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알려진 황교안 법무장관이 5월 21일 박근혜 정부의 6번째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다.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 초대 법무장관에 임명된 지 2년 3개월 만에 국무총리로 전격 발탁된 것이다. 황 장관은 검찰 재직 당시 신우회 조직에 앞장서고, 야간 신학대학원을 다녔다. 현재 목동 성일침례교회에서 전도사로 사역하고 있다.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 청문회를 앞두고 주요 언론은 황 장관의 종교적·정치적 편향성이 문제 될 것으로 예측했다. 검찰 퇴임 후 17개월 만에 16억에 가까운 변호사 수임료를 받은 것을 비롯해 군 면제, 편법 증여 의혹 등이 인사 청문회의 쟁점이 될 것으로 봤다.
황 장관은 지난 2013년 법무장관 인사 청문회에서 종교 편향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과거 그가 쓴 글들이 문제가 됐다. 2004년 민영 교도소를 운영하는 재단법인 아가페 소식지에 "재소자들을 기독교 정신으로 교화해야만 확실한 갱생이 가능하다", "엄청난 재범률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복음뿐이다", "(전국 45개 교도소에 수용되어 있는 6만여 명) 그들을 주님께로 인도해야 한다"고 썼다.
2012년에 써낸 <교회가 알아야 할 법 이야기>도 논란이 됐다. 황 장관은 이 책에서 "헌법재판소가 주일에 공무원 시험인 사법시험을 치르는 것이 합헌이라고 결정한 것은 유감이다"(48쪽), "교회를 노동법상의 사용자로, 교회 직원을 노동법상의 근로자로 보는 것은 심히 부당한 결론이다"(172쪽), "목회자의 사례비는 일반 급여와 그 성격이 현저히 다르고, 그 원천이 된 성도들의 헌금에 대하여 이미 성도들이 세금을 납부한 것일 뿐 아니라, 종교 자유의 보장을 위해서도 소득세 비과세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181쪽)고 썼다. (관련 기사: 황교안 후보자에 대한 변명과 권고)
28년간 검찰에서 재직한 황 장관은 공안통으로 통한다. 지난 2005년, 6·25 전쟁은 통일 전쟁이라고 발언한 강정구 교수(동국대)의 구속 수사를 주장하며 당시 천정배 법무장관과 대립했다.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을 빚기도 했다. 삼성 X 파일 사건과 관련해 이를 보도한 기자들은 기소한 반면, X 파일에서 거론된 떡값 검사들과 삼성 경영진에게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또, 2009년 저술한 <집회시위법 해설서>에서는 4·19 혁명을 '혼란'으로, 5·16 군사쿠데타를 '혁명'으로 표현했다. 용산 참사의 원인은 농성자들의 불법 행위와 폭력성에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이끌어 낸 뒤 '미스터 국가보안법'이란 애칭까지 얻었다.
▲ 황교안 총리 지명자가 2011년 부산 호산나교회에서 특별 강연을 하는 장면. 그는 여기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동영상 출처 경향신문) |
공안 분야를 수사하며 승승장구했지만,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시절 진급 누락의 아픔을 맛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11년, 황 장관은 부산 호산나교회 특별 강연에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두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공안 검사라는 이유만으로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김대중 씨는 계속 재야 활동을 했기 때문에 경찰에서도 조사받고 검찰에서도 조사받고, 정부하고는 계속 갈등했던 분 아닙니까…검찰과 야당 사이에 적대 관계가 심했는데 이런 분이 딱 대통령이 되고 나니까 그 당시 서울지검 공안부에 있었던 검사들은 물론 소위 '공안통'으로 이름나 있는 검사들은 전부 좌천되는 거예요."…"노무현 대통령은 검찰에 의해 구속까지 됐던 분이에요. 이런 분이 대통령이 되니까 공안부에 오래 있던 사람들에 대해 또 곱지가 않겠지요."
새 국무총리 후보에 황교안 법무장관이 발탁된 것과 관련해 교계 반응은 엇갈렸다. 일부 교계 인사들은 황 장관이 지난 2년간 공안 정국을 형성한 것과 과거 출판물을 통해 밝힌 역사관 등을 문제 삼았다.
전 교육부총리 한완상 박사는, 현재 박근혜 정부 과제가 국민 통합, 경제 회복, 남북 관계 개선 등인데 황교안 장관을 총리로 세운다고 해서 개선될 여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특히 지난 2년간 황 장관에 의해 공안 정국이 형성됐고, 표현의 자유도 위축됐다면서 이런 인물이 국무총리에 내정된 것 자체가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청어람ARMC 양희송 대표도 공안 통치를 지속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 주는 것이라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황 장관의 역사의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 국사편찬위원장 이만열 교수는 4·19혁명을 '혼란'으로, 5·16군사쿠데타를 혁명이라고 한 황 장관의 역사의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의 뿌리가 되는 민자당 시절에 정리·합의가 된 사안이라며 공인이라면 역사관을 제대로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일부 교계 단체는 황교안 장관의 국무총리 내정을 환영하며 국정을 제대로 다스려 달라고 주문했다. 한국교회연합(양병희 대표회장)은 "독실한 기독교인인 황 총리 후보자가 전임 총리의 사퇴로 인한 공백을 최소화하고 민심을 추슬러 청렴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앞장서 달라"고 했다. 샬롬을꿈꾸는나비 상임대표 김영한 교수는, 억눌리고 그늘진 곳에서 신음하는 약자를 위한 정치를 황 장관이 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