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신·감신·고신·침신 등 교단 목회자를 배출하기 위해 설립된 신학교들에서 요즘 잡음이 많습니다. 주로 학교법인 이사회가 총회 및 교수들과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데요. 양질의 목회자를 배출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학생들을 근심에 빠지게 합니다. 왜 이런 걸까요? <뉴스앤조이>와 <마르투스>가 2주 동안 현재 문제가 불거진 주요 교단 신학교를 취재했습니다. - 편집자 주

한국교회의 문제는 곧 신학교 문제라고들 얘기한다. 간단하게 말하면, 교회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장본인이 목회자인 경우가 많고, 그 목회자를 길러내는 곳이 신학교이기 때문이다. 무너지는 한국교회를 바로 세우는 일에 신학교의 역할은 그만큼 중요하다.

게다가 요새는 출산율 저하 때문에 고등학교 졸업자들이 계속 감소해, 교육부가 대학을 구조 조정하겠다며 칼을 빼 든 상태다. 경쟁력이 없으면 문을 닫아야 하는 게 어쩔 수 없는 대학교의 운명이다. 교육부 인가를 받은 신학교들도 모두 정부의 대학 평가 대상이다.

그런데 몇몇 신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지도자들이 도대체 학생을 위해 일할 시간이 있는지 궁금해진다. 신학교 이사회와 교단 총회 및 교수들과의 갈등은 앞서 소개했던 총신대학교나 침신대학교만의 얘기가 아니다.

▲ 총신대학교 입구에 있는 교훈이 적힌 바위. 신자가 되라, 학자가 되라, 성자가 되라, 전도자가 되라, 목자가 되라는 말이 적혀 있다. 그러나 학교와 교단 지도자들은 그렇게 되는 데에 별로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 같다. ⓒ마르투스 구권효

고려신학대학원은 지난 2월, 신대원 교수들이 추천한 신대원장을 이사회가 별 다른 이유 없이 승인하지 않아 이사들과 교수들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양측은 교계 신문에 성명서를 주고받으며 공방을 벌였다. 또 이사회는 소속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예장고신) 총회가 파송한 이사 4명 중 1명을 받지 않아 총회와도 갈등을 빚고 있다. 이사회는 교단이 파송한 이사가 학교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며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리교신학대학교도 최근 교수들끼리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2014년 2월 ㄱ 교수가 승진 심사에서 탈락하고, 11월에는 ㅂ 교수가 정년 전환 심사에서 탈락했는데, 이는 감신대 교수들이 이분되어 있는 상황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실권을 잡고 있는 측이 다른 편 교수들의 임용을 불리하게 한다는 소문이 퍼졌다.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한 교수가 총장을 포함해 동료 교수 7명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일도 생겼다. 총학생회는 교수 이전에 목사인 본분을 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전체 교수들의 사과를 요구했지만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영남신학대학교는 2012년 시작된 ㅊ 교수 임용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교수·학생들이 총장·이사회와 대립하고 있다. (관련 기사: 영남신대 이사회, 편파 행정으로 학생·교수와 갈등 / 영남신대 학내 갈등, 민형사 소송으로 확전) 학생들은 작년 말 수업과 기말고사를 거부했고, 전체 교수 중 절반이 성명서를 발표하고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등 총장과 이사회를 지속적으로 규탄했다. 총장은 결국 사퇴했지만, 이사회는 교수들과 학생들을 징계했다. 소속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이 개입해 교수·학생과 이사들 사이에 중재안을 마련했으나, 현재 이사회가 이를 받아들이고 있지 않은 상태다.

