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특조위원 박종운 변호사가 이석태 위원장과 광화문광장에 나앉았다. 해수부 시행령(안) 폐기를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는 들은 체도 하지 않는다. 사진은 4월 30일 <뉴스앤조이> 주관으로 열린 촛불 기도회에서 발언하는 박 변호사. ⓒ뉴스앤조이 유재홍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이석태 위원장이 '정부 시행령 폐기'를 주장하며 4월 27일부터 광화문광장에서 노숙 농성을 하고 있다. '4·16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및 안전 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세월호특별법)을 무력하게 하는 해양수산부의 시행령(안)이 거의 그대로 통과될 기미가 계속되자 배수의 진을 친 것이다. 세월호 가족대책위도 해수부 시행령을 '쓰레기 시행령'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석태 위원장과 함께 일부 특조위원들도 광화문광장으로 나왔다. 이 중 박종운 변호사는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와 성서한국 이사 등을 지내며 교회 개혁을 위해서도 일해 온 인사다. 지난 11월 특조위원이 되면서 이런 직함을 모두 내려놓고 근무하던 로펌도 그만두었다. 그는 특조위 상임위원으로 위원장 직속 3개 소위원회(진상규명·안전사회·피해자지원) 중 안전사회소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4월 28일, 박종운 변호사를 광화문광장 농성 현장에서 만났다. 박 변호사는 지난 1년 동안 자신의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세월호에 진력했다. 그가 세월호 참사에 어떻게 관여해 왔는지, 어떻게 특조위 위원이 되었는지 들을 수 있었다. 박 변호사는 안전한 사회를 세우려 몸부림치는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온 국민이 감사해야 한다며, 기독교인들은 이들을 신원(伸寃)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 변호사와의 대화를 요약한 것이다.

▲ 박종운 변호사는 세월호특별법을 제정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사진은 광화문광장 한편에서 이석태 위원장과 박 변호사가 이야기하는 모습. ⓒ뉴스앤조이 구권효

- 참사 직후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일해 왔다. 특히 세월호특별법 제정에 힘쓴 것으로 알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가 작년 4월 17일부터 진도에 변호사를 파견하고 적극적으로 피해자 가족들을 위한 법률 지원에 나섰다. 4월 30일에는 전국 회원들을 대상으로 공익법률지원단을 모집했고, '세월호참사피해자지원및진상조사특별위원회'(세월호특위)를 구성했다. 나도 대한변협 소속으로, 세월호특위 대변인과 현장대응지원단장을 맡아 광화문, 국회, 안산, 진도에 변호사를 파견하는 일을 했다.

개인적으로 작년 4월 말부터 세월호 참사는 '특별법'을 만들어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유가족들은 특별검사제도(특검)나 국정조사를 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변호사들이 그 정도로는 안 된다고 설득했다. 과거에도 여러 차례 특검이 있었지만 효과를 본 적이 별로 없었다. 특히 작년 6월부터 시행된 특검법에 의하면, 특검은 추천위원회에서 2명을 추천한 후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 있다. 결국 대통령 입맛에 맞는 사람이 특검이 된다는 얘기다. 또 특검은 기본적으로 범죄행위를 조사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진상 조사뿐만 아니라 안전 사회 건설, 피해자 지원 대책을 논의하려면 특조위를 만들어야 했다.

나는 작년 5월 13일 특별법 초안을 만들어 대한변협 세월호특위에 제출했다. 그때부터 세월호특위 특별법제정팀이 생기고 팀장으로 일하게 됐다. 대한변협의 초안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만든 초안,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는 김희수 변호사가 만든 초안을 종합했다. 그것이 작년 7월, 가족대책위가 국회에 제출한 '4·16 참사 진실 규명 및 안전 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안)'이다. 이후 여당과 야당, 가족들의 줄다리기가 시작됐고, 지금의 세월호특별법이 제정된 것이다.

작년 11월 세월호특별법이 제정된 후에는 좀 쉬려고 했다. 그동안 회사(로펌) 업무를 거의 하지 못해서 선후배 변호사들에게 본의 아니게 폐를 끼쳐 미안한 마음이었다. 업무에 복귀해서 조금 일하고 있었는데, 대한변협 협회장이 특조위원으로 나를 지명했다(대한변협에서는 2명의 특조위원을 추천할 수 있었다). 특별법 제정 일선에서 일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연배도 적절하고 여러 가지 이유였다. 가족들도 그렇고 회사도 내가 특조위에서 일하는 것을 지지해 주었다. 내가 다니는 나들목교회(김형국 목사)에서도 나를 사회선교사로 파송해 주었다.

- 특조위 활동이 난항을 겪고 있다고 들었다.

특조위원의 정식 임기가 올해 1월 1일 시작이다. 임명은 3월에 됐지만 소급 적용하게 돼 있다. 임명장을 3월 5일에 받았는데, 그것도 대통령이 외유 나간 사이에 총리가 전달해서 받았다. 3월 9일 17명의 전원위원회가 구성돼서 위원장·부위원장을 선출하고, 3명 상임위원이 진상규명·안전사회·지원소위원장으로 지명됐다. 당장 직원들이 없으니 임시로 공무원 몇 명과 민간 전문위원을 데리고 일을 시작했는데, 조사가 아닌 그냥 일상적인 일밖에 할 수 없었다.

