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0일 손봉호 교수와 28명의 목회자가 만났습니다. '한국교회와 목회자의 설교'를 주제로 설교 학교 3강 공부를 함께 했습니다.

손봉호 교수는 한국교회 목회자의 설교가 가진 난맥상을 총 6가지로 나눠 설명했습니다. 강의 서두에 "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고 밝히긴 했지만, 하나하나 열거한 문제들은 그 누구도 예외일 수 없는, 설교자가 빠지기 쉬운 대표적인 곤경이고 유혹이었습니다.

▲ 멘토와 함께하는 설교 학교 3강. 손봉호 교수가 '한국교회와 목회자의 설교'를 주제로 강의했습니다. ⓒ뉴스앤조이 유재홍

한국교회 설교, 무엇이 문제인가

전 세계에서 설교를 가장 많이 하는 나라. 설교 횟수로만 보면 한국교회가 단연 1등입니다. 공예배는 물론이고 결혼식, 장례식, 돌잔치, 개업식 등 설교 없는 모임이 없습니다. 손봉호 교수는 "무엇이든 너무 흔하고 익숙하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면서 "한국교회는 설교의 본위가 약화되는 분위기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교회 설교자는 소진되기 십상입니다. 진지하게 설교를 준비할 겨를이 없습니다. 손봉호 교수 자신도 한 편의 설교를 준비하기 위해 4~5시간은 기본이고 길게는 이틀이 꼬박 걸린다고 했습니다. 그만큼 정성을 들여 준비해야 하는데, 현실은 오히려 매너리즘을 부추기는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손 교수는 설교를 과감하게 줄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한 본문을 교인들과 함께 읽는 것으로 설교를 대신할 수 있지 않겠는가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손봉호 교수는 두 번째로 한국교회의 지나친 감성주의를 경계했습니다. 소위 설교 시간에 은혜를 받았노라고 하면, 그것은 '감정적으로 많이 움직였다'는 뜻이 담겨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손 교수는 "감정을 자극하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감정에만 호소하는 것은 성경이 줄곧 강조하는 절제에 반하는 속임수에 불과하다"고 했습니다.

덧붙여서 설교자가 성경 본래의 의도를 그대로 전달하는 데 별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풍토에 대해서도 꼬집었습니다. 손 교수는 "기독교는 역사의 종교다. 2000년 배경을 지니고 있다. 그만큼 위대한 신학자들이 많다. 그들의 저작을 참고하고 연구하기 위해 애를 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손 교수는 공부의 부족 때문에 생기는 편협한 해석이나 일부 구절을 단순 논리로 무리하게 빗대는 사례를 문제 삼기도 했습니다.

▲ 예배 형식에 맞춰 으레 하는 절차, 교인들 기분 나쁘지 않게 하려는 달콤한 말, 감정에만 호소하는 속임수, 축복과 용서만 있지 야단과 경책은 빠진 아첨. 한국교회 설교의 민낯을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뉴스앤조이 유재홍

강의 후반부로 갈수록 설교의 문제가 곧 한국교회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자명해 보였습니다. 성경은 용서와 축복을 약속하지만 또한 동시에 꾸짖고 야단을 치기도 합니다. 그런데 경고와 심판의 메시지는 설교 시간에 찾아 들을 수가 없습니다. 온통 사랑과 위로만 가득합니다. 손 교수는 이것을 두고 "균형이 깨졌다"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교회를 예로 들었습니다. 하나님을 친구처럼 가깝고 편하게 대하는 문화가 널리 퍼졌습니다. 흔히 친한 친구를 부를 때 하는 호칭을 써 가면서 하나님을 부르는 경우도 있다 합니다. 심지어는 "미국 교회 목사들은 교인들이 하나님을 못 만나게 하는 대가로 사례를 받는다"는 말도 오간다고 합니다.

균형이 깨진 이유가 뭘까요. 손 교수는 설교자가 교인들에게 아첨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교인들을 기분 나쁘게 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왜 아첨을 하겠는가. 한두 사람이 아쉬운데, 한 사람이라도 더 붙들어 두려고 하기 때문이다"고 했습니다. 위로와 보호를 안겨 주는 친숙한 하나님 이미지는 결국 설교가 아닌 아첨의 소산인 셈입니다.

윤리, 도덕을 경시하는 태도 역시 똑같은 줄기에서 나온 나쁜 열매입니다. 좁은 의미에서의 종교 의식, 예를 들어 주일 성수, 교회 봉사, 십일조 생활은 강조하면서 넓은 의미에서의 종교 의식인 이웃과의 관계는 무시합니다. 손 교수는 "도덕은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고 하면서 "이웃에게 행복이나 이익을 가져다주지는 못할망정 최소한 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이 '도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손 교수가 말하는 부도덕은 바로 "이웃을 억울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만인을 억울하게 만드는 부정부패와 비리의 온상에 교인들이 다 이름을 내걸고 있습니다. 반성하는 모습조차 볼 수가 없습니다. 손 교수는 "교회가 어떻게 가르쳤길래, 양심의 가책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가"하고 개탄하면서, "이것은 심각한 결함이다"고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손 교수는 "설교자는 이 세상의 지식이 아닌 하나님의 계시를 전파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두루 믿음을 얻고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기독교는 상식으로 이해되지 않는 이야기를 다룬다"고 하면서 "이 이야기의 증인들은 신실함을 지켜야 한다"고 했습니다. 특히 설교자는 자기가 한 말에 막중한 책임을 지니고 있으니 더욱 거짓말을 삼가고 누구에게나 공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2시간 가까이 이어진 강의와 질의응답을 통해 참석자들은 한국교회 어른으로부터 따끔한 질책과 애정 어린 고언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 강의도 듣고 대화도 나누면서 2시간 가까이 멘토와 함께 고민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뉴스앤조이 유재홍

멘토와 함께하는 설교 학교, 이제 1학기 마지막 일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4월 30일(목) 김지철 목사(소망교회)가 '말씀으로 진검 승부를' 주제로 건강한 목회를 꿈꾸는 목회자들을 만납니다. (관련 기사: 멘토들에게 '설교'를 배운다) 설교 학교 2학기도 참가자 접수를 시작했습니다. (관련 기사: 멘토와 함께하는 설교 학교 2학기 참가자 모집) 이어지는 설교 학교 일정과 소식은 목회멘토링사역원 홈페이지(www. pastormentor.kr)와 목회멘토링사역원 페이스북 페이지(www.facebook.com/pastormentoring), <뉴스앤조이>를 통해 계속 전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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