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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종·임시직, 한국교회 부목사의 자화상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목회자 950여 명 설문 결과 발표…부교역자에 인식·처우 개선 필요

박요셉 기자   기사승인 2015.05.08  23:5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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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가자들은 부교역자 처우 문제를 공론화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교단 차원에서 이들을 위한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한국교회 부교역자 10명 중 6명이 경제 상황이 어렵다고 느낀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공동대표 박은조·백종국·임성빈·전재중)이 지난해 12월 8일부터 올해 1월 11일까지 전국에 부교역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한국교회 부교역자의 사역 현황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다. 기윤실은 모든 응답을 분석한 결과 현재 부교역자 상당수가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고, 인격적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5월 8일 알렸다.

   
▲ 조성돈 교수는 "부교역자들의 고용 불안정은 오늘날 교회가 부교역자를 그저 사역을 위해 소비하는 인력으로 인식하는 것을 보여 준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기윤실은 이날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설문 조사 결과를 두고 '한국교회 부교역자를 생각하다' 심포지엄을 열었다. 기윤실 교회신뢰운동본부장 조성돈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가 조사 결과를 분석해 발표했고, 배덕만 교수(건신대학원대학교)·고형진 목사(강남동산교회)·강문대 변호사(법률사무소 로그)가 각각 신학자·목회자·법률가의 입장에서 본 부교역자들의 처우 문제와 대안을 얘기했다.

설문 결과에서 부교역자들의 월 평균 사례비는 전임목사 204만 원, 전임전도사 148만 원, 파트타임전도사 78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보건복지부 최저생계비보다 많고(4인 가족 기준: 166만 원, 3인 가족 기준: 136만 원), 법원 기준에는 못 미치는 수치다(4인 가족 기준: 250만 원, 3인 가족 기준: 204만 원). 이들 중 절반 이상이 현재 사례비가 실제 생활하는 데 부족하다고 답했다(55.7%).

반면, 설문에 응답한 부교역자들이 소속한 교회 담임목사의 월 평균 사례비는 395만 원으로 집계됐다. 500만 원 이상이라고 답한 사람은 4명 중 한 명꼴이었다(26.4%). 전임목사의 월 평균 사례비 두 배 가까이 되는 액수다.

조성돈 교수는 "부교역자들이 받는 사례비가 부당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넉넉하지는 않다. 교역자니까 가난하게 살아야 한다는 전제가 깔린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부교역자와 담임목사의 대우 차이도 지적했다. "전임목사가 담임목사만 되면 사례비와 혜택이 급격히 증가한다. 이것은 결국 부교역자들의 처우가 개선되지 않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담임목사가 되면 부교역자 때보다 훨씬 나은 대우를 받기 때문에 담임목사나 부교역자 모두 현재 부교역자들의 적은 임금을 한때로 여긴다"고 했다.

   
▲ 고 목사는 현재 부교역자들의 처우 문제는 담임목사에게 책임이 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적은 임금도 문제지만 많은 부교역자들이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설문 결과 나타났다. 응답자 중 79.8%는 언제까지 사역할지 협의하지도 않고 사역한다고 답했다. 교회와 사역 기간을 협의했다고 응답한 부교역자들의 평균 계약 기간은 약 3년에 그쳤다. 사역을 관두면서 충분한 협의를 거쳤다고 말한 이는 14.6%에 지나지 않았다.

조성돈 교수는 "부교역자들의 고용 불안정은 오늘날 교회가 부교역자를 그저 사역을 위해 소비하는 인력으로 인식하는 것을 보여 준다"고 했다. 조 교수는 근무 기간이나 근무시간을 명시하여 계약서를 작성하는 등 교회 차원에서 이들의 권리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고 했다.

담임목사의 대우에 문제 제기를 한 이들도 많았다. 부교역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개선을 위해 필요한 조치 사항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중 22.9%가 "담임목사의 부당한 언행과 권위주의를 근절해야 한다"고 답했다. 부교역자들은 자신의 삶을 정의하라는 질문에 '종', '머슴', '노예'로 답했다(10.8%). '계약직', '비정규직', '임시직'이라는 대답이 2위, '담임목사의 종', '하인'이 3위를 차지했다.

   
▲ 배덕만 교수는 교회가 불평등과 모독의 현장으로 변질되었다고 지적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고형진 목사는 현재 부교역자들의 처우 문제는 담임목사에게 큰 책임이 있다고 했다. 고 목사는 "신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교회를 개척해 담임목사로 사역한 1세대 목사들이 마치 주종 관계처럼 부목사들에게 충성과 헌신을 강요했다. 그리고 이들 밑에서 사역한 부교역자들이 담임목사가 되면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고 목사는 부교역자를 보는 담임목사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부교역자를 담임목사의 사역을 돕는 동역자로 보고 수평적인 관계,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 함께 힘을 모으는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고 했다.

배덕만 교수도 "부교역자들이 담임목사가 부당하고 비인격적으로 대우한다고 응답한 것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그는 세상을 향해 평등과 존중을 설파해야 할 교회가 오히려 불평등과 모독의 현장으로 변질되었다고 지적했다.

배 교수는 각 교회와 담임목사들이 의식을 바꿔 부교역자들이 합당하게 대우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교단도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교회 사정 때문에 과도한 업무와 적은 사례비로 고생하는 부교역자를 위해, 교단이 동역자를 구해 주거나 사례비를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 강문대 변호사는 최근 대법원에서 목사를 근로자로 보는 판례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포럼에서는 부교역자를 근로자로 볼 수 있느냐는 주제도 다뤘다. 강문대 변호사는 "과거에는 목사를 성직으로 보는 시각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목사를 근로자로 인정하는 대법원의 판례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그는 법원이 부교역자를 근로자로 판단하는 기준은 교단 헌법과 상관없이 실제 근로 실태에 달려 있다고 했다. 부교역자들이 사역 대가로 사례비를 받고 교회 안에서 종속적 관계를 맺고 있으면 근로자로 판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강 변호사는 각 교회가 부교역자를 근로자로 평가받게 하지 않으려면 부교역자에게 상당한 재량권을 부여하고 그 지위를 보장하며 처우 개선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 설문 조사 결과 및 심포지엄 자료집 보기(기독교윤리실천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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