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신·감신·고신·침신 등 교단 목회자를 배출하기 위해 설립된 신학교들에서 요즘 잡음이 많습니다. 주로 학교법인 이사회가 총회 및 교수들과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데요. 양질의 목회자를 배출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학생들을 근심에 빠지게 합니다. 왜 이런 걸까요? <뉴스앤조이>와 <마르투스>가 2주 동안 현재 문제가 불거진 주요 교단 신학교를 취재했습니다. - 편집자 주
▲ 교단 직영 신학교인 총신대 이사들과 총회가 갈등을 겪고 있다. 벌써 반년이 지나가는데, 해결은 요원하다. 사진은 총신대 신대원 캠퍼스. ⓒ마르투스 구권효

"아버지여, 고쳐 주소서 / 이 총신 주의 것 되게 하소서 / 주 하나님, 간절히 기도하오니 / 상한 총신 새롭게 하소서"

3월 10일, 경기도 양지에 있는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총신을 고쳐 달라는 찬양이 절절하게 울려 퍼졌다. 채플 시간에 특송을 준비한 학생들이 '나의 백성이'라는 찬양의 후렴을 개사해 부른 것이다. 학생들은 "아버지, 총신을 고쳐 주소서!"라는 글자를 크게 써서 하나씩 들었다. 이날은 김영우 총신대 재단이사장이 설교하는 채플이었다.

찬양과 동시에 영상도 틀었다. 한국교회의 타락상을 꼬집은 김재환 감독의 '쿼바디스'를 편집한 영상이었다. 학생들이 찬송을 부르는 동안, 영화 속에서 전병욱 목사로 분한 배우가 성추행 사실을 묻는 사람을 피하는 장면이 나왔다. 길자연 목사로 분한 배우가 교회 세습을 극구 부인하는 모습도 나왔다. 찬양이 끝나자 고 옥한흠 목사의 설교가 쩌렁쩌렁 울렸다.

"오늘날 한국교회 총체적인 위기는 교역자가 책임져야 해요. 입만 살았죠. 실상은 주님 눈앞에 죽은 자와 같아요. (중략) 진짜 주님 보시기에 죽어 있고 썩은 냄새나는 곳은 손도 못 댄다는 말이에요. 어떻게 '주여 주여' 하는 사람이 거짓말을 합니까. 어떻게 '주여 주여' 하는 사람이 돈의 노예가 되어서 돈만 밝힙니까."

마지막 화면에는 이런 문구가 쓰여 있었다. "주여, 총신은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 3월 10일, 총신대 신대원 채플에서 특송을 하는 학생들. 학생들은 총신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마르투스 자료 사진)

작년 9월 총회 결의가 아직까지…

학생들이 이렇게 묻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현재 총신대 상황을 보고 있으면, 그래서 도대체 어디로 가겠다는 건지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다. 작년 9월 예장합동 99회 총회 결의로 시작된 일들이 아직까지도 이렇다 할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예장합동 99회 총회는 총신대 재단이사회에 정관을 변경하라고 지시했다. 재단이사의 임기를 4년에 1회만 연임할 수 있게 하고, 총장에게도 교단법에 따라 70세 정년제를 적용하는 내용이다. 만약 이사회가 정관을 고치지 않으면 총회는 이사들의 교단 내 모든 공직을 정지하겠다고 결의했다. (관련 기사: [합동21] 총신 길자연 총장, 김영우 이사장 퇴진 임박) 총회가 정한 한 달의 기간 동안 김영우 이사장이 정관을 고칠 제스처를 보이지 않자, 이사 13명 중 8명이 무더기로 사표를 던졌다.

▲ 백남선 총회장은 총회 결의가 존중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는 몇몇 이사들에게 불이익이 있더라도, 총회와 총신을 위해 정관을 변경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마르투스 구권효

그러나 김영우 이사장은 법원에 '총회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 소송을 걸었고, 법원은 김 이사장의 손을 들었다. 총회의 결의가 김 이사장의 권한을 무리하게 침해한다는 이유였다. (관련 기사: 사회 법 앞에서 맥 못 추는 예장합동은 종이호랑이)

총회가 다소 무리하게 결의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교단 직영 신학교인 총신대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이사회가 총회의 지시를 잘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사 임기를 4년에 1회만 연임 가능하도록 한 것은 이미 2011년 96회 총회에서 결의한 바 있었다. 몇몇 인사들이 10년 이상 이사를 하면서 헤게모니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는 차원이었다. 그러나 이후에도 이사회는 총회 결의를 무시하고 김영우 이사장을 비롯한 일부 이사들은 2회 이상 연임하고 있다.

이번에도 이사회는 말을 듣지 않고 사회 법으로 총회의 결의를 무력화했다. 예장합동 총회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지난해 12월 '총회결의이행위원회'를 구성해 타개책을 모색했다. 위원회는 총회 결의대로 밀어붙였다. 이사직 사표를 제출하지 않은 이사들의 교단 내 모든 공직을 정지하기로 한 것이다. 올해 2월 26일 열린 총회 실행위원회에서도 위원들은 김영우 이사장을 비롯해 사표를 제출하지 않은 안명환·이기창·김승동 목사와 이완수 장로의 공직을 향후 5년간 정지하기로 결의했다. 이사들이 또 소송을 걸어올 것을 대비해 대응팀까지 꾸렸다.