각각의 학교가 저마다 다른 이유가 있겠지만, 모두 학교 이사회와 교단 총회 목사·장로, 교수 등 학교의 지도자들이 서로 반목하고 있다. 안 그래도 살아남기 힘든 환경에서 학교의 지도층이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3년이 넘게 갈등하고 있다는 사실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 감신대는 교수들이 두 편으로 갈렸다. 한쪽이 다른 한쪽 교수들의 임용을 가로막고 있다는 논란이 일었다. 한 교수는 다른 교수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양날의 검, '사립학교법'

갈등의 이유를 보자면 '법'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교단 신학교는 그 교단의 목회자를 양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자연스럽게 교단법으로 학교를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정하고 있다. 학교는 매년 교단 총회에 운영 실태를 보고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이 중에서도 교육부의 인가를 받은 학교는 사립학교법의 적용을 받는다. 학교법인이 따로 있고, 법인 이사회가 학교를 운영한다. 교단법으로 따지면 학교는 교단의 것이고, 이에 대해서 교단과 학교 관계자들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회 법으로 엄밀히 따지면 학교는 학교법인의 것이다. 법인은 자신들만의 정관으로 학교를 운영하기 때문에 교단과는 독립된 기관이다.

교단은 학교가 자칫 이사들에 의해 사유화되지 않도록 법인 정관에 교단이 간섭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 놨다. 법인 이사 선출에 교단 총회가 관여하는 방법이다. 총신대를 직영하고 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의 경우, 법인 이사회(재단이사회)와 별도로 '운영이사회'를 두었다. 운영이사회는 교단 내 140여 개 노회에서 1명씩 추천한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법인의 이사와 총장을 이 운영이사회에서 선출하게 돼 있다.

사학법에도 교단 총회가 이사 선출에 관여할 수 있는 규정이 있다. 학교법인은 이사 정수의 1/4을 개방이사로 선출하는 의무가 있는데, 이 개방이사는 '개방이사추천위원회'가 추천한다. 종교 지도자 양성만을 목적으로 하는 학교법인의 경우에는 이 개방이사추천위원회의 반수를 종교 단체 인사로 꾸릴 수 있다. 이에 따라 교단 총회는 제한적으로나마 개방이사추천위원회를 통해 이사 선출에 관여한다.

신학교가 사학법의 적용을 받는 것은 학교를 교권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학교 운영에 문외한이고 기여할 수 있는 바가 없어도 교단 총회에서 교권을 장악하면 학교까지 넘나들 수 있다. 신학교 총장을 역임한 바 있는 한 교수는 "사학법이 있어서 이렇게나마 학교를 운영할 수 있었다. 한국교회 목사들은 권위주의가 강해서 사학법이 없었으면 벌써 학교가 정치 놀음에 희생되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 신학교 이사인 한 목사는 "학교가 교단의 지도에 따라야 하는 건 맞는 말이지만, 교단이 학교에 지나치게 간섭하면 교수들이 총회 목사·장로들에게 줄을 서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교단 총회와 갈등 중인 총신대·침신대·고신대 이사회가 이런 이유를 댄다. 총회가 파송한 이사들을 받지 않고 있는 침신대·고신대 이사회는, 총회 파송 이사들이 학교 운영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그저 교단 지도층과 친분이 있는 사람이라고 비판한다. 사회 법으로 총회의 결의를 무력하게 한 총신대 김영우 이사장은, 아무리 교단이라고 해도 법인 이사의 임면을 함부로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신학교가 사학법의 적용을 받는 것은 교권으로부터의 피난처 역할을 할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교단을 무시하고 이사들끼리 학교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핑계로 쓰일 수도 있다. 총회 관계자들은 이를 우려해 학교에 간섭하고자 하는 것이다. 앞서 보았듯, 학교는 사회 법적으로는 엄연히 총회와 독립된 기관이기 때문에, 이사들이 딴 맘먹고 교단을 무시해도 사회 법으로는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법적으로 하자 없다'는 말은 폭력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고신대학원에서 벌어진 일이 이런 경우다. 교수들이 신대원장을 추천하면, 총장과 이사회가 이를 이의 없이 승인하는 게 지난 15년간 고신대학원의 관행이었다. 이사회는 이를 무시하고 자신들끼리 신대원장을 선출했다. 교수들은 반발했지만, 이사들은 사학법상 아무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 물론 관행대로 하는 게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이사회의 결정은 교수들과의 합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이사와 교수를 '갑을관계'로 만드는 일이었다.

