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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자,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해야"

[인터뷰] 퀴어 문화 축제에서 축사하는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

박요셉 기자   기사승인 2015.06.05  17: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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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8일 밤 11시 50분. 수십 명의 사람들이 서울 남대문경찰서 앞을 지키고 있다. 몇 분 있으면 자정이 되는데 아무도 자리를 뜨려 하지 않는다. 이들은 모두 6월 28일에 거리 행진을 하겠다고 집회 신고를 하러 온 사람들이다.

6월 28일은 퀴어 문화 축제 마지막 날이다. 퀴어문화축제준비위원회(퀴어축제준비위)는 이날 퀴어 퍼레이드를 계획하고 있었다. 퀴어 문화 축제를 반대하는 개신교 단체 역시 같은 날 맞불 행진을 계획했다.

남대문경찰서는 5월 중순께 집회 신고 방침을 갑자기 변경했다. 모든 집회 신고를 한 달 전 0시부터 순번에 따라 접수하겠다고 한 것이다. 이러한 방침이 알려지자, 양측은 행동에 나섰다.

퀴어축제준비위와 개신교 단체는 5월 21일부터 남대문경찰서 앞에서 진을 쳤다. 서로 먼저 집회를 신고하겠다고 일주일 넘게 경찰서 앞에서 노숙하며 줄을 섰다.

결국 경찰은 6월 28일에 하겠다는 모든 집회를 불허했다. 집회 참가자들이 서로 충돌하고 교통 혼잡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날 퀴어축제준비위 측에서 온 사람들 중에는 개신교 목회자도 있었다.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다. 그는 개신교 안에서 성 소수자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목사들 중 하나다.

   
▲ 지난 5월 16일 '국제 성 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문화제 모습이다. 임보라 목사는 종교계 대표로 나와 차별과 혐오를 멈추라고 발언했다. (사진 제공 박김형준)

작년 말 임 목사는 서울시가 서울인권헌장 제정을 취소하자 몇몇 활동가와 함께 서울시청 로비에서 일주일 동안 농성했다. 이후 서울시장이 성 소수자 인권 단체 대표들과 면담할 때에도 종교계 대표로 동석했다. 지난 5월 16일 '국제 성 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문화제에서는 대표 발언자로 나와 차별과 혐오를 멈추라고 외쳤다. 올해 제16회 퀴어 문화 축제 개막식에서는 종교계 대표로 축하 메시지를 전한다.

<뉴스앤조이>는 퀴어 문화 축제를 앞두고 있는 임보라 목사를 만났다. 임 목사가 성 소수자를 지지하는 이유와 목회 현장에서 이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물었다. 인터뷰는 6월 4일 섬돌향린교회에서 진행했다.

- 지금까지 성 소수자를 위해 여러 활동을 해 왔다. 언제부터 성 소수자를 위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나.

2008년부터다. 당시 차별금지법 입법이 예고되자 보수 개신교 단체들은 입법을 반대했다. 차별금지법이 동성애를 확산시킨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당시 이들은 동성애를 죄라고 말하거나 탈동성애 활동을 하면 처벌받는다고 생각했다.

기독교는 차별을 반대하는 종교다. 차별받는 사람이 있다면 오히려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 주는 게 하나님의 뜻이다. 그런데 성 소수자를 대하는 한국교회 모습은 그렇지 않다. 이들을 죄인으로, 교정 대상으로 여긴다. 상담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런 부분에 문제의식을 갖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차별없는세상을위한기독인연대도 이때 만들어졌다.

- 성 소수자들이 실제로 차별을 겪고 있나.

그렇다. 성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이들이 가정이나 학교, 회사에서 받는 차별이 심각하다.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것을 가족에게 밝히면 대부분 이들의 성적 지향을 존중하지 않고 고치려고들 한다. 회사에서 상사에게 모욕적인 말을 듣거나 부당 해고를 당한다.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한다. 아직 우리 사회는 성 소수자들이 커밍아웃했을 때 겪게 되는 폭력이 심각하다.

동성애를 반대하는 개신교인들의 말을 들으면 이런 사태를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들은 "성 소수자들이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 "탄압을 받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 일부러 이런 현실을 외면하는 건지, 아니면 정말 몰라서 그렇게 말하는 건지 궁금하다.

- 다음 주에는 퀴어 문화 축제가 열린다. 종교계 대표로 개막식에서 축하 메시지를 전한다고 들었다.

퀴어 문화 축제는 올해로 16회를 맞이한다. 한국에서 퀴어 문화 축제가 열린 지 16년이나 됐다는 사실은 아마도 잘 모를 거다. 기록에 보면 첫 회 참석자가 50명이었다. 작년에는 1만 5,000명이 참석했다. 이전과 달리 퀴어 문화 축제는 수많은 시민들이 지지하는 커다란 축제로 자리 잡았다. 외국 대사관과 구글 같은 기업들은 공식적으로 지지를 표명하고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퀴어 문화 축제는 성 소수자들이 일 년에 딱 한 번 자긍심을 내세우는 날이다. 이들 중에는 자신의 정체성을 감춘 채 사는 경우가 많다. 이날만큼은 이들이 모두 거리로 나와 억압에서 벗어나는 시간이다. 자기 존재를 드러내어 성 소수자들도 일반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 주는 날이다.

