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머튼>은, <뉴스앤조이> 독서 모임 '톨레레게' 6월 18일 모임에서 함께 나눌 책입니다. 톨레레게 참가 신청은 여기(클릭)에서 하실 수 있습니다. 자세한 것은 기사 아래를 참고해 주세요. - 편집자 주

개신교인들에게 '수도원'이란, 가톨릭에만 존재하는 이질적이고 낯선 생활 방식처럼 여겨진다. 수도원에서 기도를 하는 수사들의 삶은 사회적 관심을 끊고 세상을 떠나 고행만을 일삼는 현실도피적인 삶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하지만 중세의 타락해 가는 그리스도교를 개혁한 마틴 루터가 바로 이러한 수사였고, 그리스도교가 타락할 때마다 이를 정화시킨 것이 수도원 운동이었다.

수도 생활이란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그리스도의 완전(마 5:48)'을 추구하는 생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 수도자들은 수도회에 입회하기 위하여 '가난, 순결, 순명'을 서약한다. 아무것에도 애착하지 않고 초연함으로 오히려 부요해지는 가난, 육체적인 욕망을 잠재우고 오직 주님만을 사랑하겠다는 결단으로서의 순결, 자신의 개인적인 의지를 끊고 주님의 뜻을 실현하려는 공동체에 대한 순명이 바로 그것이다.

▲ <토머스 머튼> / 키스 제임스 지음 / 김은해 옮김 / 비아 펴냄 / 100쪽 / 6,000원

이러한 수도 생활의 핵심은 전적으로 하느님의 음성을 듣고, 그 음성에 전적으로 응답하려는 삶이라고 할 수 있다. 수도 생활의 핵심이 이런 전적인 생활 방식의 변화라고 한다면 이는 흔히 개신교인들이 생각하듯 낯선 어떤 것이 아니라, 신앙생활의 요체라고 할 수 있다.

20세기 중반에 현대인들이 낯설게 여긴 수도원 전통에 대한 관심을 활짝 열어젖힌 사람이 토머스 머튼이다. 토머스 머튼은 생전에 60권 이상의 책을 썼고, 수많은 논문과 사회적 주제에 대한 시론을 쓴 영성 작가이자 수도사이다. 그의 책이 방대한 만큼 그의 영성을 단박에 파악하기란 요원하다.

더구나 토머스 머튼은 아이러니한 삶을 살았기 때문에 더 그렇다. 머튼은 침묵을 서약했으나 수많은 책과 글을 남겼으며, 가난을 서약했으나 인세로 수많은 돈을 벌었다(물론 그 수익은 전부 수도원에 귀속되었다). 정절을 서약했으나 아이가 있었고, 기도하는 삶을 서약했으나 베트남 반전 데모에 참가하였다. 겸손을 서약했으나 젊은 시절 그는 자신이 소속된 수도회에 대한 우월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 아이러니한 그의 모습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말이 있다. 말년에 머튼은 자신을 세계적인 영성 작가로 알린 자서전적인 책 <칠층산>을 저술한 것을 후회하면서 "그 책은 내가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한 남자의 작품"이라고 말했던 것이다.

토머스 머튼이 죽은 지 이미 반세기가 지나가는데도 꾸준히 많은 사람들이 머튼의 글을 읽고 있고, <칠층산> 역시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적 도전을 주고 있다. 사람들은 아이러니한 머튼의 영적 여정을 통하여서 하느님만을 찾기를 원하는 한 인간이 어떻게 그 음성을 듣고, 그 음성에 따르는지를 읽게 된다. 이렇게 머튼의 저술들을 읽으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내면에 숨어 있는 영적 갈망을 발견한다. 머튼의 치열한 영적 여정은 상호 분리되고 모순된 것처럼 보이는 것들의 근원에 있는 통합성을 알려 주고, 그리스도교 신앙인이 어떻게 신앙생활을 해야 하는가를 질문하고 있다. 특히 한국 개신교인들의 허약한 신앙생활의 문제점들을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풍부한 자양분을 토머스 머튼을 통해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올해 토머스 머튼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영성과 삶을 재조명하는 가운데 비아 출판사에서 나온 소책자 <토머스 머튼>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책은 전체가 100쪽으로 이루어져 있고, 미주와 참고 도서를 제외하면 70쪽에 불과해 짧은 시간에 읽을 수 있다. 이 책을 지은 키스 제임스는 흔히 대립적으로 여기는 '선교적인 관심'과 '수도적인 영성'이 사실은 대립적이지 않다는 것을 토머스 머튼을 통해서 보여 주고 있다. 키스 제임스는 "토머스 머튼이 선교를 지향하는 운동을 점검했다면 그는 과연 어떻게 반응했을까?"(8쪽)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그 삶과 책을 통해 살펴보고 있다.

