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와 김삼환 목사가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서 <뉴스앤조이>의 기사 삭제를 요구하는 문건 내용을 보노라면 마음이 애잔해진다. 의뢰인이 착한 사람, 좋은 사람,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재판부나 심판관에게 부각시키려고 애를 쓰는 법무법인 로고스 법조인들의 노력도 애잔하다. 한평생 가난한 사람, 소외된 사람을 위해 애를 썼다고 자기를 스스로 드러내는 명성교회와 김삼환 목사의 노력도 애잔하다.

얼마 전 <뉴스앤조이>를 상대로 1억 원 소송을 제기한 목사가 있었다. 막대한 교회 돈을 주머닛돈처럼 주물럭거리다가 이것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는 교인들을 쫓아냈으나 결국 그 죄가 인정되어 구속되었다. 이러한 사실을 보도하자 <뉴스앤조이>가 자기의 명예를 망가뜨렸다면서 1억 원을 내놓으라고 소송을 걸었다.

그 목사 역시 한평생 자기 교회 성장을 위해서 애를 썼고, 한국교회 부흥을 위해서 수도 없이 다른 교회 부흥회를 인도해서 은혜를 끼쳤고, 고아원과 양로원을 다니면서 열심히 봉사했는지를 잔뜩 나열했다. 그렇게 훌륭한 목사인데 자기의 명예가 망가지고 다른 교회 부흥회도 인도할 수 없게 되었다면서, <뉴스앤조이>에게 일종의 손해배상을 요구한 것이다.

이 목사가 제출한 문건이나 김삼환 목사가 제출한 문건의 공통점이 있다. <뉴스앤조이> 기사 내용을 놓고 사실 여부를 조목조목 따지는 부분은 별로 없다. '묻지 마 삭제'를 요구하고 있다. 그에 비해서 자기가 얼마나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사람인지, 교회와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사람인지, 자기 자랑을 늘어놓는 데 훨씬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상대방과의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서 자기의 장점을 드러내는 수법이 세속적인 공간에서는 제법 쓸모가 있는 모양이다. 온갖 불법과 비리로 자기 욕망을 채우다가 들통 나서 재판정에 선 재벌들을, 판사들이 싸고 돌 때 가장 많이 써 먹는 레퍼토리가 무엇인가. 그 재벌이 그동안 경제 발전에 얼마나 많이 기여했느냐, 그러니까 이 정도 잘못은 눈감아 주자고 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우리나라 모든 국민은 비리 재벌의 공식적인 죗값을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으로 인식하고 있다. 목사들도 그런 세속적 방법을 써먹고 있다. 그렇게 하라고 변호사에게 시킨 것일까, 변호사가 가르쳐 준 것일까, 궁금하다.

▲ 명성교회와 김삼환 목사는 <뉴스앤조이>에 기사 삭제만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줬는지, 교회와 사회 발전에 기여했는지 강조했다. 2014년 제46회 국가조찬기도회에서 김삼환 목사가 설교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뉴스앤조이 임안섭

김삼환 목사가 자화자찬한 화려한 명성을 소개한다.

자기 자신을 소개하는 첫 문장은 이랬다. "신청인(김삼환 목사)은 신청 교회(명성교회)의 담임목사로서 한평생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섬김과 나눔의 사역을 해 온 한국교회의 대표적인 리더로서 신망이 높으며…."

이어서 재단법인 아가페 이사장으로서 아시아 최초의 민영 교도소인 소망교도소를 개원해 재소자들의 교화와 재범 방지에 앞장서 왔고,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다문화 여성을 위한 숙소인 디아코니아를 개설해 의지할 데 없는 할머니들과 외로운 여성들에게 안식처를 마련해 주었다고 했다.

국외 활동 내용도 있었다. 김 목사가 많은 예산을 들여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Addis Ababa)에 명성기독병원과 명성의과대학을 설립한 일을 소개했다. "에티오피아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전 지역에 양질의 의료 혜택을 제공했고, 국제적으로도 우리나라의 위상을 크게 드높였다"고 했다. 신청서 뒤에는 김 목사가 에티오피아 정부에서 1등 훈장을 받았다고 보도한 일간지 기사를 첨부했다.

