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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결혼·개인 삶' 선호, '여전한' 한국교회 책 읽기

2015 상반기 교보문고 베스트셀러로 살펴보는 개신교 출판

허영진   기사승인 2015.06.23  23: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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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하네."

오래간만에 만난 지인에게 전하는 흔한 인사말이다. '여전하다'는 말은 변치 않았다는 의미다. '변치 않는다'는 말은 그 존재의 지향점이 어떠한가에 따라서 뉘앙스가 상당히 달라진다. 상반기 종교계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고 있으면 개신교 출판계 동향이 "여전하네"라는 말로 점철된다.

   
▲ 교보문고 2015년 상반기 베스트셀러 - 종교 부문.

1. 종교 분야 베스트셀러, '법륜'

최근 수년간 종교계에서 가장 큰 활약을 보여 주는 저자는 정토회 법륜 스님이다. 그는 작년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종교 분야 베스트 1~3위를 차지하였다. 뿐만 아니다. 상반기 베스트셀러 상위 200위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시·에세이 분야로 분류된 고 법정 스님과 최인호 작가의 대담집이자 종교 간 대화인 <꽃잎이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네>를 빼면 종교 분야 책은 법륜의 법문 세 권이 전부다. 법륜 스님은 <힐링 캠프>에 출연하고 전국 단위 대중 법회를 주최하면서 대중에게 종교 멘토로 확고히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그 힘이 책 판매로 이어지고 있다.

재작년과 작년에 혜민 스님의 인기와 더불어 불교계 저자들이 큰 주목을 받았지만 일시적인 유행 이상의 흐름을 만들지는 못했다. 불교계 역시 파워 저자 '법륜'으로 수렴되고 있다. 불교 쪽도 대중 저자 풀 확대와 저술가를 양성하는 일에 더욱 힘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개신교계에도 똑같이 주어진 숙제다.

2. <왕의 재정>, 트렌디한 마케팅, 논쟁적인 내용

법륜의 두 책을 제외한 베스트셀러 목록에는 개신교 도서들이 자리하고 있다. 종교 베스트 4위는 작년에 여러 가지 이유로 화제가 되었던 <왕의 재정>. 논쟁적인 책이지만 확실히 개신교 출판계 내에서 판매량은 높았다 ― 종교 3위에 오른 법륜의 책이 종합 베스트 200위에 들지 못했으므로 <왕의 재정>의 판매량도 이를 고려해야 한다.

<왕의 재정>은 실상 입소문 마케팅의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저자의 강의가 입소문이 나면서 책으로 출간되었다. 유튜브에는 저자 김미진 간사의 동영상이 수십 페이지에 걸쳐 업로드되어 있다. 클릭 수가 적게는 수천이고 많게는 10만을 상회한다. 인터넷 서점의 저자 소개에는 2014년 6월 기준 총 997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고 소개되어 있다. 이런 식으로 인터넷 동영상의 인기가 책 출간으로 이어지고 교회 수련회나 부흥회 강사 등으로 섭외되는 형태로 인기가 지속되고 있는 형국이다.

내용이나 가치 등은 차치하고 출간의 과정이나 기획적인 부분을 살펴보면 시사하는 바가 큰 책이다. 요사이 일반 출판계의 출간 방식과 유사하다. 상반기 최대 화제작 중 하나인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역시 팟캐스트로 꾸준히 인기를 얻다가 책으로 출간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케이스다. 이후 저자는 강연 등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독자와의 접점이 늘어 가면서 저자 인지도가 높아지고 판매량도 증가하는 방식이다. 마케팅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왕의 재정>은 출판계의 가장 트렌디한 방식으로 판매와 저자의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는 셈이다.

다만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적잖은 논란을 불러왔다. <왕의 재정>은 건전한 재정 관리를 역설하고 가난한 이를 돌보라는 권면이 포함되어 있지만 결국 성부(聖副)가 되라는 이야기가 핵심이다. '재정'이라는 일반 사회의 용어를 썼지만, 결국 개신교계의 고질적인 청부론이나 기복 신앙에 새로운 외피를 입힌 것에 불과하다는 평이 많다(관련 기사: 하늘은행에 입금하면 이자율이 3000%?). 약간의 유화 제스처가 있지만 결론적으로 개신교인들이 관심이 많은 세속적 축복의 또 다른 변주일 뿐이다.

궁극적으로 이 책이 재정을 다루지 않았다면 베스트셀러로 성공할 수 있었을까. 수많은 개신교 콘텐츠 가운데 하필 '돈 이야기'가 트렌디한 방식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을까 하는 부분에서 결코 기복의 혐의를 벗어 낼 수 없다. 마케팅적인 측면을 제외하고는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여전하네'라는 평가가 가능한 대목이다.

   
▲ 종교 부문 4위(개신교로서는 1위) 김미진의 <왕의 재정>은 내용상 논란을 빚은 가운데 지난해 6월 출시한 이후로 상위를 지키고 있다. 김양재, 이찬수, 유기성, 조정민 목사는 여러 책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들의 책은 예외 없이 개신교 양대 출판사 두란노와 규장에서 펴냈다. 개신교인들은 '성경 읽기', '돈'과 '연애 또는 결혼', 유명 목사의 '설교'에 관심이 많았다. <목사의 딸>이 13를 차지했다. 그 외에 신학책이나 중소 출판사의 신간은 찾아볼 수 없었다.

