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교단에 따라 동성 결혼을 허용하는 곳도 있고, 동성애자를 성직자로 안수하는 곳도 있다. 신앙을 가진 성 소수자를 똑같은 기독교인으로 인정하는 추세지만 현장에서 들려오는 반대 목소리도 만만찮다.

▲ 실비아 앤 드리스켈(Sylvia Ann Driskell)이라는 여성은 '동성애가 죄인지 아닌지 법원이 가려 달라'며 자신이 살고 있는 네브래스카 주 법원에 소를 접수했다. 자신을 하나님과 그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대리인이라고 표현한 이 여성은 성경 구절을 인용하며 동성애가 명백한 죄라고 주장했다. (드리스켈 소장 갈무리)

5월 1일, 중부 네브라스카 주 오마하지방법원은 특이한 소장을 받았다. 고소인은 실비아 앤 드리스켈(Sylvia Ann Driskell)이라는 여성이다. 그는 자신이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의 대리인이라고 주장했다.

드리스켈이 고소한 사람들은 '동성애자'다. 그런데 특정인을 지목한 것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동성애자를 피고소인 명단에 올렸다. 변호인 없이 손수 소장을 작성해 제출한 드리스켈은 자신이 생각할 때 동성애는 분명 죄라면서 법원이 직접 동성애가 죄인지 아닌지 판단해 달라고 했다.

동성애가 죄라고 주장한 근거를 성경에서 찾았다. 드리스켈은 레위기와 로마서에 나온 "동성애는 가증스러운 행위"라는 구절을 인용했다. 성경에 분명하게 '죄'라고 언급되는데 동성애자와 지지자들이 모른 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드리스켈은 법정에서 동성애자를 만나고 싶어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5월 7일, 연방법원은 이 사건을 각하했다.

드리스켈이 개인 차원에서 반대 발언을 해 주목을 받았다면, 플로리다 주 잭슨빌 시의 제일보수침례교회는 교회 앞에 내건 안내판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안내판에 "동성애자들은 회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두 지옥에 갈 것"이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10년째 교회 인근에서 살고 있는 케이트 도빈스(Cate Dobbins)가 안내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사랑'을 이야기하는 교회에 혐오 메시지가 걸려 있어 놀랐다고 했다. 도빈스는 교회에 직접 전화해 기독교가 말하는 '사랑'의 가치에 위배되니 간판을 내려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교회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러자 도빈스는 온라인 서명 사이트 change.org에 교회가 내건 간판을 내려 달라는 글을 올리고 지지자를 모집했다. 그는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요 13:34)"는 구절을 인용하며, 성경에 동성애자와 지옥이 같은 문장 안에 언급된 경우는 없다고 주장했다. 총 1,000명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목표인데, 4일 만에 755명이 서명했다.

논란이 커지자 제일보수침례교회 진 영블러드(Gene Youngblood) 담임목사는 보도 자료를 통해, 종교적 표현의 자유를 주장했다. 그는 동성애 반대 메시지를 쓴 것은 헌법이 보장한 종교의 자유 차원에 해당한다고 했다. 동성애자가 지옥에 간다는 내용을 성경에서 찾을 수 있다면서 도빈스의 주장을 반박했다.

영블러드 목사가 여론의 뭇매에도 반동성애 입장을 고수한 것과 달리 유동적인 모습을 보이는 교회도 있다.

▲ 에릭과 리치 맥카프리(Eric and Rich McCaffrey)는 동성 부부다. 이들은 15년 동안 연인으로 지내다가 지난해 뉴욕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그리고 올해 잭(Jack)이라는 아들을 입양했다. 맥카프리 부부는 아들도 자신들처럼 유아세례를 받기 원했다. (에릭 맥카프리 페이스북 갈무리)

제일보수침례교회에서 2시간 거리에 있는 올랜도 시에 사는 에릭과 리치 맥카프리(Erick and Rich McCaffrey)는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린 동성 부부다. 15년 동안 연인으로 지내던 이들은 지난해 뉴욕에서 식을 올리고 올해 1월, 잭(Jack)이라는 남자아이를 입양했다.

부부는 아들과 함께 성공회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 성공회가 그나마 동성애자들에게 우호적인 것을 감안했다. 미국 성공회는 현재 성직자가 동성 결혼의 주례를 허용하고 있고, 동성애자가 성직자가 될 수 있다.

교회를 다니던 맥카프리 부부는 아들도 자신들처럼 유아세례를 받기 원했다. 이 교회 클라크(Clark) 신부와 논의 끝에 4월 19일로 세례 날짜를 잡았다. 두 아빠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초대장을 발송하고 아들의 세례식을 준비했다.

예정된 세례식 3일 전인 16일, 리치와 에릭은 클라크 신부의 전화를 받았다. 아들 잭에게 유아세례를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몇몇 교인들이 이 세례식을 반대한다고 했다. 동성 부부의 아이에게 세례를 주는 일은 교회에서 처음 있는 일인데, 그런 일로 대중의 주목을 받고 싶지 않다는 이유였다.

실망한 리치 맥카프리는 이 일의 전후 사정을 공개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 계정에 올린 글에서 "우리가 그랬듯이 잭 또한 기독교 신앙을 가진 아이로 키우고 싶었던 것이 에릭과 내가 원한 전부"라고 했다.

유아세례를 주기로 했다가 번복한 일이 알려지자 여론은 맥카프리 부부 쪽으로 기울었다. 이들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플로리다 주 교구 그레그 브루어(Greg Brewer) 주교가 직접 이들을 만났다. 브루어 주교는 맥카프리 부부와 만난 자리에서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교회의 대응 방법이 미숙했다며 사과했다. 그리고 오는 6월 잭의 세례식을 거행하기로 했다.

위의 세 경우는 현재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동성애 관련 이슈들 중 일부에 불과하다. 미국 전역에서 동성 결혼을 인정할 것인지를 심리한 연방대법원이 6월 중에 결론을 발표하기로 한 가운데, 미국 언론은 보수 기독교계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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