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는 6월 3일,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의 목회 활동비 지출 내역을 보도했다. (관련 기사: 오정현 목사, '목회 활동비'로 골프 레슨에 아내 드라이버 구입) 오 목사의 지출 내역은 논란을 일으켰다. '목회 활동'이라는 게 원체 범위가 애매한 면이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목적과는 다르게 사용한 듯한 모습이 많았기 때문이다.

다른 목사들은 오정현 목사의 목회 활동비 사용을 어떻게 생각할까. 기사가 나간 후, <뉴스앤조이>는 보수·진보를 아울러 선정한 목사 10명에게, 목회 활동비는 무엇이고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물었다. 다음은 목사들의 답변을 정리한 것이다.

"목회 활동비를 어떻게 그런 식으로…사랑의교회, 재정 원칙 없나?"

오정현 목사의 목회 활동비 사용을 부정적으로 보는 입장이 좀 더 많았다. 비단 오 목사의 문제가 아니라 담임목사에게 과도한 권한을 주는 대형 교회 시스템을 문제 삼는 사람도 있었다.

▲ 오정현 목사의 지난 8년간 목회 활동비 지출 내역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박득훈 목사(새맘교회)는 "매월 1,000만 원 이상 사례비를 받는 목사가 목회 활동비로 연 1억 원을 따로 받는 것 자체가 과하다. 액수가 큰 만큼, 목사 개인의 욕심으로 오용되지 않으려면 '목회 활동'의 항목을 명확히 해야 한다. 목회 활동비를 원칙 없이 사용하는 건 비단 오정현 목사만이 아닐 것이다. 목회 활동비는 '생활비'가 아니라 '사역비'다. 목회자 자신의 생활비와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 봉사·설교에 드는 비용, 자기 계발을 위한 교육비, 식사비나 접대비, 구제비, 유류비, 이 정도가 사역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용인 향상교회 정주채 원로목사는 "개교회가 정하는 목회 활동의 범주 안에서 허용되는 지출은 괜찮지만, 오정현 목사가 지출한 부분 중에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다. 가족의 취미를 위해 쓰는 건 목회 활동이라 볼 수 없다. 목회 활동비는 개인적으로 쓰면 안 된다. 예전에는 으레 목사가 목회 활동비를 개인 돈처럼 썼지만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목회 활동비는 공금이기 때문에, 목회자는 스스로 객관적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나 역시 활동비를 받아 사용했지만 개인적인 용도로 쓴 적은 없으며, 이를 입증하기 위해 언제나 영수증을 첨부해 교회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나들목교회 김형국 목사는 "연 1억 원이나 되는 큰 액수의 목회 활동비는 더욱 철저한 결산이 필요하다. 한국교회에는 안 좋은 풍토가 있다. 담임목사가 마음만 먹으면 교회 예산과 상관없이 재정을 쓸 수 있다는 사고방식이다. 이런 의식이 이제 바뀌어야 한다. 목사들이 모여 식사를 했다고 치자. 큰 교회 목사가 나서서 식사값을 지불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액수가 교회에서 정한 예산 한도를 초과하면 그 목사는 어떻게 할까. 현재 한국교회 목사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냥 낼 것이다. 돈을 쓰는 목사나 얻어먹는 목사나 그 정도는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목사가 원칙을 무시하고 재정을 사용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광교산울교회 이문식 목사는 "일반 기업에도 판공비라는 게 있고, 이를 철저하게 감사한다. 목회를 하다 보면 활동비가 필요한데, 그게 개인적으로 쓰라고 주어진 돈이 아니다. 목회 활동비도 철저하게 감사해야 한다는 뜻이다. 나도 목회 활동비를 받아 봤지만, 지출한 다음에는 반드시 증빙을 정확하게 남겨야 했다. 목회 활동비로 식사를 했다면 영수증 뒷면에는 몇 명과 어떤 목적으로 밥을 먹었는지도 적어야 했다. 목회와 관련한 공적 예산은 지출이 정당했다는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교회2.0목회자운동 실행위원장 정성규 목사(예인교회)는 사랑의교회 재정부에 원칙이 없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담임목사가 목회 활동비를 오용했을지 모른다는 의혹이 들면 회계 절차에 의해 이를 규제해야 하지 않나. 그러나 오정현 목사가 8년 동안 지출한 내역을 보면 재정부에 별다른 원칙이 없는 것 같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목회 활동비의 기준은 교육에 관련한 세미나나 회의에 참석하는 비용, 목회 차원에서 사람을 만나거나 심방을 할 때 드는 비용 등으로 말할 수 있다. 예인교회의 경우 재정부가 영수증을 검토하는데, 목회 활동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영수증을 돌려보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낙산교회 김희헌 목사는 "오정현 목사의 목회 활동비 지출이 본 취지대로 쓰였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목회 활동비 자체의 목적은 분명하다. 개인의 필요가 아니라, 교회의 이상을 돕는 방향으로 쓰여야 한다. 문제는, 이런 원칙이 정립되지 않고 담임목사가 마음대로 교회 재정을 사용해도 제어할 수 없는 메가처치의 구조다"라고 했다.

