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독교 보수 단체들이 항의하자, 중앙아동전문상담기관은 정서 학대 유형에서 '보호자의 종교 행위 강요'를 삭제했다. 교육부도 각 교육청에 수정된 내용을 알리는 공문을 발송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자녀에게 종교를 강요하는 행위를 아동 학대로 규정한 정부 기관이 개신교 보수 단체의 반발에 부닥쳐 관련 조항을 삭제했다.

지난 3월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은 홈페이지에 아동 학대 예방 교육 자료를 게시했다. '보호자의 종교 행위 강요'를 아동 학대 중 하나인 정서 학대로 분류하고,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 대상이라고 소개했다. 교육부는 각 교육청에 '아동 학대 예방 및 신고 의무자 교육 실시' 공문을 보내,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자료를 교사와 학부모들에게 교육할 것을 지시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부 교계 보수 단체는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 한국교회언론회(유만석 대표)는 4월 17일 보건복지부와 교육부의 이번 조치는 건전한 종교를 권하는 부모들을 종교를 강제하는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이라고 논평했다. 선민교육학부모연합(이재흥 대표)과 선민네트워크(김규호 대표)도 같은 날 보건복지부는 종교 교육을 범죄시하는 관련 조항을 모두 삭제하라고 공동 성명을 냈다.

교계의 항의가 잇따르자,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은 정서 학대 유형에서 '보호자의 종교 행위 강요' 항목을 삭제했다. 교육부도 각 교육청에 정서 학대 유형이 변경됐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종교자유정책연구원(종자연)이 반발했다. 종자연은 4월 25일 논평에서,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일부 개신교 단체의 문제 제기를 그대로 수용하고 특별한 합의 없이 관련 내용을 삭제했다고 지적했다.

종자연은 "가족 구성원의 역할과 기능을 볼 때 자녀들은 부모의 종교를 따라 믿을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 있다", "무리한 종교의 강요는 오히려 자녀의 무한한 종교적 심성과 영적 성장의 가능성을 막고, 편협한 종교편식주의자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자녀들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균형 잡힌 시각으로 종교를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했다. 부모가 자신의 신앙을 자녀에게 전할 때 안내·소개·권유까지는 할 수 있어도 육체적·정신적으로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종자연은 2004년 강의석 군의 학교 예배 불참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단체로, 개인의 종교 자유와 정교 분리에 관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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