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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역·강해·주석의 경계를 넘나드는 성경 옆의 성경

[서평] 유진 피터슨 <메시지 구약 시가서>(복있는사람)를 중심으로

이정규   기사승인 2015.03.12  16:2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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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시지 구약 시가서> / 유진 피터슨 지음 / 이종태·홍종락·김순현 옮김 / 류호준·김회권·권연경·김구원·김성수 감수 / 복있는사람 펴냄 / 540쪽 / 1만 2,000원

찰스 스윈돌은 신약성경 전권의 주석인 'Swindoll's New Testament Insights' 시리즈의 서문에서 자신이 45년 동안 성경을 주석하고 선포하는 일에 '중독되었다'(addicted)고 고백합니다. 물론 45년의 10분의 1밖에 안 되는 시간을 성경 연구에 헌신했지만, 저 역시도 감히 스윈돌의 고백과 같이 성경을 주석하고 선포하는 데 중독되었다고 고백할 수 있습니다. 성경을 한 절씩 읽고 의미를 파악하는 것은 제 인생 최고의 쾌락입니다.

저는 신학교에서 성경의 원문(히브리어, 헬라어, 아람어)을 엄밀하게 읽고 문맥과 구조, 단어의 의미를 상세하게 살피는 기술 ― 주경(Exegesis) ― 을 훈련받았습니다. 이 작업이 요구하는 것은 원문에 근거한, 최고 수준의 꼼꼼함과 엄밀성이기 때문에 주경학자는 심지어 한국교회 전체가 승인하여 쓰는 개역개정 성경의 번역까지도 가혹하게 비평하게 되지요(제가 늘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이러한 작업이 일상화된 사람에게, 유진 피터슨의 메시지와 같은 의역 성경은 위험한 책입니다. 오역 때문에 하나님에 대해서 오해가 생기면 큰일이기 때문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을 때 술술 내려가는 플로우(?) 타는 맛은 거절할 수 없는 매력이기 때문에 종종 읽곤 했지요. 그래서 이번에 시가서가 나온 기념으로, 저는 메시지 전체를 리뷰해 보는 것과 동시에, 히브리어 성경과 개역개정, 그리고 메시지역을 비교해 가면서 이 성경을 검증하는(!) 위험한 일에 착수해 보기로 했습니다.

시편 3편 - 히브리어 성경과 개역개정, 메시지역 비교

택한 본문은 시편 3편입니다. 일단 개역개정과 제 개인 번역(직역에 가까운), 그리고 메시지역을 모두 보여드리겠습니다(물론 이 중 제일 가치가 낮은 번역은 제 개인 번역입니다).

개역개정

1 여호와여 나의 대적이 어찌 그리 많은지요 일어나 나를 치는 자가 많으니이다
2 많은 사람이 나를 대적하여 말하기를 그는 하나님께 구원을 받지 못한다 하나이다 (셀라)
3 여호와여 주는 나의 방패시요 나의 영광이시요 나의 머리를 드시는 자이시니이다
4 내가 나의 목소리로 여호와께 부르짖으니 그의 성산에서 응답하시는도다 (셀라)
5 내가 누워 자고 깨었으니 여호와께서 나를 붙드심이로다
6 천만인이 나를 에워싸 진 친다 하여도 나는 두려워하지 아니하리이다
7 여호와여 일어나소서 나의 하나님이여 나를 구원하소서 주께서 나의 모든 원수의 뺨을 치시며 악인의 이를 꺾으셨나이다
8 구원은 여호와께 있사오니 주의 복을 주의 백성에게 내리소서 (셀라)

개인 번역

1 오 여호와여! 나의 대적들이 어찌 그리 많습니까? 나를 대적하여 일어난 자들이 어찌 그리 많습니까?
2 나를 가리켜 "하나님도 너를 구원하지 않는구나!" 라고 말하는 자들이 어찌 그리 많습니까? (셀라)
3 그러나 여호와여! 주는 나를 지키는 나의 방패, 나의 영광, 나의 머리를 드시는 분이십니다.
4 내가 여호와께 큰 소리로 울부짖을 때, 그분이 그의 거룩한 산에서 응답하십니다. (셀라)
5 나는 누워서 자고 일어납니다. 여호와께서 나를 지키시기 때문입니다.
6 수천, 수만의 사람들이 나를 대적하여 사방으로 포위하더라도 나는 두렵지 않습니다.
7 일어나소서 여호와여! 나를 구원하소서 내 하나님이여! 주께서만 내 모든 원수들의 뺨을 치시고 악인들의 이빨을 부러뜨리시기 때문입니다!
8 구원은 여호와께만 속하였습니다. 당신의 복을 당신의 백성에게 내려주옵소서! (셀라)

메시지역

1-2 하나님! 보십시오! 저 셀 수 없이 많은 적들을!
적들이 벌 떼처럼 일어나
폭도처럼 나를 에워싸고 조롱을 퍼붓습니다.
"하! 하나님이 저 자를 도와주신다고?"