이 책은 토머스 머튼의 생애를 통해 그의 관심사의 변화를 보여 주는 서문을 제외하고 7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의 제목은 다음과 같다.

1. 선교를 지향하는 교회
2. 말하기 전에 듣기
3. 사랑-필수 요소
4. 침묵, 관상, 행동
5. 예언-예고와 경고
6. 초연함
7. 머튼과 선교

위 제목은 각 장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어들을 드러내고 있다. 이를 간략하게 살펴보자.

1장 '선교를 지향하는 교회'는 토머스 머튼이 교회의 임무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로 아돌프 아이히만 사건을 이야기하고 있다. 머튼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홀로코스트의 전범이었던 아돌프 아이히만이 '마지막까지 자신이 하느님을 두려워하는 인간이며 하느님께 순종한다'(18쪽)라고 고백한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머튼은 그리스도교 신앙을 가진다는 것이 단순한 개종이 아니라 '깊은 층위에서 사람들을 뒤흔들어 비진리와 망상에서 돌이키는 것'(18족)이며,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은 거짓된 자신으로 살아가는 것을 포기하고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는 것'(18쪽)임을 머튼은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교회에서 이루어지는 '프로그램들은 삶의 진정한 길을 찾기를 진실로 바라는 사람들의 깊은 갈망을 감출 수 있다'(19쪽)고 지적한다. 머튼에게 교회의 임무는 진정한 자아를 발견케 해 온전한 인간이 되게 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지속적이고 평생에 걸친 과정으로서의 회심을 의미하는 '생활 방식의 전환'(20쪽)을 강조한다.

생활 방식의 전환을 위한 가장 핵심적인 태도는 2장에서 제시하는 '말하기 전에 듣기'이다. 그러나 여기서 듣기는 상대방이 말하는 것을 들으면서 그 말에 내가 무엇이라고 대답할까를 준비하는 태도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여기서 듣기란 자신의 생각을 비우고 오직 상대방을 통하여 전해지는 하느님의 음성을 듣기 위한 태도이다. 이러한 경청은 그리스도교 신앙인을 만날 때만이 아니라 다른 신앙을 지닌 사람이나 무신론자들을 만날 때도 이루어진다. 이것은 하느님께서는 어디서나 활동하신다는 근본적인 신뢰가 있기에 가능한 태도인 것이다. 이러한 듣기의 태도는 현대 사회와 같이 다종교 사회에서 그리스도교 신앙을 지닌 사람이 대화에 참여하는 기본적인 태도로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3장은 오늘날 교회가 세상을 향해서 가져야 하는 필수 요소로 '사랑'을 제시하고 있다. 사랑은 그리스도교 신앙을 드러내는 하나의 부수적인 형태가 아니라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31쪽)이다. 선교를 강조하는 사람들이 사랑에 별로 관심이 없거나, 선교 자체가 사랑이라고 가정하는 것을 머튼은 반대(29쪽)한다. 머튼은 영적인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랑이며, '사랑은 지식, 영적 직관, 고행, 명상, 고독, 기도를 넘어서며, 사랑은 그 자체로 영적인 삶'(31쪽)이라고 말한다.

머튼이 속한 시토회의 창시자인 클레르보의 베르나르두스는 영적 여정을 사랑의 단계로 설명하기도 했다. 그것은 "나를 위해 나를 사랑하는 단계, 나를 위해 하느님을 사랑하는 단계, 하느님을 위해 하느님을 사랑하는 단계, 하느님을 위해 나를 사랑하는 단계"이다. 이러한 사랑이라는 길은 하느님을 향한 갈망과 이웃을 향한 연민을 하나로 묶는다(32쪽).

선교라는 과제가 시급할수록 이를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이 행동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를 묻는 것이 필요하다. '4장 침묵, 관상, 행동'은 아무리 올바른 행동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영적인 온전함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검증이 필요함을 말하고 있다. 검증을 위해 머튼이 제시하고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침묵(36쪽)이다. 침묵은 우리 삶에 문제가 있을 때 우리를 위해 은총과 자연이 제공해 주는 정직함, 겸손, 용기로 살지 않으면 그 문제는 풀릴 수 없음(37쪽)을 깨닫도록 돕는다.