제10회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 준비위원회 대표회장을 맡은 이력도 소개했다. 김 목사가 "전 세계 기독교인의 축제인 WCC를 성공적으로 잘 이끌었고 세계 앞에서 한국교회의 위상을 드높였다"고 했다. WCC를 준비하는 김 목사의 언론 인터뷰 기사를 동봉했다. 김 목사는 인터뷰에서 "(WCC 총회는) 한국교회의 성장과 민주주의 발전, 경제성장을 세계에 알릴 절호의 기회입니다", "한국 개신교와 사회도 분열·단절·대립을 극복하고 소통하고 대화하는 아름답고 성숙한 모습이 필요합니다"고 했다.

명성교회는 김 목사가 약한 자들의 편에 서 왔다고 했다. 한국교회희망봉사단 대표회장으로 지내면서 "한국교회를 대표하여 용산 참사 사건과 고시촌 화재 사건의 피해자들을 정신적으로 위로하고 물질적으로 도와줌으로써 약한 자의 편에 서서 이들과 대립하는 이해 당사자들 간의 화해 분위기를 이끌어 내는 일에 헌신했다"고 했다.

2007년 태안 앞바다에서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했을 때에는 한국교회가 헌신적으로 방제 작업을 하도록 김 목사가 지원하고 독려했다고 했다. 2011년 한국교회희망봉사단이 태안 6개 교회에 자원봉사자들의 노고를 기념하는 기념비를 세우고, 태안 만리포교회에 당시 활동 사진과 봉사 활동에 쓰인 도구들을 모은 전시관을 개설한 일도 소개했다.

작년 세월호 참사 이후의 활동도 빠지지 않았다. 명성교회는 김삼환 목사가 "다수의 어린 학생들의 희생에 대하여 비통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유가족 및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누구보다도 그들의 처지를 마음 아파했다"고 했다. 유가족과 피해자를 위해 한국교회의 연합 조직을 구성하고 위원장을 맡아 '세월호 참사 위로 및 회복을 위한 한국교회 연합 기도회'를 6월 1일 주관했고, 유가족과 피해자를 위해 위로와 격려, 모금 활동 등 정신적·물질적으로 돕는 데 앞장서 왔다고 했다.

왜 그것만 넣었을까. 김삼환 목사가 Whitworth College 명예신학박사, 장로회신학대학교 명예신학박사, 서울여자대학교 명예신학박사, 연세대학교 명예신학박사 등 4개의 명예박사학위를 장만한, '명성'에 결코 뒤지지 않을 만큼 화려한 '명박' 소유자라는 사실은 왜 부각하지 않았을까.

김 목사가 제출한 문건을 보면서 드는 두 번째 생각은, '그래서 뭘 어쩌라고 말이지?' 요즘 유행하는 말로 '아이고, 의미 없다'였다.

▲ 김삼환 목사는 지난 6월 1일 명성교회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위로 및 회복을 위한 한국교회 연합 기도회'에 박근혜 대통령을 초청했다. 세월호 유가족과 피해자들을 위해 열린 기도회였지만, 6·4 지방선거를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뒤따랐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김 목사 쪽이 자랑하는 내용을 하나하나 살펴보자.

그는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정신적 물질적 지원에 앞장섰다고 했다. 희생자 가족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지난 5월 30일, 세월호 유가족 대표들이 기독교대한감리회 본부를 찾은 적이 있다. 한국교회가 진상 규명에 나서 달라고 요청하는 자리였다. 이날 이들은 김삼환 목사의 설교를 언급하면서, 일부 목사들의 망언으로 많은 상처를 받았다고 했다.

