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천지는 4월 8일, 기자회견을 열고 CBS가 허위·왜곡 보도를 했다고 주장했다. 발언석에는 이만희 총회장을 중심으로 왼쪽은 최지혜 강제개종교육피해자대표, 노진철 신천지 전국장로회장, 오른쪽은 법률 고문 소 아무개 변호사, 유영조 신천지 강사 대표가 자리했다. 발언석 뒤에는 강제 개종 교육의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21명의 신천지 교인들이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이정만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이 4월 8일 서울특별시 중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CBS가 허위·왜곡 보도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도 참석했다. 그는 CBS가 기성 교회의 후원금을 받아 신천지를 이단으로 매도했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이 열린 세종홀 정문에는 검은색 정장 차림의 신천지 관계자들이 삼엄한 경계를 펼쳤다. 기자회견장에 출입하는 기자들의 신분을 하나하나 검색했고, 사전에 등록하지 못한 기자는 출입할 수 없었다. 기자회견장 안에도 무선 마이크를 한 신천지 관계자들이 홀 안을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세종홀은 신천지 교인들로 꽉 들어찼다. 기자회견이 시작하자 주변에서 대기하던 120여 명의 신천지 교인은 기자석 뒤에 마련된 자리에 착석했다. 기자회견은 2시간 가까이 진행됐지만, 누구 하나 자리를 뜨지 않았다. 특히 이만희 총회장의 발언이 있을 때는 중간중간 박수를 쳐 가며 호응했다.

기자회견은 이만희 총회장과 강제 개종 교육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이들의 발언으로 꾸려졌다. 발언은 이만희 총회장, 임은경 씨, 최지혜 강제개종교육피해자대표 순으로 이어졌다. 사회는 정진영 신천지 총무가 맡았다. 기자회견은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12시 30분까지 이어졌다.

이만희 총회장, "기성 교회 목사들 성경 몰라"

이만희 총회장이 가장 먼저 발언했다. 기자회견 정중앙에 자리한 이 총회장은 건강이 좋지 않다는 항간의 소문과는 달리 정정한 모습이었다. 그의 발언은 40여 분간 이어졌지만, 힘든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기성 교회와 CBS를 비판할 때는 목소리를 높이며 책상을 내려치기도 했다.

▲ 이만희 총회장은 CBS가 본인의 설교를 왜곡 편집하고 일방적인 보도를 했다며 격앙해서 언성을 높였다. 또 CBS가 한기총과 교회로부터 돈을 받고 다큐를 제작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뉴스앤조이 이정만

이 총회장은 CBS가 자신의 설교 내용을 앞뒤 다 자른 편집으로 왜곡했다고 발언했다. 신천지의 잘못을 지적하려면 신천지의 입장도 반영해야 하는데 CBS는 그러지 않았다고 했다. 다음은 이 총회장이 말한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CBS가 큰 실수를 했어요. 전 국민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남기지 못할 것입니다. (CBS가 신천지 비판 다큐를 제작한 이유는) 다 돈을 벌기 위해서 한 일이 아닌가요.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거짓 방송을 할 수 없다고 봐요. CBS에 성경 말씀을 가지고 공개 토론을 하자는 요청도 했는데 응하지 않았어요.

여러분들, 그런데 자기도 성경 말씀을 제대로 모르는 주제에 다른 사람 가르친다 하고 거짓말을 늘어놓고 가짜로 가르치고 거짓말을 만들고 진리를 거짓으로 만드는 마귀들이 따로 있습니까 여러분들? 예수님이 신학교 나왔습니까? 기성 교회 목사들은 예수님을 욕하고 핍박했던 바리새인들과 같아요. 현재 한국교회 목사들이 교회의 본이 되고 정말 빛이 되면 그 교회 다 가려고 하겠지요. 하지만 본이 안 되기 때문에 아무도 교회에 가려고 하지 않는 겁니다.

신천지는 성경대로 이루어졌어요. 우리를 이단이라고 하는데 자기네들이 성경대로 하지 않은 것이 이단이지, 성경대로 하는 게 이단이 될 수 없습니다. 이것은 누가 성경대로 했는가. 그렇게 확인해야 돼요. 기성 교회 목사들이 성경을 제대로 공부하지 않고 진리도 모르면서 교인들을 가르칩니다.

우리는, 예수라는 것은, 한 알의 씨를 뿌리라고 했어요. 추수할 때가 온다고 했어요. 그래서 추수했습니다. 하나님이 심어 놓은 사람들 말입니다. 하나님이 인치라고 해서 인쳤어요. 나라 세우라고 해서 12지파 창설했습니다. 또 계시를 가감하지 말라고 해서 안 했습니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신천지, 교세 커지자 기성 교회가 시기 질투한다 주장

