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중앙교회 교인들은 이 목사의 사임을 만류하고 나섰다. 교회 현관문과 로비에 이 목사를 지지하는 플래카드 등을 내걸고 "함께 교회를 지켜나가자"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대전중앙교회는 이ㅇㅇ 담임목사님을 지키고 싶습니다." 3월 29일 일요일, 대전중앙교회 현관문 상단에 한 장의 플래카드가 걸렸다. 바로 밑에는 "하나님이 세운 목사님 결코 흔들리면 안 됩니다"라는 문구가 보였다. 대전중앙교회 이 아무개 담임목사의 사임을 만류하는 교인들이 이날 직접 설치한 것이었다.

교회 로비 곳곳에도 이 목사의 사임을 반대하는 플래카드 등이 내걸렸다. "한마음 한뜻 한 입술로 이ㅇㅇ 담임목사님과 끝까지 함께합시다", "우리는 주님 안에서 한 가족입니다. 우리가 지키겠습니다", "목자 없는 양은 길 잃은 양입니다." 본당 입구 오른편 벽면에는 편지와 다양한 색깔의 포스트잇이 부착돼 있었는데, 멀리서 보니 한 그루의 나무처럼 보였다. 이 목사의 사임을 만류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날은 이 목사의 마지막 설교가 있는 날이었다. 이 목사는 아내 신 아무개 씨를 비롯해 은혜로교회 측 신자들의 시위가 계속되자 3월 29일까지 시무하겠다고 3주 전 예배 시간에 밝힌 바 있다. (관련 기사: 아내가 이단에 빠진 목사, 교인은 지지·노회는 사임 희망)

강단에 오른 이 목사는 '사역자와 교회'(행 12:1-17)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고별 설교였지만 평소와 다르지 않았고, 교인들도 동요 없이 경청했다. 이 목사는 살면서 누구나 인생의 위기를 겪는다면서 절대 포기하거나 낙심하지 말고 기도로 무장하자고 다독였다. 또 이번 일을 통해 교회가 더욱 강해지고 건강해지기를 바랐다.

교인들에게 한 가지 부탁도 했다. 사탄은 교회를 무너뜨리기 위해 교회 지도자들을 공격하는 전략을 펼친다면서 사역자들의 영과 건강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설교가 끝난 뒤 이 목사는 짧게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대전중앙교회에 부임한 지 16개월 정도 됐는데 부득이하게 하나님께서 쉬어라 하고, 교계는 여러 일에 대한 책임을 지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회복의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 은혜로교회 측으로부터 사퇴 촉구를 받아 온 대전중앙교회 이 아무개 목사가 3월 29일 고별 설교를 했다. 이 목사는 교인들에게 이번 일을 통해 교회가 더욱 강해지고 건강해져 세움받기를 바란다고 했다. 설교가 끝난 뒤 통성기도를 하고 있는 모습. ⓒ뉴스앤조이 이용필

예배를 마치고 나오는 교인들은 웃으면서 이 목사와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일부 교인들은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날 기자가 만난 다수의 교인은 이 목사의 사임과 관련해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남자 집사는 "우리는 목사님이 떠나지 않기를 바란다. 그렇지만 목사님의 뜻이 완고하니 어쩔 도리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여자 권사는 "목회를 참 잘하셨는데, 이렇게 일찍 떠날 줄 몰랐다"고 말했다.

▲ 4부 예배가 끝난 뒤, 교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이 목사의 뒷모습. 일부 교인들은 헤어짐을 안타까워하며 눈물을 흘렸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 기자는 이 목사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러나 이 목사는 더 이상 논란이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서 거절했다.

앞서 이 목사는 3월 23일 예장합동 대전노회(강희섭 노회장) 조사처리위원회(조사위)에 시무 사면서를 제출했다. 이 목사의 아내 신 아무개 씨가 이단에 개입된 정황 등을 조사 중인 조사위는 3월 30일, 이 목사의 사임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대전중앙교회 측은 담임목사 사임 문제와는 별개로, 소송을 통해 은혜로교회 측에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은혜로교회의 접근 금지 가처분을 포함 손괴, 명예훼손, 허위 사실 유포, 폭행 등의 문제와 대해 이미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한편, 이 목사의 사퇴를 촉구하며 시위를 벌여 온 은혜로교회는 또 시위를 열 것으로 보인다. 4월 1일부터 5일까지 대전중앙교회 앞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 본당 입구 오른편 벽면에는 편지와 다양한 색깔의 포스트잇이 부착돼 있었는데, 멀리서 보니 한 그루의 나무처럼 보였다. 이 목사의 사임을 만류하는 내용을 담은 메시지가 주를 이뤘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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