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퍼트 주한 미 대사가 피습된 지 사흘 만에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그의 쾌유를 기원하는 예배가 열렸다. 예장합동한성 총회 목회자와 교인들이 연 집회였다. 난타와 발레, 부채춤 공연이 벌어졌다. (사진 제공 노컷뉴스)

마크 리퍼트 주한 미 대사가 3월 5일 김기종 씨에게 피습된 후 대한민국은 또다시 국론 분열의 기로에 섰다. 어버이연합이나 엄마부대봉사단 같은 극우 단체들은 김기종 씨를 종북 세력으로 몰아세우고, 한미 동맹은 영원하다며 시위를 벌였다. 한편에서는 김 씨가 단지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정신이상자일 뿐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국론 분열을 부채질하는 기독교인들이 있었다. 이들은 3월 7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부채춤을 추었다. 리퍼트 대사의 빠른 쾌유를 기원하고, 그가 트위터에 남긴 "같이 갑시다"라는 말을 구호로 외쳤다. 부채춤뿐 아니라 난타에 발레 공연까지 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한성 총회(이희준 총회장) 목회자들과 교인들이 연 예배였다.

광화문에서 벌어진 진풍경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미 대사가 피습당한 사건에 기독교가 앞장서서 이렇게까지 할 건 아니다", "하나님이 아니라 미국님을 섬기는 것 같다"며 강도 높은 비판이 쏟아졌다.

<뉴스앤조이>는 합동한성 이희준 총회장과 전화 인터뷰를 했다. 광화문에서 집회를 연 경위에 대해 이 총회장은 "교단 차원이 아니라 교인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인 것"이라며, 더 이상 알려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는 "리퍼트 대사가 무방비 상태에서 가격당했다. 이것은 약자를 폭행한 것이다. 여전도회 교인들이 모성의 입장에서 리퍼트 대사를 위로하자고 했다. 처음에는 병원에 가서 위로하자고 건의하기에, 내가 '그것은 교회 차원에서 할 일은 아니다'라고 막았다. 그러자 교인들이 예배를 하면 어떻겠느냐고 해서, '예배가 안 된다고 하는 주의 종이 어디 있겠느냐'고 답했다. 그래서 광화문에서 예배를 한 것이다"라고 했다.

부정적인 여론에 대해서 묻자 이 총회장은 "성령의 감동으로 간 것이지 절대 정치적인 목적이나 다른 의도가 있는 건 아니었다"고 답했다. 그는 "여론이라는 것이 한쪽으로 치우쳐 버리는 경향이 있다. 한 1~2년 지나 봐야 그 사건의 진실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부채춤이나 발레, 난타까지 한 이유에 대해서는, "그게 예배다. 구약 시편에 보면 예배가 그렇게 요란스러웠다"고 말했다.

합동한성 총회의 이 같은 행보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 설 연휴 때는 서울역광장과 명동에서 국가 안보와 관련한 집회를, 3월 1일에는 김포에서 3.1운동 정신을 계승하자는 찬양 예배를 연 것으로 알려졌다.

▲ 합동한성 총회의 예배는 외신들도 대서특필했다. 누리꾼들은 기독교가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며 눈살을 찌푸렸다. 교계 인사들의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FOX News 기사 화면 갈무리)

교계 인사들, "하나님께 보이려고 했나,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했나"