총회는 '공직 정지', 이사회는 '마이 웨이'

교단 내 공직은 물론 총신대 이사직도 포함된다. 그러나 김영우 이사장을 비롯한 일부 이사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2월 13일 회의를 열어, 사퇴한 이사 8명 중 6명의 사표를 반려하고 2명의 사표는 수리했다. 그러나 한 교단 목사는 "(이사회가) 무슨 기준으로 사표를 반려하고 수리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총회 결의를 준수하겠다며 교단지에 성명서까지 내고 사표를 제출한 정준모 목사는 유임된 반면, 현 총회 부서기인 이승희 목사는 사임됐다. 2013년 여름에 사표를 제출한 바 있는 백남선 총회장은 이제야 사표가 수리됐다.

▲ 김영우 이사장은 2월 13일과 25일 이사회를 열고 재단이사와 감사를 자체적으로 선임했다. 또 김 이사장은 2월 16일 신대원 교수 세 명을 인사 조치했다. ⓒ마르투스 구권효

또 이사회는 새로운 재단이사들을 선임했다. 원래 총신대 재단이사는 총신대 '운영이사회'가 선출하게 돼 있다. 운영이사회는 예장합동 총회가 사립학교법의 적용을 받는 총신대를 교단법으로 운영하기 위해 만든 기구로, 교단 소속 140개 노회가 1명씩 추천한 목사·장로들로 구성돼 있다. 사회 법적으로 총신대를 이끌어 가는 건 학교법인(재단) 이사회지만, 이 재단이사를 운영이사회가 뽑게 해 교단이 간섭할 수 있게 해놓은 것이다. 이때까지 재단이사는 모두 운영이사회에서 선출했다.

그런데 이번에 재단이사회가 자신들끼리 재단이사를 선출한 것이다. 이들은 사립학교법과 민법을 근거로, 남아 있는 이사만으로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할 때 전 이사들이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했다. 2월 13일과 25일 회의에서, 재단이사 5명과 감사 2명을 선출했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사학법이나 민법에도 명시되지 않아, 교단 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재단이사회의 이러한 행보는 총회와 학교의 갈등을 더욱 날 서게 만들었다. 몇몇 인사들은 이사회가 교단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 교단 목사는 "운영이사회를 거치지 않고 재단이사를 선임하는 것은 교단법은 물론 사회 법으로도 문제가 된다. 총신대 정관에도 개방이사는 총회와 법인에서 추천하는 사람들이 추천하게 되어 있다. 이런 과정을 전부 무시한 것이다. 또 정관에 따르면, 감사 중 1명은 공인회계사여야 하는데 이번에 선임된 2명 중 회계사는 없다"고 말했다.

김영우 이사장, 또 보복 인사?

한편, 이사회는 2월 16일 총신대 신대원 교수 세 명을 인사 조치했다. 전 신대원장 박희석 교수와 문병호 교수는 평생교육원으로, 김창훈 교수는 목회신학전문대학원으로 발령했다. 학생들의 수강 신청을 한 주 앞둔 시점이었다.

이를 두고 학교 내에는 김영우 이사장의 '보복 인사'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위 교수들은 작년 10월, 김 이사장이 총회를 상대로 낸 소송을 규탄하고 총회 결의를 수용하라는 내용의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바 있기 때문이다. 이런 여론에 대해, 김 이사장은 3월 10일 학생들과의 면담 자리에서 보복 인사가 아니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평생교육원과 목회신학전문대학원의 필요에 따라 세 교수를 인사 이동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총신대 정교수 8명은 3월 9일 학내에 대자보를 붙여, "김영우 이사장과 길자연 총장은 총회 결의 준수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박희석·문병호·김창수 교수를 인사 발령했다. 또 성명서에 동참한 정교수들을 학과장에서 면직하고 초임 조교수들을 임명했다"고 지적했다. 신대원 학생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도 3월 10일 김 이사장과 길 총장을 향해, 세 교수를 발령한 것은 명백한 보복 인사이며, 이들을 다시 신대원으로 복귀시키라고 요구했다.

김영우 이사장의 보복 인사 이력도 의혹을 짙게 한다. 김 이사장은 2012년 신대원 소속 김지찬 교수와 이한수 교수를 각각 학부와 목회신학전문대학원으로 발령해, 대법원으로부터 '보복 인사'라는 확정 판결을 받은 바 있다. (관련 기사: 대법 "총신대 보복 인사 무효", 이사회 '나 몰라라')

총회와 총신대 이사회의 '명분 찾기' 게임

▲ 학생들은 답답하다. "주여, 총신은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라고 묻고 있다. 사진은 작년 10월 신대원생들이 시위하는 모습. ⓒ마르투스 구권효

총회와 총신대 이사회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는 움직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99회 총회 결의 중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정관을 변경한 후 이를 '소급 적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실질적으로 김영우 이사장과 길자연 총장을 사임하게 하는 것이니, 이 소급 적용만 빼고 정관을 변경하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사태를 풀고 나서 재단이사를 절차에 맞게 운영이사회에서 다시 선출하자는 것이다. 몇몇 교단 인사들이 총회와 총신대 사이에서 이 정도 내용으로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교단 목사는 총회에게나 총신대 이사회에게나 "명분을 찾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어느 한쪽이 무릎 꿇는 굴욕적인 모습이 되지 않게, 한 발짝씩 양보하는 장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말이다.

작년 9월 총회 후 반 년이 지나도록 해결을 보지 못하고 있는 총회와 총신대 이사회. 학생들은 총회와 이사회가 치고받는 일련의 과정들을 전부 보고 있다. 학부생들과 신대원생들은 대자보와 현수막을 걸고, 시위를 벌이고,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관련 기사: 총신 학생들, 길자연·김영우 목사 '퇴진' 목소리 높여) 그러나 교단 어른들은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명분 찾기에 급급하다. 이러니 학생들이 "아버지, 총신을 고쳐 주소서!", "주여, 총신은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라고 말하는 것이다. 

구권효 / <마르투스>·<뉴스앤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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