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과 불교에서 내부 개혁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우리 일만 신경 쓰느라 몰랐는데, 이웃 종교의 사정도 녹록지 않나 봅니다. <뉴스앤조이>가 가톨릭과 불교의 내부 사정을 취재했습니다. 개혁을 외치는 사람들을 만나,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앞으로 네 편의 기사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 가려 합니다. 첫 번째 기사는 가톨릭과 불교의 부패상을 지적하는 기사입니다. - 편집자 주

한국 개신교가 타락했다는 말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신자와 비신자를 가리지 않는다. 개신교인들이 "다 그런 건 아니다"라고 해명할 수 있고, 한편으로는 맞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터져 나오는 목회자의 비리와 교회의 이기적인 모습은 해명을 변명으로 만든다. 할 말 없어진 개신교인의 변, "다른 종교도 다 똑같은데 왜 유독 개신교만 까냐!"

자성할 줄 모르는 개신교인의 모습은 안타깝지만, 이 말이 틀린 것 같지는 않다. 가톨릭과 불교의 비행이 잊을 만하면 신문 지면을 장식하기 때문이다. 남의 종교 일 신경 쓰지 말고 우리나 잘하자고 생각하지만 마음이 씁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대한민국 3대 종교인 개신교, 불교, 가톨릭. 이 세 종교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따갑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갤럽)가 올해 1월 발간한 <한국인의 종교>를 보면, 상세한 지표를 알 수 있다. "요즘 우리 주변에 품위가 없거나 자격이 없는 성직자가 얼마나 많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22%가 '매우 많다'를, 65%가 '어느 정도 있다'를 선택했다. 국민 87%가 자격 미달 성직자가 많다고 인식한다는 것이다. 갤럽은 이렇게 정리했다.

"자격 미달 성직자가 흔하다는 의견은 1984년 65%, 1989년 71%, 1997년 79%, 2004년 87%까지 꾸준히 늘었지만 2014년 조사에서는 답보했다. 이러한 결과는 자격 미달 성직자가 더 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이미 10년 전부터 우리 국민 열 명 중 아홉 명이 자격 미달 성직자가 많다고 느끼고 있어 더 이상 나빠질 여지가 없음을 의미한다."

종교 불신 현상은 요 몇 년 사이의 일이 아니다. 의식 있는 신자들은 철저한 자기반성과 교단·종단 내부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성직자로 불리는 종교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왜 이런 참담한 결과들이 나오게 됐을까. 이번 기사에서 가톨릭과 불교의 타락상을 짚어 볼 것이다. 개신교는 <뉴스앤조이>가 이미 닳고 닳게 다뤘으니 더 말해 무엇할까.

자격 미달 승려들의 정치 싸움판

▲ 초파일이 코앞이다. 조계사는 다채로운 연등으로 뒤덮였다. 그러나 현재 불교는 동국대 총장 선출 문제로 드러난 종단 승려들의 부조리와 비윤리적인 모습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한국 불교는 대한불교조계종(조계종·자승 총무원장)의 비율이 90%다. 일반적으로 '불교계'라고 할 때는 조계종을 의미한다. 요즘 불교계의 가장 '핫'한 이슈는 동국대학교 사태다. 동국대 대학원 총학생회장이 15m 높이의 학교 조명탑에 올라가 고공 농성을 한 지 한 달째다. 많은 교수와 동문, 학생이 이 농성을 지지하며 단식, 시위 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동국대 총장 선출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작년 말부터 하마평에 오른 총장 후보자 셋이 있었다. 지난 12월 11일, 자승 스님을 포함해 조계종 총무원 최고위급 스님 5명이 가장 유력한 후보였던 인사를 만났고, 그 후보는 그날로 후보를 사퇴했다. 동국대 구성원 사이에서는 종단 지도자들이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총무원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마침 다른 한 후보도 사퇴했다. 보광 스님만 후보로 남게 됐는데, 그는 작년 총무원장 선거 당시 자승 스님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던 인사다.

