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온세계선교교회 신현옥 목사는 지난해 7월 한기총 북한어린이돕기 특별위원장에 임명됐다. 당시 한기총 대표회장은 홍재철 목사였다. 신 목사 측은 후원금 명목으로 1,000만 원을 냈는데, 이 중 800만 원을 홍 목사가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2월 27일 열린 임원회에서 홍 목사는 "교계 기자들 떡값으로 주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이영훈 대표회장) 명예회장 홍재철 목사가 대표회장 재임 당시 수백만 원의 후원금을 유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 후원금도 얼마 전 SBS가 '궁금한이야기Y'라는 프로그램에서 사기 의혹을 제기한 시온세계선교교회 신현옥 목사에게 받은 돈이다. (관련 기사 : 약자 돌보는 목사인 줄 알았더니, 돈 뜯어내는 '사기꾼 목사')

지난 2월, 시온세계선교교회는 한기총에 후원금을 반환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지난해 7월 홍 목사가 대표회장으로 있을 때, 신현옥 목사는 후원금 1,000만 원을 내고 한기총 북한어린이돕기 특별위원장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얼마 뒤 위원장 명단에서 신 목사가 배제된 것을 발견한 시온세계선교교회 측은, 돈까지 받아 놓고 이름을 올렸다가 빼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고 항의했다. 그러면서 1,000만 원을 돌려 달려고 했다.

한기총 임원회는 신현옥 목사 측이 보낸 공문을 바탕으로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계좌를 확인한 결과 1,000만 원이 입금됐는데, 200만 원만 정회비로 남겨 놓고 800만 원을 빼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기총 임원회는 지난 2월 27일 홍재철 목사에게 사실관계를 물었다. 

<뉴스앤조이>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홍 목사는 신현옥 목사로부터 받은 후원금을 엉뚱한 곳에 사용했다. 홍 목사가 밝힌 내용을 보면, 1,000만 원 중에 800만 원으로 교계 기자들을 접대했다. 호텔에 기자 10명 정도를 초대해서 밥값과 떡값을 주었다는 것이다. 

홍 목사는 한기총이 자신을 조사하거나 실사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대표회장 앞으로 매달 200만 원의 판공비가 나오게 돼 있으므로, 4개월치를 공제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해명했다. 홍 목사는 또 한기총을 위해 헌신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표회장 재임 기간 동안 30억이 넘는 개인 돈을 사용했고, 한기총 해체를 막기 위해 몸부림쳤다고 임원들에게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기자는 홍재철 목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다. 후원금 유용 의혹과 관련해 홍 목사는 "처음 듣는 소리다. 8억도 아니고 800만 원을 받아 썼겠느냐"고 말했다. 스스로 자인한 내용이 있는데도 사실을 부인한 것이다.

한편, 한기총 질서확립위원회(질서확립위·박승학 위원장)는 3월 16일, 홍재철 목사의 한기총 출입과 모든 회의 참석을 금지하기로 결의하고 이를 임원회에 보고했다. 질서확립위 한 관계자는 "후원금을 임의로 사용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위원 전원이 만장일치로 안건을 통과시켰다"고 말했다. 임원회는 3월 21일 질서확립위의 보고를 처리할 예정이다.

▲ 지난 2월 27일에 열린 한기총 임원회. 비공개로 진행된 임원회는 2시간 넘게 진행됐다. 이날 안건으로 상정된 '공문서 유출 및 후원금 반환 요청의 건'은 대표회장에게 위임하여 내용 확인 및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사진 제공 한기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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