"목회 활동비, 과연 공사(公私) 구분 명확히 할 수 있나"

위와는 다른 시각도 있었다. 목사 개인의 삶이 목회와 떨어질 수 없기 때문에 목사의 사생활과 목회 활동을 무 자르듯 가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장에서는 공과 사를 일도양단으로 구별할 수 없으니 목사가 재량껏 쓸 수 있도록 교회가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 이번 목회 활동비 논란을 두고 사랑의교회가 재정 원칙이 없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많았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덕수교회 손인웅 원로목사는 "사랑의교회가 오정현 목사에게 재량권을 줬기 때문에 이런 지출 내역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옛날에는 목회 활동비를 '기밀비'라고 불렀다. 목사가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교회가 배려했다. 목회에 필요해서 쓴 걸 일일이 보고할 수는 없지 않나. 지출 내역이 윤리적으로 문제 되지 않는다면 괜찮다. 목회 활동비를 공사 구분 없이 크게 보는 교회도 있고, 세심하게 보는 교회도 있다. 사랑의교회는 전자와 같은 맥락에서 보아야 한다. 개인적으로도 목회 활동비는 목사가 자유롭게 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인천순복음교회 최성규 목사는 "과거에 목회자들 사이에서는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인식이 있었다. 나도 예전에는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서 목회 활동비로 결제한 적이 있다. 지금은 교회의 기준이 높아지고 세칙들이 많아져서 지출에 주의하고 있다. 목회자들의 인식이 그렇게 금방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점차 바뀌고 있으니 기다려 달라. 오 목사도 마찬가지다. 그가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대표회장 황수원 목사는 "목회 활동비의 기준은 사역에 관련한 부분으로 한정되어야 한다. 하지만 사랑의교회를 포함한 대형 교회의 기준을 모르기 때문에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 개교회마다 그 지출 범위가 다르지 않겠나. 목회 활동의 규모에 따라 활동비의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 사랑의교회도 나름대로 기준이 있을 것이다. 대형 교회는 그 규모가 크니 그것에 맞추어 지출 범위와 기준을 책정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교회언론회 대변인 이억주 목사는 "교회가 일반적으로 목회 활동비를 줄 때 세칙을 정하지 않는다. 보통 사례비와 함께 별 말 없이 주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주어진 예산 안에서 지출하기만 하면 큰 문제는 없을 거라 본다. 비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목회 활동비를 착복하는 식으로 비윤리적 행동을 하는 게 아니라면 활동비의 지출은 자유로워야 한다. 목사의 삶이란 게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무 자르듯 할 수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또 그는 "<뉴스앤조이>가 오정현 목사를 너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개인을 두고 너무 과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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