3-4 그러나 하나님, 주님은 나의 사방에 방패를 두르시고
내 발을 받쳐 주시고, 내 머리를 들어 주십니다.
내가 온 힘 다해 하나님께 외치면,
그 거룩한 산에서 천둥소리로 응답해 주십니다.

5-6 이 몸, 두 다리 쭉 뻗고 누워
한숨 푹 자고 일어납니다. 푹 쉬었다가 씩씩하게 일어나,
벌 떼처럼 달려드는 적들을
두려움 없이 맞습니다.

7 일어나소서, 하나님! 나의 하나님, 도와주소서!
저들의 얼굴을 후려갈기소서.
이쪽저쪽 귀싸대기를 올리소서.
주먹으로 아구창을 날리소서!

8 참된 도움은 오직 하나님께로부터 옵니다.
주님의 복으로 주님 백성을 휘감아 주십니다!

비교 후의 느낀 점

몇 가지 느낀 점을 적어 보고자 합니다.

1. 메시지는 의역 성경입니다. 아니 의역 성경인 정도가 아니라 패러프레이징(paraphrasing: 알기 쉬운 다른 말로 바꾼 표현)입니다. 2절과 8절의 '구원'을 '도와주심'으로 번역한 것이라든가, 2절의 '나의 영광'을 '내 발을 받쳐 주시고'로 번역한 것 등은 조금이라도 어렵다고 느껴질 만한 단어와 표현을 아주 쉬운 표현으로 바꾸려고 한 저자의 노력이 보입니다.

2. 독자로 하여금 시편 기자의 감정과 표현의 생동감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 원문에는 없는 표현들을 많이 가미해 넣었습니다. 1절과 6절의 '벌 떼처럼'이라는 표현이나, 4절에 하나님께서 '천둥소리'로 응답해 주신다는 표현. 5절의 '두 다리 쭉 뻗고'라는 표현들은 모두 히브리어 원문에는 없지만 저자가 추가해 넣은 표현들입니다.

3. 현대의 독자들의 감정을 건드릴 만한 동시대적인 표현들이 등장합니다. 이건 메시지역 본래의 의도를 반영한 한국어 번역본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7절에는 '귀싸대기' 또는 '아구창'과 같은 표현이 등장합니다. 아무래도 "주께서 나의 모든 원수의 뺨을 치시며 악인의 이를 꺾으셨나이다"라는 표현보다는 "이쪽저쪽 귀싸대기를 올리소서. 주먹으로 아구창을 날리소서!"라는 표현이 훨씬 더 독자들의 감정선을 자극하지요. 유진 피터슨의 메시지 원문은 "Slap their face, First this cheek, then the other, Your fist hard in their teeth!"입니다. 즉, 한국어 번역본은 메시지역을 직역하지 않았습니다(나쁘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어떻게 하면 한국인 독자들이 아주 생생하게 본문의 감정을 전달받을 수 있을지를 고민한 흔적이 보입니다.

4. 의외로(!) 메시지역이 원문을 더 잘 반영한 부분도 보입니다. 예를 들면 3절의 '그러나'의 삽입입니다. 히브리어 원문에는 '그러나'가 들어가 있습니다. 하지만 개역개정판은 이것을 잡아내지 못했지요. 그런데 이 '그러나'는 시의 흐름상 아주 중요한 전환을 드러내 주기 때문에 강조하여 읽으면 시편 기자의 감정을 생생하게 드러낼 수 있는 단어입니다. 여담이지만, 개역개정은 이런 접속사나 강조 부사를 빼먹고 번역하는 경우가 잦습니다.

5. 아쉽게도 문학적 기교를 살리기 위한 원문의 반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1~2절에서 히브리어 원문에는 슬픔과 탄식의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ai'의 음가가 라임으로 반복됩니다. 사역에는 "어찌 그리"라는 표현을 반복함으로 라임을 살려 보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메시지는 그림과 같은 언어로 생동감을 주려고 노력하기 때문에(특히 한국어 번역본은), 문학적 기교의 반영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이는 다른 부분도 마찬가지입니다).

6.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과 연의 구분은 확실합니다. 개역개정을 포함한 한글 번역 성경 대부분이 운문을 산문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점이 제가 가지고 있던 아쉬움인데, 메시지역은 확실히 운문의 감을 줍니다. 그래서 문학적 기교가 잘 살지 않은 것이 더욱 아쉽긴 하지만요.

메시지역 - '성경' 아닌 성경

   
▲ <메시지>의 저자 유진 피터슨. (사진 제공 복있는사람)

사실 한 편만 비교해 보았기 때문에 일반화하기 어렵다고 느낄 수 있겠으나, 제가 읽은 바로는 메시지역은 대부분 위와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 특징을 한마디로 정리해 보자면, 메시지역은 '성경의 번역'이라기보다는 '성경 강해나 주석'에 가깝습니다.

