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촛불교회가 첫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45편의 시대 증언과 '촛불교회와 신학'이란 주제의 논문 등을 담은 <이제는 그대가 길입니다>(밥북)를 펴낸 것이다. 6월 18일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촛불교회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뉴스앤조이 이용필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대한민국은 촛불로 뒤덮였다. 한미 FTA를 비롯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대운하 사업, 의료 민영화 등을 반대하는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대대적인 촛불 집회를 벌인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촛불의 열기는 꺼져 가는 듯했다. 촛불 집회에 나타난 민중의 저항 정신을 이어 가고자, 기독교인들은 이듬해 2월, '촛불을 켜는 그리스도인들' 일명 '촛불교회'를 출범했다. 고통받는 현장을 직접 찾아가 고난당하는 민중과 함께할 것을 다짐했다.

▲ <이제는 그대가 길입니다> / 촛불교회 엮음 / 밥북 펴냄 / 464쪽 / 1만 5,000원

촛불교회는 용산 참사 문제를 시작으로 쌍용자동차, 제주 강정, 밀양 송전탑, 재능교육, 4대강, 세월호 참사 등 고통의 현장을 직접 찾아갔다. 이곳에서 권력과 싸우는 이들을 위해 목요일마다 촛불 기도회를 열었다. 햇수로만 6년째다. 사실 촛불교회가 이렇게 오래갈 줄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다. 촛불교회 집행위원 김경호 목사(들꽃향린교회)는 "대부분 시작할 때 길어야 1년, 몇 달 정도 가지 않을까 생각했다. 사회문제에 참여하는 교회가 많지 않고, 거리 기도회에 모이는 사람도 한정적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촛불교회 출범 직후 용산 참사가 터졌고, 에큐메니컬과 복음주의 진영이 뭉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6월 18일, 서울 종로 기독교회관에서 239차 촛불 기도회가 열렸다. 이번 기도회는 김경호·방인성·조헌정·최헌국 목사 등 7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출판기념회 형식으로 진행했다. 촛불교회가 시대 증언 모음집 <이제는 그대가 길입니다>(밥북)를 펴낸 것이다. 그동안 목회자와 교인 28명이 촛불 기도회에서 전한 시대 증언 45편과 '촛불교회와 신학'을 주제로 한 논문 3편을 담았다. 촛불교회 측은, 역사를 기록하고 지금도 이 땅에서 고통받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책을 낸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다일평화인권운동 대표 김기원 목사는 서평을 통해 "이 책은 지난 6년간 우리 시대 아픔의 현장을 너무도 치열하게 담아내고 있다. 아픔의 역사를 구구절절 꿰고 있고, 교회 울타리 안에서 자기들만의 평화를 말하는 것을 엄하게 꾸짖는다"고 했다.

발간사를 전한 촛불교회 운영위원장 조헌정 목사(향린교회)는, "촛불교회의 6년은 이명박 정부 4년과 박근혜 정부 2년의 시간이었다. <이제는 그대가 길입니다>는 이 기간 동안 한국 사회에 어떤 사건이 벌어졌고, 민중이 어떤 고통을 당했는지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 촛불교회와 함께해 온 이들도 참석해 축하 메시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 사진 왼쪽부터 민주노총 쌍용차 김정우 전 지부장과 유경근 4·16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학습지노조 재능지부 오수영 전 지부장. ⓒ뉴스앤조이 이용필

축사와 공연으로 이뤄진 출판기념회는 2시간 넘게 진행됐다. 그동안 촛불교회와 동고동락해 온 이들도 참석해 축하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 '예은 아빠' 유경근 4·16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청운동에서 농성을 할 때 촛불교회와 최헌국 목사를 처음 알았다. 우리와 함께 울부짖는 교회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촛불교회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그리스도교의 표상"이라고 말했다. 학습지노조 재능지부 오수영 전 지부장은 "도와 달라는 요청도 하기 전에 촛불교회가 먼저 찾아왔다. 스스로 싸울 수 있는 힘을 줘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쌍용차 김정우 전 지부장은 "추위, 고민과 싸울 때 촛불교회가 큰 힘이 됐다. (노동자들의) 죽음이 그래서 줄어들지 않았나 생각한다. 더없이 감사하다"고 말했다.

답사를 전한 촛불교회 운영위원 방인성 목사(함께여는교회)는, 책의 주인공은 설교를 전한 목회자와 교인이 아니라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촛불교회 집행위원장 최헌국 목사는 폐회사에서, 민주주의를 바로 세워 고난받는 사람이 없어져야 촛불교회도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 목사는 앞으로 촛불교회가 '세 모녀' 사건처럼 정부의 손길이 닿지 않는 이들을 보호하고,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에도 촛불교회가 세워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 촛불교회 집행위원장 최헌국 목사는, 촛불교회가 '세 모녀' 사건처럼 정부의 손길이 닿지 않는 이들을 보호하고, 서울뿐만 아니라 각 지방에서도 촛불교회가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6년간의 발자취를 담아낸 <이제는 그대가 길입니다>. 촛불교회 측은 앞으로 에세이나 기도문 형식으로 된 책도 낼 예정이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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