여기에서 머튼이 말하는 침묵은 단순히 외적인 침묵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내적인 고요를 가리킨다. 그리고 이러한 내적인 고요는 하느님의 음성을 듣는 밑바탕이 된다. 머튼은 내적인 고요 가운데 하느님의 음성을 듣는 것을 '관상'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하느님의 음성을 듣는 사람은 그 음성에 따른 삶을 살아가야 하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침묵과 관상, 그리고 행동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영적 여정은 세상에 관한 관심을 표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선교는 단순하게 한 사람의 개종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구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거대한 문제'(47쪽)에 응답하는 것임을 5장 '예언'에서 말하고 있다. 머튼에게 건강한 교회란 예고(세상에서 하느님의 임재를 선포하고 알리는 것)와 경고(정의롭지 못한 것을 분별하고 거짓에 저항하는 것)라는 두 부분을 한데 모아 예언하는 공동체(48쪽)라 믿었기 때문이다.

6장 '초연함'에서는 선교의 결과, 혹은 행동의 결과에 연연하지 않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사랑을 품고 진실하게 살 수 있는 능력'’(52쪽)이라고 말한다. 초연함은 어떤 행동의 결과로서 모든 것을 판단하기보다는 과정 과정에서 사람을 진실로 사랑하고 있는가를 보게 해 준다.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초연함은 분명 매력적인 태도이다. 하지만 이런 초연함을 잘못 이해할 때 생기는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초연함은 진리를 위해 몸과 마음을 집중하는 것'을 말한다.

7장 머튼과 선교는 이 소책자의 결론 부분으로 앞에서 이야기했던 내용들을 요약하면서 수도원 영성을 정리하고 있다. 머튼은 오늘날 제기되는 물음들에 대한 명료한 해결책을 제공한다기보다는, 오히려 문제를 제시하고 깨달음을 일으키는 것(65쪽)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하느님의 뜻을 쉽사리 알 수 없다는 관점을 유지하는, 모든 것을 알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는 수도원 영성은 교회가 자신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데 적용할 수 있으며 하느님을 향하는 길에 도움을 줄 수 있다(67쪽)는 것이다.

이 책의 미덕은 단지 머튼의 삶과 영성을 잘 요약해서 제시한다는 데에 있지 않다. 즉 잘 요약된 한 권의 책을 읽고 몇 권의 책을 읽은 것처럼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이 책에서 시간을 들여 머물러야 할 곳은 각 장을 시작하기 전에 달아 놓은 질문이다. 이 질문들은 각 장을 읽어 나갈 때 긴장을 유지해 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 결론에서 이야기하듯이 오늘날 제기되는 물음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는, 이 질문은 현대 세계의 그리스도인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를 질문하는 데 동참할 것을 권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짧은 책을 읽을 때는 100미터를 달리듯이 숨 가쁘게 읽어 나가기보다는 걸음걸음마다 잠시 멈춰서 자신의 신앙생활과 교회의 임무가 무엇인가를 깊이 성찰하며 읽기를 권한다. 거룩한 독서(Lectio Divina)를 하듯이 마음에 와 닿는 곳마다 걸음을 멈추고, 마음에 되새기며, 질문하고 기도로 읽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사족
1. 72쪽에 나와 있는 <토머스 머튼의 일곱산>에서 '일곱산'은, 한국에서는 '칠층산'으로 번역하고 있다.
2. 부록처럼 붙어 있는 '토머스 머튼 읽기'와 '함께 읽어 볼 만한 책'은 머튼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아주 유용한 목록이다.
3. 편집의 미학과 책을 읽는 사람들의 흐름을 끊지 않기 위해서 미주를 붙였겠지만, 모든 책은 각주로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4. 사실 본문에서 자세히 이야기하지 못했지만 영성에 관련된 책은 읽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책에 의해서 '내가 읽혀져야' 한다. 이것이 근본적인 태도의 변화여야 할 텐데, 복음에 대한 지성적인 접근을 넘어서서, 몸을 변화시키는 접근이어야 할 것이다. 머튼이 말하는 '생활 방식의 전환'이 이러한 태도이다. 그래서 수도 생활의 궁극적인 목표는 일부분의 사람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이 추구해야 할 목표인 것이다.

김오성 / 목사, 한국샬렘영성훈련원. 재속 수도 공동체를 탐색하면서 수도 영성에 대한 탐문을 계속해 오고 있다.

6월 2차 모임 개요

일시: 6월 18일(목) 저녁 7:30
장소: <뉴스앤조이> 사무실
*숙대입구역(4호선) 10번 출구에서 5분 거리, 남영역(1호선) 1번 출구에서 10분 거리. 오시는 길(클릭)
진행: 김오성 목사(한국샬렘영성훈련원)
도서: <토머스 머튼>(키스 제임스, 비아)
회비: 5,000원
문의: 070-7872-2342, diakonos@newsnjoy.or.kr(정한철 기자)
■ 참가 신청하기(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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