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동성 결혼을 허용하는 주는 이미 절반이 넘었지만 동성 결혼을 인정하지 못하는 기독교인들은 아직까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본인들은 신앙을 바탕으로 한 행동이라지만, 사회가 보기에는 차별의 소지가 분명하다는 점에서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 중부 콜로라도 주 덴버에 사는 마조리 실바(Marjorie Silva)는 아주카 베이커리(Azucar Bakery)라는 빵집을 운영하고 있다. 작년 3월, 윌리엄 잭(William Jack)이라는 남성이 빵집을 방문해 두 개의 케이크를 만들어 줄 것을 요구했다. 케이크에 대한 설명을 들은 실바는 자신은 그런 케이크를 만들 수 없다며 남성을 돌려보냈다. 

▲ 콜로라도 주에 살고 있는 마조리 실바(Marjorie Silva)는 빵집을 운영 중이다. 윌리엄 잭(William Jack)은 성경 모양의 케이크를 만들어 달라고 했지만, 그녀는 케이크 위에 쓰일 문구와 장식물이 차별의 소지가 있다고 거부했다. 콜로라도시민권익위원회는 실바의 행동이 종교를 차별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워싱턴포스트> 기사 갈무리)

실바가 만들기를 거부한 것은 성경 모양의 케이크 두 개였다. 하나의 케이크에는 '하나님은 죄를 미워하신다(시 45:7), '동성애는 가증스러운 죄다(레 18:22)'라는 구절을 써 달라고 했다. 다른 곳에는 '하나님은 죄인들을 사랑하신다', '우리가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가 우리를 위해 죽으셨다(롬 5:8)'라는 말씀을 적어 달라고 했다. 각각의 케이크에는 턱시도를 입은 남성 두 명이 손을 잡고 있고 그 앞에 빨간 'X'가 놓인 장식물을 올려 달라고 했다. 남성들의 뒤에는 십자가도 함께 꽂아 달라고 했다.

가게 주인 실바는 이 케이크가 명백한 차별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성경 모양의 케이크 두 개는 만들 수 있지만, 요구한 구절은 쓸 수 없다고 했다. 케이크 위에 올라가는 장식물도 마찬가지였다. 대신 주문자가 직접 문구를 쓸 수 있도록 필요한 재료를 준비해 주겠다고 했다. 

실바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잭은 기독교 신앙 때문에 차별을 받았다며 콜라라도시민권익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했다. 지난 3월 24일, 약 1년간의 심리 끝에 위원회는 결과를 발표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바의 행동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잭의 요구는 '(타인을 향한) 경멸스러운 언어와 이미지'를 담고 있기 때문에 케이크 제작을 거부한 실바의 행동이 타당하다고 했다.

미국 서부 워싱턴 주에서 꽃집을 운영 중인 배로넬 스터츠맨(Barronelle Stutzman)은 조금 다른 상황에 처해 있다. 그는 알린의꽃(Arlene's Flowers)이라는 가게를 운영 중인 70세 할머니다. 지난 2월, 워싱턴 주는 그가 주 차별금지법을 위반했다며 벌금 1,001달러를 내야 한다고 판결했다. 동성 결혼에 쓴다는 이유로 꽃을 팔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터츠맨의 오랜 고객 중에는 랍 잉거솔(Rob Ingersoll)이라는 남성이 있었다. 그는 약 10년 동안 이 가게에서 꽃을 사 왔다. 동성애자인 잉거솔은 워싱턴 주에서도 동성 결혼이 합법화되자, 오랜 연인과 결혼할 계획을 세우고 준비에 들어갔다. 늘 꽃을 사던 스터츠맨에게 결혼식에 쓰일 꽃을 준비해 달라고 부탁했다. 평소 잉거솔과 좋은 관계를 유지한 스터츠맨의 대답은 예상과 달랐다. 자신은 동성 결혼에 반대하는 그리스도인이기 때문에 동성 결혼식에 쓰일 꽃은 팔 수 없다고 했다.

▲ 배로넬은 워싱턴 주에서 꽃집을 운영 중인데 개인의 신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동성 결혼에 쓰일 꽃을 팔지 않았다. 주 정부는 배로넬이 차별금지법을 위반했다며 1,001달러의 벌금을 선고했다. 인터넷 모금 사이트 'gofundme.com'에서는 배로넬을 돕기 위한 모금이 진행 중이다. ('gofundme.com' 홈페이지 갈무리)

스터츠맨은 가룟유다를 언급하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했다. 그는 "영원한 가치를 은 30냥에 판 배신자와 같은 삶을 살라고 요구하는 것이라면, 나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했다. 워싱턴 주 검찰에 보낸 사유서에 "워싱턴 주 법은 종교와 관련해 양심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나이 많은 할머니가 신앙을 지키다가 벌금을 냈다는 뉴스가 보도되자, 미국 전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스터츠맨을 돕기 위해 나섰다. 전 재산이 재판 비용으로 쓰일지도 모른다며 사람들은 모금 운동을 벌였다. 모금 전문 사이트 'gofundme.com'에 올라온 관련 글에 현재까지 10만 달러가 넘는 돈이 모였다. 

미국 언론은 스터츠맨과 윌리엄 잭의 이야기가 지난주 논란을 일으킨 인디애나와 아칸소 주의 종교자유회복법과 맞물려 더 큰 관심을 받고 있다고 했다. (관련 기사: '종교의 자유'보다 '차별 금지'가 먼저)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번 달 28일, 아직 동성 결혼을 허락하지 않는 주들이 수정헌법 14조가 명시하는 평등권 보호를 위반한 것인지에 관한 심리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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