저자는(그리고 한국어 번역본도) 성경의 원문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전달할 의도가 거의(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저자 자신이 '해석한' 성경 원문의 뉘앙스, 감정, 의미를 전달하려고 하지요. 그러니깐 이 책은 사실 번역이라기보다는 강해 설교에 가깝습니다(설교의 형식이 없으니깐 그냥 '강해'라고 할까요). 또는 주석이지요. 사실 좋고 쉬운 주석은 늘 성경 본문의 의미를 패러프레이징해 줍니다(이걸 탁월하게 잘하는 주석가가 레온 모리스나 F. F. 브루스 같은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유진 피터슨은 이 책을 통해 '자신이 이해한' 성경을 '자신의 언어로, 동시대인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하려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이 리뷰에서 유진 피터슨을 일관적으로 '저자'라고 부릅니다. '역자'가 아니고요. 메시지는 어떤 의미에서는 '성경'이 아닙니다. 주석이나 강해나 의역이지요. 그렇다고 주석도, 강해도, 의역도 아닙니다. 장르로는 규정되지 않는 선을 넘나들며 성경을, 그것도 개역개정과 같은 직역 성경을 이해하도록 돕는 참고서지요. 그래서 한국어 카피인 '성경 옆의 성경'이라는 표현은 적실하다고 봅니다.

사용 방법 제안

이런 메시지 성경의 특징에 근거해서, 제가 생각하는 사용 방법을 한번 제안해 보고자 합니다. 저는 성경의 내용 전체가 축자적으로 영감되었기 때문에 오류가 없다고 믿으며, 교리적으로 보수적인 신앙을 가진 분들을 위한 사용 방법을 제안하겠습니다.

첫째, 메시지역을 연구 보조용으로 사용하십시오. 연구용은 안 됩니다. 의역이 지나치게 많고 원문에는 없는 단어를 넣거나 있는 단어를 뺀 부분이 많습니다. 쉽다고 해서 개역개정 성경을 읽는 수고를 메시지역을 읽는 것으로 때워서는 안 됩니다. 성경을 읽지 않고 성경 주석만 읽고 성경을 읽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잘못된 것처럼, 메시지역만 읽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둘째, 성경의 행간과 대화의 감정, 단어의 뉘앙스를 풍성히 느끼기 위해서 메시지역을 사용하십시오. 제 생각에 유진 피터슨은 히브리어와 헬라어 단어 의미의 범위를 면밀히 살펴보고, 가장 원문의 분위기를 살리는 단어 뜻을 선택한 것 같습니다. 개역개정 성경(또는 다른 직역, 또는 성경 원문)을 충분히 읽고 뉘앙스를 느끼기 위해 한번 읊어 보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셋째, 메시지역의 성경 구절을 사용해서 교리적, 신학적 진술을 해서는 안 됩니다. 그건 저자인 유진 피터슨의 의도도 아닐 뿐더러, 그렇게 할 수도 없습니다. 정교한 교리적 진술은 가급적 성경 원문에서 나와야 하며, 최소한 직역 성경을 통해서 해야 합니다. 강단에서 사용하는 것도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구창'이나 '귀싸대기'가 강단용으로 적합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게다가 읽는 사람에 따라 하나님의 성품에 대한 오해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넷째, 성경 본문의 한 해석으로, 가볍고 재미있게 참고하십시오. 읽다 보면 할아버지가 성경을 설명해 주면서 재미있게 풀어 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메시지에는 딱 그만큼의 권위를 두십시오. 나쁘다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에겐 정교한 주해를 바탕으로 한 교리적 진술이 있는 강해 설교도 필요하지만, 들으며 빠져 들어갈 수 있는 할아버지의 성경 이야기도 필요합니다. 그런 할아버지가 안 계시면, 피터슨 할아버지에게 들을 수 있습니다.

성경 연구 장르(?)의 발전을 바라며

메시지역과 같은 시도는 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기도 하지만, 필요한 작업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성경을 연구하면서도 읽지만, 통독하기도 합니다. 성경은 통독이든 묵독이든 정독이든 어떠한 방식으로 읽어도 유익이 있지요. 그렇다면 스토리 라인을 짚고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성경 연구의 한 장르로서 메시지역과 같은 시도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바라기는, 문학적인 감성과 글의 재능이 있고, 성경 원어에 탁월한 지식이 있으며, 동시대의 감성과 생각을 잘 이해하고 있고, 무엇보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자 하는 헌신된 보수학자들(더 바라기는 개혁주의 신학자들)의 시도가 더 있기를 바랍니다.

이정규 / 시광교회(예장고신) 담임강도사, 저서로 <통합적 성경 공부 시리즈, 갈라디아서>(그책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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