- 올해 들어 보수 개신교 단체가 유난히 퀴어 문화 축제를 반대하고 있다. 그 이유는 작년에 열린 퍼레이드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참가자들의 노출이 심하다며 축제가 문란하고 퇴폐적이라고 비난한다.

그런 지적이 있다는 건 알고 있다. 특히 엉덩이가 노출된 옷을 입은 남성, 속이 비치는 옷을 입은 여성, 상의를 벗은 남성들이 트럭에서 선정적인 춤을 추는 모습이 문제가 되었다.

성 소수자 단체들 사이에서도 이들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굳이 그런 옷을 입었어야 했느냐고. 그런데 이들이 왜 이런 옷을 입었을까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차별과 혐오에 저항하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다.

   
▲ 임 목사는 아직도 우리 사회는 성 소수자들이 자기의 정체성을 드러내 놓고 살기 어렵다고 했다. 차별 때문이다. 임 목사는 기독교는 차별을 반대하는 종교라고 했다. 차별받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 주는 것. 그것이 교회의 역할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성 소수자 문제 쉬쉬하는 게 능사는 아냐

- 좀 헷갈린다. 성 소수자의 인권을 보장하고 혐오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은 일부 개신교인들도 공감한다. 그러면 동성애는 어떻게 봐야 하나. 보수 기독교인은 성서가 동성애를 죄악이라고 말한다고 믿는다.

동성애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종종 드는 예가 소돔과 고모라 얘기다. 두 도시는 동성애가 만연했기 때문에 하나님의 심판을 받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성경에 소돔과 고모라가 가난한 사람을 돌보지 않고 탐욕이 가득했기 때문에 멸망했다고 나온다.

보수 개신교 단체는 동성애를 왜곡해서 사람들을 자극한다. 마치 문란하고 퇴폐적인 취향인 것처럼 말이다. 어떤 단체의 자료를 보면 동성애자들이 어두운 곳에서 집단으로 성관계를 맺길 좋아한다고 나와 있다. 또 동성애는 각종 성병과 에이즈를 일으킨다는 논리를 펼친다. 이들의 말만 듣는다면 누구든 동성애에 안 좋은 시각을 가질 거다.

- 현재 시무하는 섬돌향린교회는 어떤가. 성 소수자들이 있다고 들었다. 교인들 중에 이를 어려워하는 이들도 있지 않나.

섬돌향린교회는 성 소수자들이 많이 다니는 교회로 알려져 있지만, 교인들 중에는 종종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있다. 교회가 성 소수자 인권을 너무 강조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끼는 것이다. 같이 밥 먹고 성경 공부하던 교인들이 게이,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 놀라는 이도 있다. 보수 단체가 교회 게시판에 악성 글을 올리며 교회를 공격할 때도 일부 교인들이 힘들어했다.

모든 갈등은 공동체 안에서 해결하려고 한다. 전 구성원이 모여 불편하고 힘든 부분을 솔직하게 나누며 문제를 풀려고 한다.

   
▲ 임 목사가 시무하는 섬돌향린교회 게시판 모습. 곳곳에 성 소수자를 위한 기관이나 행사를 알리는 게시물이 보인다. 임 목사는 교회가 성 소수자의 존재 자체를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 일부 교회는 성 소수자를 품는 이유가 이들의 성적 지향을 바꾸기 위해서라는 말도 있다.

최근 한국교회가 탈동성애에 집중하고 있다. 탈동성애 운동을 하는 이요나 목사 같은 경우에는 동성애자들이 자신의 성적 지향을 바꾸려고 1,000명 넘게 상담을 요청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나는 탈동성애 운동에 부정적이다. 굳이 성 소수자의 성적 지향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동성애가 선천적이냐 후천적이냐 가릴 것 없이 현재 본인이 받아들이고 있는 성적 지향성 그 자체를 존중해야 한다. 성 소수자들은 가정, 학교, 일터에서도 여러 갈등을 겪고 있다. 교회는 이들을 포용해야 한다.

이요나 목사는 그렇지 않은 걸로 알고 있지만, 다른 일부 탈동성애 단체는 동성애자에게 탈동성애를 강요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폭력이다. 억압이 심하면 성 소수자들이 우울증에 빠지고 자기 분열을 겪을 수 있다. 이에 못 이겨 자살하는 이도 있고, 바뀐 척하는 이도 있다.

- 교회가 동성애를 어떻게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먼저 교회 안에서 동성애를 어떻게 볼 것인지 동성애자를 어떻게 대할 것인지 공식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이웃 종교인 가톨릭은 1960년대부터 성 소수자를 위한 사목 지침을 만들어 왔다. 이들은 동성애자의 성향 그 자체를 인정하고 바꾸려 하지 않는다.

먼저 목회자들이 성 소수자 문제를 덮지 않고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양쪽에서 주장하는 바를 듣고 교인들과 자유롭게 얘기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교회는 교인 중 누군가가 자신이 성 소수자라고 고백한다면,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성 소수자를 정죄하며 회개를 강조할 게 아니라 그 존재 자체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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