또 한 가지 문제는 보광 스님이 논문을 표절했다는 점이다. 보광 스님은 해당 논문을 철회했지만, 동국대 구성원들은 "지금까지 가만히 뒀다가 표절로 밝혀지니 철회한 사실만 봐도 총장으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교수들이 릴레이 단식을 벌이고, 총학생회장이 조명탑에 올랐다. 그러나 동국대 이사회는 5월 2일 보광 스님을 18대 총장으로 선출했다. 반발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건 보광 스님만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동국대 이사장 일면 스님은 1980년대 중반부터 10여 년간 흥국사 주지로 재직할 당시, 1792년 제작된 탱화를 절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04년 이 사건을 조사한 혜문 스님이 최근 이를 폭로했다. 동국대 이사들 중에는 모텔을 운영하고 룸살롱과 소주방에 세를 주고 있는 승려도 있고, 간통죄로 피소당한 적이 있는 승려도 있고, 분양 사기와 횡령 등으로 구속된 전적이 있는 승려도 있다. (관련 기사: '표절' 스님 오신 날? <시사인>)

▲ 시사 주간지 <시사인>은 지난주 발행한 401호 커버 스토리로 조계종 이야기를 다뤘다. 동국대 사태와 더불어 종단 승려들의 타락상을 꼬집었다.

말하기도 낯 뜨거운 일들이 승려 사회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는 추문이 끊이지 않는다. 2012년 터진 '백양사 도박 사건'은 유명한 예다. 판돈이 수천만 원이었다는 것도 황당하지만, 이는 백양사 방장 후계자를 놓고 두 세력이 정치 싸움을 벌이던 중 일어난 일이다. 한쪽이 다른 한쪽의 동향을 파악하려고 몰래 CCTV를 설치했는데, 여기에 도박 장면이 딱 걸린 것이다. 결국 폭로한 쪽도 폭로당한 쪽도 사회 법으로 처벌받았다.

종단을 이끌고 있는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비롯해 총무원 핵심 간부들도 도박, 은처(隱妻: 감춰 둔 아내), 금권 선거, 동료 승려 폭행 등의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몇몇 스님은 이들과 함께 미국으로 필리핀으로 자주 오가며, 도박과 술, 여자를 즐겼다고 폭로했다.

구체적인 진술과 정황이 제시되었는데도, 이런 승려들은 여전히 총무원의 요직을 꿰차고 있다. 승려들을 징계할 수 있는 호법부가 있지만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다. 불교 개혁을 외치는 한 신자는 "지금 총무원은 자승 스님을 중심으로 정치권력이 정리된 상태다.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고 말했다.

종단 지도부나 대형 사찰 주지 등 권력 있는 승려들만 문제를 일으키는 게 아니다. 부처님의 가르침과 다르게, 신도들의 세속적인 성공 따위를 빌어 주면서 돈을 받는 승려들이 태반이다. 좀 더 나가면 점을 쳐 주면서 돈을 버는 승려도 있다. 강단에서 그리스도의 복음과는 상관없이 복을 파는 목사들을 가짜라고 하듯, 불교계에도 가짜 중, '땡중'들이 널렸다.

초파일이 다가오면서 어디를 가나 연등이 걸렸다. 조계종 총무원이 있는 조계사는 수천 개의 연등으로 뒤덮였다. 불교의 창시자가 태어난 날을 기념하는 행동에 재 뿌릴 생각은 없다. 그러나 연등 하나하나에는 일신의 성공과 안락을 요구하는 기복적인 모습만 넘친다.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하며 고통 가득한 이 땅에서 중생들을 구제한 그의 가르침을 기억하는 것보다는, 세속적인 복을 빌어 주며 한 해 장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을 만한 모습이다.

사업하는 사제들, 가난한 자를 위한 종교는?

▲ '가난한 자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는 신자와 비신자, 타 종교인을 불문하고 감동을 주었다. 한국 가톨릭은 정부에도 직언할 줄 아는 올곧은 이미지다. 그러나 내부 사정은 어떨까.

이번에는 가톨릭 차례다. 개신교 입장에서 가톨릭을 보면 뭔가 부럽기도 하다. 한국 가톨릭은 요 몇 년 사이 프란치스코 교황 때문에 뭇사람의 호감을 받고 있다. 교황은 지난해 한국을 방문해 세월호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행동을 여러 번 보였다. "가난한 사람을 위한 가난한 교회가 되라"는 교황의 가르침은, 신자와 비신자를 떠나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개신교가 '개독'이라고 불리는 데 비해 가톨릭의 이미지는 좋은 편이다. 한국 가톨릭의 부패상을 지적한 언론 보도는 찾아보기 힘들다. 간혹 서구에서 사제들의 유아 성폭행이 심각하다는 보도가 있기는 하지만, 한국 사제들의 윤리적인 문제가 언론 전면을 장식한 적은 없었다.