이 총회장이 발언을 마친 후, 정진영 신천지 총무는 이만희 총회장이 예수님도 하나님도 아니라고 거듭 말했다. 다만 종말의 때에 하나님께서 예수님의 대언자로서 이만희 총회장을 말씀 사역을 위해 보냈다고 믿는다고 했다. 정 총무는 기독교계에서 더 이상 이를 문제 삼거나 언론에서 왜곡 보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어 강피연 관계자들이 발언에 나섰다. 이들은 강제 개종 교육으로 우울증과 가정 파탄의 등 정신적·사회적 고통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최지혜 신천지 피해자 대표는 피해 실태를 담은 각종 통계 자료를 제시했다. 2003년부터 2015년 3월까지 약 900명이 강제 개종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신천지 법률고문 소 아무개 변호사가 나섰다. 한 기자는 CBS가 '신천지 OUT' 캠페인을 벌이는 것과 관련해 신천지 측의 대응을 질문했다. 소 변호사는 신천지의 교세가 확장돼 기성 교회와 한기총 등 교계 단체가 시기·질투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존립에 대한 위험을 느끼다 보니, CBS와 하나가 돼 '신천지 OUT' 등의 캠페인을 벌이고, 비방에 앞장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자는 법적 대응 여부를 질문했다. 소 변호사는 "CBS가 몰래 카메라 형식으로 초상권과 음성권을 침해했다.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신천지의 저작물을 동의 없이 사용한 부분에 대해서는 저작권법 내지는 형법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기자는 질문을 하기 위해 손을 계속 들었지만, 발언권을 얻지 못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신천지 신자 120여 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성명서를 낭독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신천지 신자들은 CBS가 자신들을 반사회 집단, 반국가 단체로 허위·왜곡 보도했다면서 CBS는 대국민 사과를 하고, 정정 보도를 하라고 소리쳤다.

기자회견에는 40여 개 언론사가 참석했다. 교계 언론사로는 <현대종교>와 <뉴스앤조이>가 유일했다. CBS도 취재를 나왔지만, 신천지 측은 출입을 허용하지 않았다.

▲ 기자회견에는 40여 개 언론사가 참석했다. 신천지 신자 120여 명이 뒷자리와 양옆을 에워쌌다. 성명서를 낭독할 때 사회자가 "정정하라!, 사과하라!" 등을 선창하면, 신천지 신자들이 주먹 쥔 손을 들며 따라 외쳤다. ⓒ뉴스앤조이 이정만

CBS 변상욱 본부장 인터뷰

신천지가 기자회견에서 제기한 의혹들과 관련해 <뉴스앤조이>는 4월 9일 CBS 변상욱 본부장과 전화 통화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변상욱 본부장은 신천지가 기자회견에서 제기한 모든 의혹에 대해 "대응할 가치를 못 느끼겠다"고 말했다.

아래는 변상욱 본부장과 나눈 일문일답.

- 신천지가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는데, 응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신천지는 계속 '같은 기독교 내에서 기독교단끼리'라는 표현을 쓰며 신학 토론을 제안한다. 하지만 우리는 신천지를 반사회적 사교 집단이자, 부당한 속임수를 쓰는 신흥 종교의 반열에 포함시키기조차 어려운 집단이라고 본다. 기존의 기독교 이단인 몰몬교·여호와의증인·하나님의교회 등에도 비교할 수 없는 존재다. 신천지는 결코 기독교의 분파일 수 없으며 따라서 신학 토론은 무의미하다."

- 이만희 총회장은 "CBS가 기성 교회로부터 돈을 받고 다큐를 제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과의 관련성을 언급하며 비난하기도 했는데.

"신천지 다큐멘터리 제작 취지와 계획을 설명하고, 기획·제작을 위해 후원을 요청했다. 돈을 쫓아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는 신천지의 주장은 터무니없다. 프로그램 말미에 후원해 준 교회 이름이 명기돼 있다. 그리고 한기총을 왜 CBS와 묶어 비난하는지도 모르겠다. 이 프로그램과 한기총은 관련이 없고 프로그램과 관련해 후원받은 것도 없다. 한기총이 이단 문제에 적극적이어서 그렇지 않나 싶다."

- 신천지는 CBS가 다큐멘터리에 나온 출연자의 동의 없이 촬영을 했다고 주장한다. 초상권, 음성권,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방송심의위원회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했다.

"다큐멘터리를 보면 알겠지만, 얼굴은 철저히 가리고 음성 변조도 했다. 가명 처리도 다 했다. 소송을 제기하면 기꺼이 응하겠다. 이런 문제 제기는 이미 지금까지 신천지가 우리를 상대로 법원에 제기했던 소송의 11개 항목 안에 다 들어가 있고 1심 판결에 이어 2심에서도 신천지가 패소했다." (관련 기사: CBS에 정정 보도·손해배상 청구한 신천지 또 패소)

- 다큐멘터리에 출연하는 이단 상담가들이 사람들을 동원해 신천지 신자들을 '납치·감금·폭행'등의 방법으로 강제 개종 교육을 했다고 한다.

"이단 상담소에 신천지 교인을 데려가는 것은 일차적으로 가족 간의 문제다. 가족들이 자신의 배우자, 자녀들을 데리고 가려 애쓰고 지원을 요청하지 않는 한 누구도 나설 수 없는 문제다.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강제나 외압 같은 것은 없었다. 예를 들어, 다큐 첫 회에 출연하는 김효은(가명) 씨도 가족이 지방에서 이단 상담소까지 오가기 어려우니까 숙소를 잡고 함께 상담에 임했다. 신천지가 그것을 감금이라고 표현했다. 상담소 주변에 신천지 교인들이 깔려 있으니까 얼굴을 가리기 위해 모포를 덮고 나갔다. 그런데 신천지는 모포를 씌워서 납치했다고 비방하는 것이다."

변상욱 본부장은 다음 주 13일(월요일)에 CBS '신천지에 빠진 사람들' 특집 방송으로 좌담회를 방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좌담회에서는 신천지가 제기한 의혹들도 다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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