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21일 한기총 회의실에서 임원회가 열렸다. 이날 홍재철 목사(사진 오른쪽)는 후원금 유용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이영훈 대표회장(사진 왼쪽)은 화합하는 차원에서 문제를 더 이상 거론하지 말자고 임원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제공 한기총)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이영훈 대표회장) 임원회가 후원금 유용 의혹 논란에 휩싸인 직전 대표회장 홍재철 목사를 문제 삼지 않고, 화합하는 차원에서 안고 가기로 결정했다. 

지난 3월 16일, 한기총 질서확립위원회(질서확립위·박승학 위원장)는 후원금 800만 원 유용 의혹을 받고 있는 홍재철 목사와 관련해 '한기총 출입 및 모든 회의 참석 금지'를 결의하고, 임원회에 안건으로 상정했다. (관련 기사 : 홍재철, 신현옥에게 받은 1,000만 원 중 800만 원을 기자 떡값으로

하지만 임원회는 '화합'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제대로 된 논의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3월 21일 한기총 회의실에서 열린 임원회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날 회의에는 이영훈 대표회장을 비롯한 주요 임원진과 사건의 당사자인 홍재철 목사도 참석했다. 직전 대표회장을 치리할 수도 있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많은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 임원회는 홍 목사를 징계하는 대신 화합하는 차원에서 품고 가기로 했다. 임원회에 참석했던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덮고 가자'는 분위기였다. 이영훈 대표회장은 은혜롭게 일을 처리하자는 견해를 보였고, 대다수의 임원은 동조했다. 임원들은 후원금 800만 원은 판공비로 봐야 한다는 홍 목사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임원회는 더 이상 문제를 거론하지 않기로 했고, 홍 목사는 앞으로 한기총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홍재철 목사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한편 자신이 했던 말을 뒤집기도 했다. 2월 27일 열린 임원회에서 홍 목사는 지난 3년간 한기총에 30억 원이 넘는 개인 돈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기자와의 통화에서도 "30억이 넘는 개인 돈을 쏟아부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 목사는 개인 돈이 아니라 "여기저기서 끌어와 집행한 예산"이라고 말을 바꿨다. 

▲ 후원금 유용 의혹 논란에 휩싸인 한기총 전 대표회장 홍재철 목사가 임원회에서 사실상 면죄부를 받았다. 한기총 임원회는 3월 21일, "후원금 유용이 아닌 판공비로 사용한 것"이라는 홍 목사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임원회는 더 이상 문제를 거론하지 않기로 했고, 홍 목사는 한기총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징계를 피한 홍 목사의 기세는 등등했다고 한다. 언론이 무차별적인 보도를 일삼고 있다면서 임원회가 나서서 막아야 하며, 특히 임원회도 아닌 위원회가 결의한 내용이 언론에 그대로 보도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회의에 참여했던 한 임원은 "홍 목사가 대표회장일 때도 있었던 일"이라며 맞받아쳤다. 

안건이 유야무야 넘어간 것과 관련해 질서확립위 측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굳은 표정의 박승학 위원장은 서둘러 회의장을 벗어났다. 한기총 엄진용 총무는 "다음에 (처리)하면 된다"면서 박 위원장의 손을 꼭 잡았다. 

한편, 임원회는 최근 SBS 방송 보도로 논란이 된 신현옥 목사(세계시온선교교회)를 조사하기로 했다. 임원회는 방송만 보고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면서 윤리위원회에 맡겨 자세히 알아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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