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검색창에 '기독교'와 '성추행' 이 두 단어를 입력하면 관련 기사가 줄줄이 뜬다. 교회 내에서 여성도나 미성년자를 성추행한 사람들이 징역형 내지는 집행유예 등 사회 법의 심판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정작 그들이 다니던 교회에서는 가해자에게 제재를 가했다는 이야기를 찾을 수 없다. 교회 이름에 흠집이 나는 것을 우려해 모두 쉬쉬하며 사건을 빨리 덮길 바라기 때문이다. 

미국 기독교에서도 이런 현상이 종종 일어난다. 얼마 전 독실한 기독교인인 더거 가족이 언론에 오르내렸다. 큰아들 조시 때문이었다. (관련 기사: 독실한 미국 기독교 가정의 추악한 성범죄 시리즈) 조시가 10대 시절, 5명의 미성년자를 강제로 애무했다는 사실을 부모에게 고백했음에도 더거 부부는 아들의 성추행 사실을 외면했다. 이들은 조시를 관계 기관에 알리는 대신, 평소 멘토로 여기던 빌 가써드(Bill Gothard) 목사의 여름 성경 캠프에 보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여론은 들끓었다. 평소 반듯한 기독교인 이미지를 가진 더거 가족이 아들의 성추행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는 것이었다. 더거 가족은 오히려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6월 3일, 폭스(Fox) 뉴스와 단독 인터뷰를 한 더거 부부는 "조시는 그냥 호기심 많은 아이였을 뿐이다. 그는 강간범도 아니고,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 GRACE는 성 학대를 포함해, 기독교계에서 일어나는 각종 학대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아동 학대 예방 프로그램을 개발해 이를 교회나 기독교 단체에 알리는 일도 담당하고 있다. 이 단체를 설립한 사람은 빌리 그레이엄의 외손자인 베이즐 차비진이다. (GRACE 홈페이지 갈무리)

더거 가족을 옹호하는 기독교인의 목소리도 들린다. 조시가 피해자들에게 제대로 사과했는지 여부는 옹호자들에게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더거 가족이 살고 있는 아칸소 주에서 목회하는 로니 플로이드(Ronnie Floyd) 목사는 조시를 두둔했다. 그는 "누구나 잘못을 저지른다. 조시가 한 행동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내가 믿는 하나님은 모든 것을 용서해 주시는 분이고, 나는 그 사실에 감사하다"고 했다. 

조시를 옹호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교회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외치는 사람도 나타났다. 빌리 그레이엄(Billy Graham) 목사의 외손자인 베이즐 차비진(Basyle Tchividjian)이다. 그는 교회 내에서 일어나는 각종 학대를 감시하는 단체 GRACE(Godly Response to Abuse in the Christian Environment)의 설립자이자 대표다. GRACE는 교회나 기독교 대학 등 기독교계 전반에서 일어나는 학대, 특히 아동 성추행이나 성 학대 등을 조사하고 피해자를 돕는 일을 하고 있다. 

차비진은 보수 기독교인들이 조시 더거를 향해 '용서'부터 이야기하고 있다고 경계했다. 그는 피해자의 입장을 고려하기 이전에 성 학대의 가해자부터 옹호하는 것은 복음에 반하는 일이라며 더거 가족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6월 9일, <크리스천포스트>에는 보즈 차비진의 인터뷰가 실렸다. 그는 인터뷰에서 피해자를 외면하는 것이 어떻게 복음에 반하는 것인지 밝혔다. 

▲ 베이즐 차비진(Basyle Tchividjian)은 리버티대학에서 법을 가르치고 있는데, 교회 내에서 일어나는 각종 학대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교회에서 종종 일어나는 성 문제와 관련해, "가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피해자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리버티대학교 홈페이지 갈무리)

"기관이나 교회의 명성이 피해자 각자가 가진 영혼의 아름다움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하나님은 죄 앞에서 침묵을 지키는 분이 아니다. 기독교인들이 복음의 메시지로 돌아가야 한다."

교계에서 성 문제가 생겼을 때, 지도자들이 잘못 대처하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교회 지도자들이 피해자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가해자의 잘못을 가리기에만 급급하다고 했다. 차비진은 교회 내에서 성추행 등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면, 목사들은 그 사실을 외면하고 아예 언급을 안 하거나, 용서하라고 설교하거나 가해자 대신 피해자를 정죄하는 행동을 보인다고 했다. 

복음주의 지도자들이 입으로는 복음을 외치면서 교회 안에서 벌어지는 아동 성 학대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경향도 문제 삼았다. 차비진은 기관이나 교회의 명성에 흠이 가기 때문에 교회 내에서 일어난 성 학대 사실을 쉬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행동은 피해자의 트라우마를 가중할 뿐이라고 했다. 

그는 유독 성 문제에 쉬쉬하는 교계의 풍토를 걱정했다. 차비진은 "우리는 교회에서 성 학대가 일어날 때 모른 척하지 말고 똑바로 마주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피해자들은 예수님의 변화시키는 힘과 치유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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