특조위가 이미 2월 17일에 시행령안을 비롯해 직제안, 예산안을 다 제출했다. 그런데 정부는 계속 시간만 끌었고, 갑자기 3월 27일 해수부가 특조위를 무력하게 하는 시행령안을 입법 예고한 것이다. 이후 유가족들이 삭발하고 국민들이 해수부 시행령안을 폐기하라고 요구했으나,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석태 위원장과 일부 위원들이 이제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4월 27일부터 농성을 시작한 것이다. (해수부의 시행령안은 4월 30일 차관회의에서 통과됐다. 5월 6일 국무회의에서 최종적으로 이를 다룰 예정이다. - 편집자 주)

▲ 박종운 변호사는, 진실을 규명하고 안전한 사회를 건설할 의지가 강한 유가족들에게 온 국민이 고마워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은 박 변호사가 농성장을 찾아온 사람들과 대화하는 모습. ⓒ뉴스앤조이 구권효

- 지난 1년간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일들에 깊숙이 관여해 왔다. 중심부에서 지켜본 느낌은 어떤가.

세월호 참사는 다른 참사와 조금 다르다. 수백 명의 사람이 배에 갇혀 있는데, 그 배가 가라앉는 걸 몇 시간 동안 전 국민이 생중계로 지켜봤다. 희생자 중 250여 명이 고등학생들이다. 그 충격이 국민적 트라우마로 남았다. 희생된 자녀의 부모들은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열망이 강했다. 이런 열망도 잠시 일어나다가 끝날 수도 있었지만, 변호사들이 법률 지원을 통해 피해자 가족들을 정부와 대등한 당사자로 만들었다. 여기에 '우리 아이도 이렇게 될 수 있다'는 전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에게 감사해야 한다.' 사실 부모들이 대단한 분들이다.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만 우리 자식들과 같은 죽음이 생기지 않는다는 열정이 강하다. 옛날에도 대형 참사가 많이 났다. 삼풍백화점 붕괴로 이보다 더 많은 사람이 죽었다. 그때마다 진상 규명이 제대로 되고 안전 사회 정책이 제대로 만들어졌으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때그때 미봉책으로 끝나 버리고, 보고서 나와도 적당히 없어져 버리고, 제대로 시행이 안 되니 여기까지 온 거다.

이번에야 말로 진실 규명과 안전 사회 구축이 이뤄진다면, 향후에는 더 이상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설사 불가피하게 발생하더라도 인적·물적 희생이 최소한 지금처럼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억울한 사람이 지금처럼 여기저기 쫓아다니면서 자기 권리를 주장해야 하는 게 아니라, 먼저 정부와 지자체가 모범적인 피해자 지원 대책을 가지고 배상·보상 문제를 풀어갈 수 있게 되는 거다.

누구 때문에 된 건가. 세월호 가족이 열심히 싸워서. 그 혜택을 누가 받나. 이미 하늘나라 가 버린 애들이 받겠나. 세월호 가족부터 시작해서 전 국민들과 우리의 후손들이 받는 거다. 이건 세월호 가족들한테 감사해야 할 일이지, "이제 그만해라", "귀찮게 떠들어 댄다" 이런 소리 할 건 아니다.

사람들이 정부가 무슨 책임이냐고 하는데, 정부에 책임이 있다. 배를 이렇게 부실하게 증·개축하고, 그런 배가 운행되고, 이런 과정에 다 잘못된 관행이 점철되어 있는 거고. 국가가 충분히 건질 수 있는, 구조할 수 있는 상황에서 아무런 조치 취하지 않고 지켜만 봤던 그게 어디 해경 정장만의 잘못이겠나. 당연히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 이건 법적으로 가도 배상 책임이 인정된다.

다만, 이제 국가가 책임을 어떻게 져야 하느냐.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을 해야 한다는 거다. 그걸 바탕으로 안전 사회에 대한 사전 예방, 사후 대응책이 나와야 이 사건의 의미가 있는 거다. 이번에 제대로 해서 안전 사회 대책이 나오면, 국민들은 4월 16일이 될 때마다 고마워해야 한다. 그들의 희생으로, 그들의 부모가 이렇게 싸워서 안전한 사회로 바꿔 놓았구나. 이렇게 돼야 한다.

- 이제 그만하라는 교회, 기독교인들도 많다. 상황을 잘 모르고 그만하라는 기독교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신앙이란 무엇인가', '하나님의 사랑과 공의, 평화가 무엇인가' 이런 고민을 조금이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주변에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하는 게 기본이다. 그리스도인이라면 억울하고 고난당한 사람들의 원통함을 풀어 줘야 - 신원해 주어야 한다. 나도 그런 마음으로 관여하고 있다.

성경을 조금만 읽어 봐도, 하나님은 모든 사람을 사랑하시지만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는, 과부나 이방인, 장애인, 고아들을 더 소중하게 여기신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평화로운 세상이 되려면, 인간끼리 평등하게 서로 대등한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누르고 있는 상황이라면 평화가 이뤄질 수 없다. 성경에는 이런 이야기가 수없이 나온다. "높은 산을 무너뜨려 낮은 골짜기를 높이시고". 이게 하나님의 정의고 평화다.

그런 정의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진상이 규명되도록 안전 사회가 이뤄지도록 기도하는 게 당연한 것이다. 혹시 아직까지 관심을 못 가진 사람이라면, 성경을 보면서 진중하게 세월호 사건을 생각해 봐야 한다. 세월호뿐 아니라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 자기보다 어려운 사람, 하나님 보시기에 더 끌어 올려야 할 만한 사람이 있다면, 그들을 돕고 함께 울어 주는 게 그리스도인의 자세다. 그게 예수님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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