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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 설교'하는 목사, '감성 설교'만 바라는 교인

느헤미야, 교회 개혁 두 번째 포럼…반공·번영 설교에 물든 강단 지적

송인선   기사승인 2015.06.16  22: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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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연구원느헤미야(느헤미야)가 6월 15일, 한국교회 설교를 해부하는 포럼을 열었다. 느헤미야가 올해 초 기획한 한국교회 개혁을 위한 연중 포럼 두 번째 시간이었다. 느헤미야 김형원 원장(하.나.의교회)과 권연경(숭실대학교 기독교학)·배덕만 교수(건신대학원대학교 교회사), 기독교 언론사 <데오스앤로고스> 표성중 대표가 발제했다. 포럼에는 75명이 참석했다.

발제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국교회 강단이 위기라고 말했다. 목회자들이 시대의 가치에 종속된 설교를 하거나, 설교를 표절한다는 것이다. 교인들도 목회자의 설교를 비판하기는커녕, 자신의 이해관계를 만족시키며 감동을 주는 설교만 듣기 원한다고 지적했다.

   
▲ 숭실대학교 권연경 교수는 삶에서 복음의 능력이 나타나는 선포가 설교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송인선

'하나님의 능력인 복음, 그리고 설교'라는 제목으로 발제한 권연경 교수는 설교의 본질을 논했다. 권 교수는 예수와 사도들이 전한 복음을 예로 들며 그들이 전한 복음은 단순한 언어적 전달을 넘어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능력이 있었다고 말했다. 병든 자가 낫고 죽은 이가 살아나는 등 기적을 동반한 성령의 역사가 나타날 때, 예수와 사도들은 이러한 능력이 무슨 연유로 나타났는지 사람들에게 '해명'해 주었다. 이 해명이 곧 설교의 본질이라고 권 교수는 말했다.

그렇다면 설교는 반드시 초자연적 능력을 해명하는 것이어야 할까. 권 교수는 바울과 갈라디아 교회의 예를 들며 기적보다 중요한 건 복음의 원리라고 했다. 성서에 따르면, 갈라디아 교인들은 초자연적인 성령의 은사를 가졌음에도 세속의 욕망을 쫓고 반목했다. 바울은 교인들을 책망하면서, 겉으로 나타나는 은사가 있어도 세속의 욕망을 거스르는 복음의 능력이 없으면 안 된다고 했다. 이런 맥락에서 권 교수는 설교의 본질이란 세상을 거스르는 복음의 능력이 삶에서 나타날 때, 사람들에게 이 능력을 해명하고 선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울의 삶이 말하듯, 십자가의 생명은 욕망의 논리와 어긋난다. 오히려 욕망의 절제를 말하고, 인내를 말하며, 관용을 말하고, 용서를 말한다(갈 5:24). 세찬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물고기처럼 세상의 가치와 맞서 싸우는 사람들에게는 예수의 십자가와 부활이 능력이다. 제대로 된 '선포'는 그 복음을 삶으로 보여 줄 때 완전해진다."

   
▲ 건신대학교 배덕만 교수는 한국교회의 설교가 시대의 가치를 따라 바뀌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송인선

배덕만 교수는 '한국교회 설교, 그 일탈의 역사'라는 발제를 통해 문제의 원인을 분석했다. 배 교수는 19세기 후반부터 21세기에 이르는 설교의 흐름과 변화를 짚었다. 다섯 시대로 구분했는데, △선교사들의 시대(1884~1930) △설교의 분화 시대(1930~1945) △분열과 대립 시대(1945~1960) △교회 성장 시대(1960~1993) △현대 시대(1993~현재)다. 현재 한국교회 설교에서 자주 나타나는 기복 신앙, 반공 이념, 물질적 번영 등의 특징은, 한국전쟁이 있었던 '분열과 대립 시대'와 경제 발전이 한창이던 '교회 성장 시대'에 확립되었다고 했다.

"한국전쟁 이후 설교의 주제는 크게 두 흐름으로 좁혀지는데, 하나는 북한과의 갈등으로 생긴 '반공 설교', 다른 하나는 비참한 사회 현실을 극복하고자 하는 '기복주의 설교'다. 특히 기복주의 설교는 시대 상황과 잘 맞아떨어졌다. 전후 복구를 위해 외국의 구호물자가 들어오는데 그 통로가 교회였다. 교회에 먹을 것이 있다는 사실은 굶주린 사람들에게 복음이었다. 