김 목사는 5월 11일 주일예배 설교 시간에서 "하나님이 공연히 이렇게 (세월호를) 침몰시킨 게 아닙니다. 꽃다운 애들을 침몰시키면서 국민들에게 기회를 준 것"이라고 했다. 5월 18일에는 "세월호는 우리나라의, 우리 국민의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다. 우리 전체 국민의 수준이 이런 거다. (중략) 요사이도 우리가 세월호 때문에 해경, 청와대, 해수부, 안전부, 방송 비판 안 하는 데가 없습니다. 그러면 안 됩니다"고 했다. (관련 기사: 김삼환 목사, "세월호는 하나님이 침몰시킨 것")

김 목사가 세월호 유가족의 입장에서 이들을 도왔다고 자랑하지만,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유가족들의 마음을 대변하지 못하고 오히려 이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김 목사가 자랑하는 '세월호 참사 위로 및 회복을 위한 한국교회 연합 기도회'도 이후 논란이 됐다. 6월 1일 명성교회에서 열린 이 기도회는, 세월호 참사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열린 기도회였다. 하지만 정작 희생자 및 실종자 유가족들은 단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6·4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1만여 명이 참석한 기도회에 박근혜 대통령을 초청했던 터라, 보수 결집을 노리는 정치적 의도로 비쳐지기도 했다. (관련 기사: 김삼환 목사 주도 집회 박근혜 대통령 참석)
 

▲ 2013년 WCC 준비위원회 대표회장 김삼환 목사가 마지막 회의에서 WCC가 채택한 공식 성명서를 뒤짚는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사진은 WCC 개막식에서 축하 연설을 하고 있는 김삼환 목사의 모습이다. (WCC 제공 하이라이트 영상 갈무리)

2013년 WCC 제10회 총회를 한국에서 개최한 것도 자랑했다. WCC에 대한 신학이 잘 정리되어 있었다면 별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명박'만 가지고 있었고, 그게 화근이었다. 총회를 앞두고는 김삼환 목사가 중심이 되어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김영주 총무, 한기총의 길자연 전 대표회장, 홍재철 당시 대표회장이 합의문을 만들고 팔짱을 끼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이런 억지스러운 조합 때문에 총회 전부터 난리가 났다.

시작부터 그러더니 끝도 마찬가지였다. WCC 총회가 막바지에 이른 11월 7일, 총대들은 유엔의 북한 경제제재 해제를 촉구하자고 결의했다. 그런데 다음날 김 목사가 마지막 회의에서 유엔의 북한 경제제재를 찬성하고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했다. WCC 준비위원회를 대표하는 사람이 WCC가 채택한 공식 성명서를 뒤집는 발언을 한 것이다. (관련 기사: 김삼환 목사, 자기가 차린 밥상 손수 뒤엎나)

이런 오락가락 WCC 총회의 주인공이 바로 김삼환 목사이다. 그런데 그걸 자랑이라고 내세우고 있다.

용산 참사 때와 태안반도 기름 유출 때 도대체 몇 번이나 현장에 가서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했다는 말인가. 대한민국 온 국민이 아파하고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몇 날 며칠을 기거하면서 봉사했다. 그러나 그들은 생색내지 않았다. 그냥 같이 아파하고 같이 수고했을 뿐이다. 김 목사처럼 한두 번 가서 사진 몇 장 찍고는 그것을 자기 포장에 활용하는 이는 정치인 정도에 불과하다.

김삼환 목사가 그동안 했다고 나열한 일을 보면, 마음 없이도 돈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수만 명의 교인이 있고, 웅장한 건물을 가진 교회 목사가 그 정도 하는 게 무어 그리 대단한 일인가. 자랑할 거리가 아니라 큰 교회 목사의 마땅한 의무요 책임이다. 아니, 의무와 책임 수행이라기 하기에도 너무 보잘것없다.

아무리 적과의 싸움에서 이기려 하는 수법이라 해도 목사로서 낯 뜨거운 공치사의 연속이다. 나중에 저세상에서 '수고했다, 착하고 충성된 머슴아' 하고 예수님의 칭찬을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이 세상에서 예수 안 믿는 사람들에게는 웃음거리가 되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김삼환 목사의 자기 자랑 목록은, 이번 명성교회 전 재정 장로의 자살 사건, 그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고 싶다.
 

▲ 명성교회와 김삼환 목사가 보낸 '언론 조정 신청서'에는 김삼환 목사의 치적에 대한 소개를 나열했다. 신청서에는 이를 보도한 기사 사본이 첨부되어 있었다. (언론 중재 신청서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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