3. 여전한 목록, 소수의 스타 저자, 한정된 주제, 몇몇 출판사

개신교인들의 스테디셀러 사랑은 여전했다. C. S. 루이스나 개리 채프먼의 책은 여전히 상위다. <천로역정> 같은 고전도 눈에 띈다. 카일 아이들먼의 <팬인가 제자인가>는 이제 스테디셀러가 됐다.

한편 김양재, 유기성, 이찬수, 조정민 목사가 여러 책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네 명은 국내 저자 중 스타 작가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대형 교회 목사이며, 이들이 책을 낸 출판사는 두란노와 규장이라는 개신교 대형 출판사다. 이들 메시지가 앞 세대의 대형 교회 목사들과 같다고 할 수는 없겠으나, 여전히 개신교 독자들은 대형 교회 목사들의 권위에 기대고 있다.

주제의 한계도 여전하다. 우선은 성경 읽기다. '성경 읽기'는 있으되 '성경으로 세상을 조망'하거나 '세상을 통해서 성경을 보는 방식'의 책은 실종되어 있다. 이는 개신교 출판 안팎에서 꾸준히 지적되어 온 바다. 복있는사람 출판사의 <메시지> 시리즈는 새로 나온 <메시지: 시가서>와 <메시지: 신약>을 베스트에 올려놓았다. 이 시리즈는 '곁에 두는 성경' 트렌드의 최종 승자로 보인다. 아울러 이애실 사모의 <어, 성경이 읽어지네>, 조병호 목사의 <성경과 5대 제국> 등 성경 읽기 관련 책도 베스트에 올랐다.

이외에도 개신교 신자들은 주로 책을 통해 사적인 삶에 대한 메시지를 듣고 싶어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랑과 연애, 결혼 이야기다. 새로 발굴된 해외 저자 중 두각을 나타내는 팀 켈러는 <팀 켈러, 결혼을 말하다>를 순위에 올렸다. 게리 채프만의 <5가지 사랑의 언어>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고 박윤선 목사의 딸 박혜란 목사의 <목사의 딸>이 13위 오른 것이 이채롭다. 출간 이후 교계에서 꽤 논쟁적으로 다루어졌는데 판매량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국내 개신교 독자들은 '대형 개신교 출판사'가 펴낸 '유명 목사(또는 사모)'가 쓴 '성경'과 '연애와 결혼', '재정'을 주제로 하는 '설교'에 가장 적극적이다. 목회자 의존성, 지극히 제한된 형태의 성경 읽기, 사적인 삶에 대한 관심, 이는 기존의 개신교 출판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여전한 한계다.

4. 개신교 출판, 집 나간 트렌드는 정말 돌아오기는 할까

종합 베스트의 경우, 1~4위가 모두 작년에 베스트셀러를 내지 못한 중소 규모이거나 새로 생긴 출판사다. 이는 정가제 시행 이후에 좋은 기획과 콘텐츠, SNS 마케팅 등으로 승부하면 작은 출판사도 베스트셀러를 낼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좋은 흐름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비하면 개신교 출판계는 너무나도 '여전하다'.

개신교 베스트셀러들은 개인의 삶에 집중되거나 성경 읽기 등의 빤한 주제를 넘어서지 못했다. 비근한 예로 올해 초부터 교계에서 한참 동성애 논쟁이 오갔는데도 보수적이든 진보적이든 이와 관련한 책 한 권 나오지 않는 실정이다.

한편, 상위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였던 '세월호 참사' 관련 도서들을 종합 200위 안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이외에 지난해 출판계 내부에서는 굵직한 신학 서적 출간 붐이 일어날 조짐이 있다는 이야기가 오갔다. 아직 찻잔 속의 태풍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SNS나 팟캐스트 등으로 개신교 콘텐츠들이 소개되고 있으나 이 역시 특정 출판사나 신학 사조, 일부 선교 단체 안에서 자기들만의 즐거운 내부 잔치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앞서 소개한 대로 일반 출판계에서는 SNS나 팟캐스트 등에서 유통되는 콘텐츠를 새롭게 구성해서 활발하게 책으로 내는 흐름들이 있다. 이는 유통되는 콘텐츠가 대중성과 동시대성, 나름의 깊이를 담보해야 가능한 일이다. 개신교 출판 기획이든 출판으로 이어지는 콘텐츠 기획이든 좀 더 대중들의 눈높이나 취향, 입맛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 어떠한 돌파구도 찾지 못한다면 개신교 출판은 그냥 이대로, '여전한 상태'를 유지할 것이다.

   
▲ 교보문고 2015년 상반기 베스트셀러 - 종교 부문.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다(다운로드 가능).
   
▲ 교보문고 2015년 상반기 베스트셀러 - 종합.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다(다운로드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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