정말 없어서 그런 것이라면 좋겠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라고 한다. 가톨릭 내부 개혁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없어서 보도가 안 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보도되지 않는 게 더 문제"라고 말한다. 성, 재정 횡령, 해외 원정 골프 등 사제들의 윤리적인 문제는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개개인의 비행일 뿐, 교구 차원의 상업화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규모가 큰 교구들이 직접 운영하는 '사업'들이 가난한 자들이 아니라 부자를 위한 가톨릭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가톨릭은 전국 19개 교구로 이뤄져 있다. 규모가 큰 서울대교구나 인천교구, 대구대교구 같은 곳은 교구 재정을 안정적으로 마련한다는 명목으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서울대교구 소속인 학교법인 가톨릭학원은 2004년 주식회사 '평화드림'을 만들었다. 평화드림은 서울대교구에 소속된 성당, 병원, 학교 등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납품한다. 서울대교구는 성당 229개, 병원 8개, 대학교 2개 등으로 한국에서 가장 큰 교구다. 이를 수입원으로 평화드림은 가구나 가전 등은 물론, 의료, 출판, 여행, 레저, 상조 등 광범위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서울대교구장과 가톨릭학원 이사장은 염수정 추기경이고, 평화드림 CEO는 교구에서 파견한 신부다. 개신교와는 달리 가톨릭은 사제들의 이중직을 금지하는 법이 없어, 회장 신부, CEO 신부가 가능하다.

▲ 2002년 가톨릭중앙의료원 노동자가 총파업했다. 이들은 민주화의 성지인 명동성당 앞에서 농성하며, 서울대교구가 노조와 대화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당시 명동성당 주임신부는 농성장 해체를 위해 공권력 투입을 요청했다.

평화드림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인천교구도 주식회사 '바다의별'을 만들어 교구 내 기관들에 가구, 가전에서부터 자동차보험과 팩스 용지까지 납품한다. 인천교구의 주 사업은 인천 서구에 있는 '메디컬테마파크'인데, 이곳은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과 마리스텔라 실버 센터를 비롯해, 공연장, 레스토랑, 골프 연습장, 휘트니스 센터가 모여 있는 곳이다. 고가의 건강식품을 판매하기도 하고, 뷰티, 스포츠, 예술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인천교구가 메디컬테마파크를 만들려고 강원도 강릉에 있는 관동대학교를 무리하게 매입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관동대는 원래 개신교 학교법인 명지학원의 소유였는데, 법인의 재정난으로 학교를 매각했다고 알려졌다.

개혁을 외치는 사람들은 이런 모습들이 결코 가톨릭교회가 지향할 방향이 아니라고 얘기한다. 사업을 하다 보면 돈 없는 사람보다 돈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게 된다. 병원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필요한 것이지만, 메디컬테마파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약자를 대변하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가톨릭은 예전부터 노동자에게 인색한 모습을 보여 왔다. 강남성모병원은 2008년, 계약 기간이 만료됐다며 28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해고했다. 노동자들이 농성을 벌였지만, 병원은 용역을 동원해 농성 천막을 부쉈고, 병원의 소유주인 서울대교구는 침묵했다. 2002년에는 가톨릭중앙의료원 3개 직할 병원(강남·여의도·의정부) 노동자가 총파업하는 일이 있었다. 당시 조합원들이 서울대교구에 중재를 요청했으나 교구는 법과 원칙대로 처리했다며 움직이지 않았다.

때때로 가톨릭 주교회의는 한국 사회에 경종을 울릴 만한 결정을 내렸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일 때도, 주교회의는 4대강 사업을 반대한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주교회의의 결정은 권고 사항일 뿐, 실제 교구 운영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대외적으로는 그럴싸했지만 내부 운영은 달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난한 자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를 얘기했지만, 한국 가톨릭은 '부자를 위한 부자 교회'를 지향하고 있는 게 아닌가.

종교의 위기는 한국 사회의 위기

이런 소식을 듣고 혹시나 안도하거나 뿌듯해하는 개신교인들이 있을까. '거 봐, 우리만 그런 거 아니잖아' 하는 사람에게 내릴 처방전은 이 세상에 없을 것 같다. 종교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건, 그 사회가 망하고 있다는 징조다. 한국 종교의 위기는 곧 한국 사회의 위기다.

불행 중 다행인 건 자신들의 위기를 직감하고 이를 고치려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다. 어떤 것을 개혁해야 할까. 이웃 종교의 부패상을 들여다보니, 개신교와 공통점도 있고 차이점도 있다. 다음 기사에서는 개혁의 과제들을 짚어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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