다. 대전에서 온 한 참석자는, 김 목사가 묵상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독서를 꼽았는데, 김 목사는 어떤 책을 읽는지 궁금하다고 했습니다. 여기에 김 목사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엄태현

"저는 꼭 성경이나 신앙 서적에 국한된 책 읽기를 하지 않습니다. 무엇을 읽든지 자기 안에서 영적으로 소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평소 독서 생활을 잘 유지하는 게 중요한데요. 설교자들의 독서에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우선 독서 범위가 너무 좁습니다. 간증집 같은, 두세 시간이면 독파할 수 있고, 꼼꼼히 읽지 않아도 되는 종류의 책을 선호합니다. 신앙 영역에만 국한되는 독서가 가장 큰 문제입니다. 

또 한 가지 문제점은 예화를 찾기 위해 독서하는 경우입니다. 독서는 내 자신의 성장을 위해 하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 설교에 쓰이지 않더라도, 시야를 넓히고 생각을 깊게 해 주는 힘든 독서를 하는 게 좋습니다. 시간이 없어서 못 하는 것이 아닙니다. 뜻이 있다면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해야 합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김종희 대표)에서 주관하는 '멘토와 함께하는 설교 학교'는 이제 3학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3학기는 오는 9월에 시작합니다. 김기석(청파교회)·정용섭(대구샘터교회)·박은조(은혜샘물교회)·최철호(아름다운마을공동체) 목사가 강사로 나섭니다. 자세한 일정은 목회멘토링사역원으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070-8766-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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