1960년대 들어 한국의 경제개발이 시작되었고 물질 번영이 시대의 최우선 가치가 되었다. 한국교회 역시 교회 성장과 번영신학을 주된 가치로 삼았다. 물질적 번영을 축복이라고, 양적 성장을 부흥이라고, 방언의 은사가 곧 성령의 임재라 말하는 종교 공식이 자리 잡았다. 당시 설교 내용 역시 이 공식을 벗어나지 못했으며, 김동호 목사의 말처럼 '모이자, 돈 내자, 집 짓자'가 시대 구호로 강단에서 선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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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오스앤로고스> 표성중 대표는 한국교회에 설교 표절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송인선

세속 가치에 함몰되어 버린 목회자에게 나타나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설교 표절'이다. 표성중 대표는 '설교 표절, 교계는 어떤 목소리를 내고 있는가'라는 제목으로 표절 문제를 다루었다. 표성중 대표는 설교 표절이 한국교회의 만연한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뉴스앤조이>가 보도한 설교 표절 사례로 상황의 심각함을 환기했다. (관련 기사: 6년간 199번 설교 표절, 교회는 두 동강 / 진용태 목사, 팀 켈러 목사 설교 표절 / 시온교회 목사, 설교 통째로 베끼고 인용 발뺌)

또 표절에 관한 교계 인식을 진단하기 위해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2001년 발표한 '설교 준비와 설교문 작성에 관한 설교자들의 실태 및 의식 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조사 결과 바로 가기) 이 중 "타인의 설교를 그대로 베끼거나 사용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문항에서 표절 문제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이 46%밖에 안 된다고 표성중 대표는 지적했다. 과반수는 설교 표절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거나 판단을 회피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형원 원장이 발제했다. '설교의 위기, 목사의 문제인가 교인의 문제인가'란 제목의 발제를 통해, 설교의 위기는 목사들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설교는 일방통행의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목사와 교인의 쌍방 교류라면서 교인 역시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김형원 원장은 왜곡된 설교를 지지하는 교인들의 태도를 지적했다. 특정 설교를 두고 교인들이 은혜를 받았다며 치켜세울 때, 목사는 특정 방식의 설교만 지속한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교인들이 주로 반응하는 설교는 '감성적 설교'라고 했다.

   
▲ 기독연구원느헤미야 김형원 원장은 설교의 위기는 목사와 교인 모두의 문제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송인선

"오늘날 한국교회 교인들은 설교의 좋고 나쁨을 내가 '은혜를 받았는가'로 판단한다. (중략) 여기서 은혜를 받았다는 건 '감동'을 받았다는 뜻이고, 감동은 거의 전적으로 '감정적인 것'이다. 말씀을 깨달았기 때문에 오는 감동이 아니다. 멋진 예화와 재미있는 스토리를 통해서 받는 감동이다. (중략) 성경을 중심으로 하는 설교는 당연히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작업을 기초로 한다. 그러나 성경을 깊이 파고들면 교인들은 지루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그저 '은혜'와 '감동'만 요구하는 게 현실이다."

발제가 끝난 후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한 전도사가 질문했다. 교회에서 신학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설교를 했는데, 교인들이 지루해하며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교인들이 신학 지식이 없어서 설교를 못 알아 듣는다 생각하고 신학 공부 모임을 만들어 다양한 지식을 가르쳤다고 했다. 그런데 모임을 막상 이끌다 보니 교인들이 교회에만 머무는 건 아닌지 고민이라고 했다. 교인들을 교회에만 묶어 놓지 않아야 건강하다고 배웠는데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냐고 질문자는 물었다.

권연경 교수는 설교자가 신학을 가르칠 때 다양한 지식 전달에 목적을 두지 말고, 일관된 신학적 틀 안에서 교인들이 삶으로 복음을 깨우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했다. 배덕만 교수는 신학교 강의처럼 어려운 내용으로 설교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목회자의 자질 중 중요한 건 신학을 소화한 뒤 교인들이 먹을 수 있도록 내어 놓는 능력이라고 했다. 김형원 원장은 교인들이 신학을 배우기 위해 교회로 오는 건 권장할 만한 일이라고 했다. 미국에서는 신학교 교수가 집사라며, 목사가 신학교 교수 앞에서 설교하니 스스로도 긴장한다고 했다. 한국에서도 교인들이 신학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느헤미야와 교회개혁실천연대, <뉴스앤조이>가 공동 주최하는 '한국교회 개혁을 위한 연중 포럼'은 총 4차로 진행된다. 다음 3차 포럼은 '성전과 예배당'이라는 주제로 8월 중에 열릴 예정이다. 느헤미야 홈페이지(www.nics.or.kr)에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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