▲ 고신대학원은 교수들과 학교법인 고려학원 이사회도 반목했다. 교수들이 추천한 신대원장을 이사회가 받지 않았다. 이사회는 그동안의 관행을 어떤 합의도 없이 무시했다. 이사회는 교수들에게 문제가 있다며 교단지에 성명서를 발표했다. ⓒ마르투스 구권효

'정치권력'이 되어 버린 법인 이사…막을 방법은 없어

신학교가 교단 정치 싸움으로 진흙탕이 되지 않을 수 있었다는 말도 일리가 있지만, 그렇지 않아도 이미 '정치 1번지'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예장합동의 경우, 총회 임원과 총신대 이사, 총회세계선교회(GMS) 임원이 교단 3대 권력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교단 내에서 정치 좀 한다는 인사들은 이 3개를 돌아가면서 한다. 침신대에는 현 총장 아내, 현 이사 아내, 전 이사장 딸, 전 총장 아들, 전 총회장 사위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어느 이사의 편이냐에 따라 교수 임용이 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한다.

학교법인 이사는 실제로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다. 사학법상 학교의 재정과 교수 임면 등에 최종 결의하는 권한이 있다. 한 현직 신학교 총장은 "이사직을 이권과 명예를 얻는 것으로 생각하는 목사·장로들이 많다. 이사의 권한은 학교의 목적을 충실하게 이행하기 위해 주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를 가지고 교단 총회와 대립각을 세우거나 자기 맘에 드는 사람을 교수로 채용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사들은 학교에 이사회비를 꾸준히 내야 할 책임이 있다. 회비는 1년에 수백만 원에서 1,000만 원이 넘기도 하는데, 목사들은 어차피 이 돈을 교회에서 내 주기 때문에 고민거리가 아니다. 이마저도 제대로 내지 않는 이사들도 많다"고 말했다.

▲ 영남신대는 2012년부터 벌어진 교수 임용 문제가 학내 사태로 번져 아직까지 봉합되지 않고 있다. 교단 총회가 개입해 학생 및 교수들과 이사회 사이에 중재안을 만들었으나, 이사회가 이를 거부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더 심각한 문제는 이사들이 교단과 교수 및 학생들을 무시하고 학교를 운영해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예장합동과 총신대가 극단으로 치닫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데, 교단 입장에서는 총신대 이사를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 몇몇 이사들이 교단 내 공직을 맡을 수 없도록 해당 노회에 지시했지만, 이게 이행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사들이 총회를 상대로 사회 법 소송을 걸어 이겼기 때문이기도 하고, 총신대 이사 정도 되면 노회 안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인사이기 때문이다.

침례교 총회가 파송한 이사들을 4년째 받지 않고 있는 침신대 상황도 마찬가지다. 총회는 이사들이 말을 듣지 않아 이사들을 소환하고 해임하겠다고 결의했지만, 침신대 이사회는 올 2월에도 총회 파송 이사를 받지 않았다. 고신대 이사회도 예장고신 총회 파송 이사 4명 중 1명을 받지 않았다. 영남신대도 총회가 나서 만든 합의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럴 때 교단이 할 수 있는 일은 이사들을 어르고 달래 적당히 타협하는 수밖에 없다. 나쁜 뜻으로 말하는 '정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교단 권력에서 벗어났는지는 몰라도 학교법인 이사회는 또 하나의 헤게모니가 되었다. 교단이나 학교나 상관없이 목사들이 모이면 권력 쟁탈전이 벌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한 전직 신학교 총장은 이런 현상을 두고, 한국교회에서 목사라는 직 자체가 너무 권위적이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교회 안에서 너무 많은 권한을 쥐고 있는 목사가 총회에서도 학교에서도 그런 권한을 행사하려 한다는 것이다. 교단이나 학교나 이런 현상을 저지할 수 있는 구조적인 대안은 없는 상태다.

구권효 / <마르투스>·<뉴스앤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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