합동한성 총회 관계자들의 예배에 대해 교계 인사들도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비판 의견을 내놨다. 리퍼트 대사의 쾌유를 기도할 수는 있겠지만, 이를 표현하는 방식이 경솔, 경박했다는 것이다. 또 근본적으로 친미 경향을 보였던 한국교회를 지적하는 사람도 있었다. <뉴스앤조이>는 여러 목회자들과 신학자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UCLA 한국기독교학 옥성득 교수는 합동한성 교인들의 집회 소식을 접하고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그는 "춤과 노래가 어우러지면서 '신'을 기쁘게 해 소원을 푸는 한판 놀이를 굿이라 한다. 따라서 대사의 회복을 비는 치유 기도 판은 치병굿에 가깝다. 저 화려한 색깔과 시끄러운 소리를 보라. 누가 아픈 자를 위한 경건한 기독교인의 기도라고 할 것인가. (중략) 전통 무용(부채춤)과 현대 무용(발레)과 전통 음악(난타)과 기도와 사이비 애국주의와 친미 사대주의를 신학적 성찰 없이 섞으면 '경배와 찬양'이 아니라 혼합된 '굿판 공연'이 된다. 누구를 향한 기도이며 깃발이며 춤이며 외침이며 절인가"라고 비판했다. 

샬롬을꿈꾸는나비행동(샬롬나비) 김영한 상임대표도 표현이 지나쳤다고 평했다. 김 대표는 "애국심을 가지는 것이나 미 대사가 공격당해 다친 것은 불행한 일이므로 위로하거나 기도할 수는 있다. 그러나 기독교가 이를 표현할 때에는 신중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보는 곳에서 춤추고 공연하며 기도하는 것은 무속적으로 보일 수 있으며, 이는 기독교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일이다. 신앙은 정치·사회 문제와 구분해 표현해야 한다. 신앙과 정치가 섞인 것처럼 보여서는 안 된다. 교회에서 기도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겠지만, 밖에서 표현할 때는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갱신을위한목회자협의회(교갱협) 이건영 대표회장도 이벤트성으로 예배를 여는 것을 비판했다. 그는 "이렇게 집회를 하는 것은 교회와 사람들 모두에게 유익이 되지 않는다. 바리새인과 같이 사람들이 지나 다니는 길목에서 기도회나 집회를 열 것이 아니라 리퍼트 대사의 쾌유를 진정으로 바란다면 교회 내에서 중보 기도회 정도로만 해도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교회언론회 이억주 대변인은 과연 누구를 위한 예배였는지 질문을 던졌다. 그는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 싶다. 이런 행동을 잘한다고 할 사람이 얼마나 있겠나. 나무랄 수도 없지만 잘했다고도 할 수 없다. 하나님께 보이려고 한 것인가, 아니면 누구한테 보이려고 한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이런 몇 사람의 행동 때문에 한국교회 전체가 욕먹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절대 다수는 그렇지 않다고 알아 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한신대학교 강원돈 교수(기독교윤리)는 일부 한국교회가 보이는 친미 성향이 근본적인 이유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일부지만 한국 기독교는 아주 오랫동안 친미 경향을 보이지 않았나. 그들은 한국이 미국의 우산 아래 있지 않으면 북한이라든지 내부 과격 세력에 의해 안보 위기에 처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미 대사 피습 사건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김진호 실장은 합동한성 총회뿐 아니라 다른 극우 단체들의 모습 속에서 '과잉 민족주의'가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채춤과 발레, 난타는 아마 서양 사람이 좋아할 것 같으니까 사과의 의미로 보여 준 것 아니겠는가. 피해자가 미국을 대표한다는 생각이 미국에 대한 예의를 중요시하는 한국교회의 신앙 관습과 과잉된 민족의식이 결합돼 나타난 행동으로 본다. 민족주의가 과하다. 사과는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 해야 하는데, 그게 아니다. 칼로 미 대사에게 폭력을 휘두른 사람도 과잉 민족주의자고, 사과하는 쪽도 과잉 민족주의인 것 같다"고 말했다.

텍사스크리스천대학교 브라이트신학대 강남순 교수는 "일개 교단, 교회가 했다고 해도 사회에서 볼 때는 그냥 한국교회가 한 일이다. 이런 쾌유 기원 공연을 했다는 것은 목회자들의 사회참여 의식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예수는 우리에게 약자를 돌보라 하셨는데, 이번 일은 강자에게 잘 보이려고 한 일이 아니겠나. 목회자들이 세월호 사건이나 사회적 약자들의 아픔과 고통에 이러한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참으로 유감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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