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울립니다. 댕. 종소리 여운이 가실 때까지 잠잠하기로 합니다. 참석자 모두 눈을 감습니다. 숨조차 방해가 될까 소리를 죽입니다. 두 손을 모은 사람도 있습니다. 대화가 시작되고 나서도 20분마다 종이 울리면 무조건 하던 얘기를 멈춥니다. 찻잔처럼 생긴 종은 맑은 소리를 냅니다. 사람들은 그 소리를 온몸으로 느끼며 침묵합니다.

▲ 김오성 목사(한국샬렘영성훈련원)가 친 종소리와 함께 6월 18일 '톨레레게' 6월 둘째 모임이 시작되었습니다. 모임은 <토머스 머튼>을 가지고 '수도원 영성'과 우리네 삶을 얘기했습니다. ⓒ뉴스앤조이 정한철

김오성 목사(한국샬렘영성훈련원)가 친 종소리와 함께 6월 18일 '톨레레게' 6월 둘째 모임이 시작되었습니다. 김 목사는 <토머스 머튼>(키스 제임스, 비아)을 가지고 수도원 영성을 주제로 두 시간 대화를 이끌었습니다. 참석자 7명이 모였습니다. (관련 서평: 토머스 머튼과 '수도원 영성' 탐구해 볼까)

김 목사는 먼저 관상의 뜻을 설명했습니다. 관상(觀想)은 한자말로는 '마음을 보는 것'입니다. 조용히 눈을 감고 자신의 마음을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하나님이 계시는 곳에 내가 함께 있습니다', '내가 주님의 임재를 봅니다' 하며 인정하는 기도라고 했습니다.

▲ 김오성 목사는 수도원 영성의 역사를 짚고, 관상기도의 참뜻과 이에 관한 오해 등을 설명했습니다. 참석자들의 얘기를 죽 듣고는, 토머스 머튼의 영성에서 배울 수 있는 원리를 제시하기도 하고 교회와 신앙 공동체의 본질을 묻기도 하면서 고민에 대한 답을 찾아 나갔습니다. 우리가 질문할 때, 삶과 신앙은 건강해질 거라고 했습니다. ⓒ뉴스앤조이 정한철

그는 이런 기도가 왜 필요한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내 자동차 운전에 비유하며 스스로 풀어 줍니다.

"신앙인들은 하나님이 무소부재하시다고 고백합니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일상 가운데 하나님의 임재를 느끼지 못합니다. 왜 그럴까요? 차를 운전하다 보면 어느 순간 로봇처럼 기계적으로 조작하게 됩니다. 생각할 필요도 성찰할 필요도 없습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분주함에 갇혀 하나님을 의식함 없이 자동화된 삶을 사는 겁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가치와 행동이 우리 안에 내장되어 로봇이 되어 버립니다."

기도하는 삶, 관상기도는 이런 로봇 같은 상태를 깨 버립니다. '내가 지금 뭐 하고 있지?', '여기는 어디지?', '하나님이 나를 어디로 인도하시는 걸까?' 질문하면서 '내 안에 이런 욕망이 있었구나!', '하나님이 여기 계시구나!' 하는 과정이라고 했습니다.

토머스 머튼은 하나님의 임재 연습 가운데 산 사람이었지만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그의 일기 <토머스 머튼의 시간>을 보면, 그는 이랬다저랬다 하고 욕망으로 가득한 사람이었다고 김 목사가 말했습니다. 참석자들은 '20세기 영성의 대가'의 이런 모습에 실망스러워합니다. 실망의 소리에, 사람이기 때문에 살아 있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라고 김 목사는 말합니다. 다만 자신의 상태를 알고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기도가 필요한 것입니다. 관상을 통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직면해야 합니다. 동시에 하나님의 뜻을 구해야 하는데, 이는 계속 반복해야 하는 거라고 김 목사는 말했습니다.

이외에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참석자들은 이어지는 대화 가운데 신앙과 교회에 관한 고민을 조금씩 꺼내 보였습니다. 자신에게는 갈증이 있는데 뜨거웠던 적은 없었다고 박민수 씨가 말했습니다. 김 목사가 머튼의 말을 인용했습니다. "제가 아는 것은, 제가 하나님의 뜻을 알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 갈망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리라 믿습니다"고 기도하자고 했습니다.

'기도하면 다 된다'로만 일관하는 목사님과 갈등 중인 양광동 씨는 교회를 옮기려고 여러 교회들을 순례(?) 중입니다. 그동안 너무 교역자와 공동체를 의지했다고 말했습니다. 그전 청년부 목사님은 뜻이 잘 맞아 괜찮았지만, 목사님이 바뀌고 나니 매사가 힘겹습니다. 목사님과의 갈등으로, 자신이 좋아하던 사람들이 떠나고 나니까 공동체에 회의도 느껴졌습니다.

김오성 목사는 힘들어도 공동체를 지켜야 한다고 조심스레 말했습니다. 교회 안에 뜻이 맞는 두세 사람을 찾아보자고 했습니다. 그러면 '교회 안의 교회'가 된다고 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신앙 고민과 삶을 나눌 사람이 있으면 힘이 날 거라고 했습니다. 다들 공감했지만, 바쁜 주일날 영적 우정을 나눌 친구와 차 한잔 마실 시간 내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게 현실입니다.

수도원 영성에서 파생되는 개인과 교회, 공동체의 본질을 고민한 시간이었습니다. 정답을 얻은 건 아니지만 생각할 수 있고 질문하게 되어서 행복하다고 참석자들은 고백했습니다. 모임을 마무리하면서 멀리 경북 영주에서 오신 40대 늦깎이 신학생 김계연 씨가 말했습니다. "모두 비슷한 질문을 하는구나, 같은 고민을 안고 있구나, 이 사실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힘이 납니다." 이렇게 묵상과 영성을 주제로 한 6월 모임을 마쳤습니다.

▲ 다음 달은 '공부'를 주제로 모입니다. 먼저 7월 6일(월)엔 앙토냉 질베르 세르티양주 신부의 <공부하는 삶>(유유)을 가지고 이원석 작가가 인도하게 됩니다. ⓒ뉴스앤조이 정한철

다음 달은 '공부'를 주제로 모입니다. 1차 모임은 7월 6일(월)입니다. 앙토냉 질베르 세르티양주 신부의 <공부하는 삶>(유유)을 가지고 이원석 작가가 인도합니다. 2차 모임은 7월 20일(월)입니다. 이원석 작가의 <공부란 무엇인가>(책담)로 김성수 목사(호모북커스 대표)가 진행합니다. 모두 저녁 7시 반에 모입니다. 모임 전에 각각의 서평을 올리고 참가 접수 방법을 공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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