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CC 반대 운동을 시작으로 가톨릭과의 일치 반대 집회 등을 이끌어온 송춘길 목사가 이번에는 동성애 반대 운동을 전개한다. 6월 9일, 성 소수자들의 퀴어 문화 축제가 열리는 서울시청광장 부근에서 기도회를 한다. 송 목사는 보수 신앙인들이 대거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2015 퀴어 문화 축제'가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6월 9일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16번째 문화 행사에는 1만 3000여 명의 성 소수자가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퀴어 문화 축제가 열리는 서울시청 부근에는 보수 교계 단체가 주최하는 행사도 열린다. 탈동성애인권기독협의회(상임고문 최홍준 목사)와 홀리라이프(대표 이요나 목사)는 청계광장에서 탈동성애 축제를, 에스더기도운동본부(이용희 교수)와 나라사랑&자녀사랑운동연대(송춘길 목사)는 대한문에서 기도회를 한다.

동성애 반대 행사에 이름을 올린 나라사랑&자녀사랑운동연대(운동연대)는 지난 2013년 WCC(세계교회협의회) 총회 개최를 반대한 WCC반대운동연대의 후신이다. 그러다가 지난해 'WCC&가톨릭정체알리기'란 단체로 이름을 바꿨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한국 천주교의 주도로 창립된 신앙과직제협의회를 배교의 산물이라고 비판하고, 가톨릭 반대 집회도 열었다. (관련 기사: 가톨릭 반대 집회에 1만여 명 운집)

지난해 12월, 서울시가 서울시민인권헌장을 제정하려고 하자 운동연대는 적극 반대했다. 헌장 조항에는 '성별, 종교, 장애, 성적 지향' 등 차별 금지 사유를 담은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운동연대는 '성적 지향'이란 단어가 동성애를 조장한다며 헌장을 반대했다. 보수 시민 단체와 함께 서울시장 규탄 집회를 벌였고, 헌장은 결국 철회됐다. 동성애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한 운동연대는 명칭을 'WCC&가톨릭정체알리기'에서 '나라사랑&자녀사랑운동연대'로 바꾸고 활동을 이어 나갔다.

운동연대의 중심에는 송춘길 목사(60)가 있다. WCC 반대 운동을 시작으로 가톨릭 반대 집회 등을 이끌었다. 여기에 수천 명의 보수 개신교인이 동참했다. 퀴어 문화 축제가 열리는 9일, 대한문에 10만 명이 모일 것이라고 송 목사는 말했다.

6월 5일,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송 목사는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지만, 우리 조직망은 전국으로 연결돼 있다. WCC와 가톨릭을 반대했던 보수 신앙인이 대거 참여한다"고 말했다.

"이유 불문, 동성애는 사형에 해당하는 죄악"

운동연대는 퀴어 문화 축제가 열리는 첫째 날과 마지막 날 대한문에서 예배와 기도회를 개최한다. 서울시청광장과 인접한 관계로 성 소수자 측과의 충돌이 예상된다. 지난해 퀴어 축제를 반대하는 일부 개신교인은 피켓 시위를 하거나, 퍼레이드 현장에 드러누운 채 행진을 가로막았다.

송 목사는 '맞불 집회'가 아니기 때문에 작년과 유사한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성애자들을 혐오하거나 저주해 행사를 개최하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그는 퀴어 축제에 동참하는 이들 중 상당수가 젊은이들이라면서 이들을 죄악에서 구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했다.

"대한민국의 자식들이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인 동성애에 빠져 있다. 그냥 두고 보는 것은 부모로서 할 행동이 아니다. 잘못된 사상으로 인해 동성애가 확산하는데,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들에게 비난의 돌멩이를 던질 생각은 없다."

송 목사는 이유를 불문하고 동성애는 사형에 해당하는 죄악이라고 했다. '동성애가 만연하게 된 것은 타락한 사상을 가진 인권 운동가들 때문이라고 했다. 송 목사에 따르면, 타락한 인권 운동가는 인본주의와 공산주의 사상을 지지하는 사람들이다. 많은 사람이 타락한 운동가들로 인해 동성애에 넘어갔다며 동성애자들을 본래의 자리로 되돌려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 일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고 했다. 사회에 동성애를 조장하는 세력이 있다는 것이다. 송 목사는 "어느 순간 동성애자=성 소수자=사회적 약자라는 공식이 성립했다. '동성애자가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에 그들의 인권을 보호해 줘야 한다'고 말한다. 성을 이용해 사상 정치를 벌이는 아주 고약한 자들"이라고 말했다.

"동성애 조장하는 타락한 인권 운동가들"

▲ 송 목사는 동성애가 하나님의 '창조 질서'에 어긋나는 죄악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동성애는 '창조 질서' 개념에도 위배된다고 했다. 송 목사는 사람이 태어난 것은 남녀의 성관계로 태어났다면서 최근 아일랜드나 미국의 35개 주처럼 동성 결혼을 인정하기 시작하면 언젠가 인류는 멸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송 목사는 동성애가 확산된 것과 관련해 한국교회에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WCC 한국준비위원회가 2013년 부산 총회 개최를 앞두고 'WCC는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런데 실제 총회가 열리니까, 동성애자들을 위한 부스를 만들었다. 심지어 축제 기간 중 광화문에서 기자회견까지 했다"면서 한국 사회에 동성애가 번성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줬다고 했다.

메르스가 '퀴어 문화 축제'에 대한 하나님의 경고라는 일부 주장에 대해 성경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송 목사는 "비약적인 이야기다. 질병과 퀴어 문화 축제를 결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 다만, 재앙의 전초전이 될 수 있다. 지금 한국 사회는 죄악에 빠져 있고, 소돔과 고모라 때랑 다를 바가 없다. 성적으로 타락했다"고 말했다.

송 목사는 앞서 <뉴스앤조이>가 인터뷰한 이요나 목사처럼 동성애자들을 구원의 대상으로 이해했다. (관련 기사 : "불륜은 사랑이 아니듯, 동성애도 사랑 아냐") 동성애'와 '동성애자'를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했다. 동성애 확산을 막고, 죄악에 빠진 동성애자들을 구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목사의 가장 큰 바람은 국회가 차별금지법이 아닌 '동성애금지법'을 제정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 어렵더라도 언젠가는 이뤄 내야 할 과제라고 했다.

한편, 송 목사는 <뉴스앤조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이름과 나이 외에는 신상이 알려지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WCC와 가톨릭, 동성애 반대에 앞장서다 보니 신변의 위협을 당하는 일이 많아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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