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교회와 남한 교회가 '한 지붕 두 가족'으로 만났다. 서울 노원구에 있는 빛과소금의교회(장창영 목사)와 행복이넘치는교회(김디모데 담임전도사)의 이야기다. 2년째 예배당을 공유하는 두 교회가 주님의 몸 된 교회를 함께 세워 가고 있다.

2012년 말, 한 목회자 가정이 빛과소금의교회를 방문했다.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하던 중인 김디모데 전도사와 그의 아내 오테레사 전도사였다. 오테레사 전도사는 탈북자 출신으로, 감리교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을 마치고 신학석사 과정을 밟고 있었다.

우연히 오 전도사의 어머니가 빛과소금의교회에 출석하고 있어 장 목사에게 인사하러 갔다. 세 목회자는 만나서 목회에 대한 고민을 나누었다. 개척을 하고 싶던 김 전도사 부부는 빛과소금의교회 사역에 감명을 받았다.

빛과소금의교회는 2007년 가정 교회로 시작했다. 교인 수가 빠르게 증가했다. 같은 해 10월, 공릉동에 있는 상가 2층인 50평 공간을 임대해 예배당으로 사용하면서 북한 선교에도 힘을 쏟았다. 뿐만 아니라, 지역 교회와 연대해 연합 예배, 집회 등의 연합 사역을 펼쳤다. 명절이면 지역의 탈북자와 독거노인들에게 생필품을 주며 위로하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구제 사역을 했다. 시리아 난민, 아프리카 교회 개척 사역 등 해외 선교와 신촌·강남·분당 등에 교회 개척으로 국내 선교에도 힘을 써 왔다.

북한 선교에 마음이 일치하는 세 목회자의 만남은 식사 교제로 이어졌다. 그러던 중, 탈북자 교회를 개척하고 싶었던 김 전도사 부부는 장 목사에게 예배당을 공유하자고 먼저 제안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장 목사가 그 자리에서 흔쾌히 수락했다. 장소를 찾다가 여의치 않으면 사용해도 된다고 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논의되지 않았다.

2013년 초, 장 목사는 김 전도사에게 다시 연락했다. 예배당 장소를 찾았느냐며, 아직 구하지 못했으면 빛과소금의교회 노원 예배 장소를 무료로 사용하라고 했다. 그는 분당 지역에 교회를 새로 개척하면서 노원에서 오후 2시 예배를 없애게 되었다며, 오후에 공간이 빈다고 했다. 당시 높은 임대료 때문에 적합한 예배 장소를 구하지 못하고 있던 김 전도사 부부는 제안을 감사하게 받아들였다.

▲ 탈북자 교회와 남한 교회가 2년째 '한 지붕 두 가족' 생활을 하고 있다. 서울시 노원구에 있는 빛과소금의교회(장창영 목사)와 행복이넘치는교회(김디모데 담임전도사)의 이야기다. 그들은 주님의 몸 된 교회를 함께 세워 가는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사진은 행복이넘치는교회 창립 기념 예배 때 찍은 사진. 사진 두 번째 줄 맨 왼쪽이 김데모데 전도사, 그 옆이 오테레사 전도사. 사진 맨 윗쪽 왼쪽에서 다섯 번째 회색 양복을 입은 사람이 장창영 목사. (사진 제공 김디모데)

빛과소금의교회와 행복이넘치는교회의 '한 지붕 두 교회' 생활이 시작했다. 빛과소금의 교회는 오전 11시 30분, 행복이넘치는교회는 오후 4시 30분 예배를 한다. 개척 교회인 행복이넘치는교회는 몸만 들어갔다. 마이크, 앰프, 스피커, 프로젝터, 스크린, 심지어 노트북까지도 사용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주보와 헌금 봉투만 별도로 준비했다.

행복이넘치는교회는 빛과소금의교회에 임대료를 내지 않는다. 단, 매주 헌금의 십일조를 무조건 빛과소금의교회에 내고, 여름과 겨울 냉난방기 사용료를 특별 헌금으로 모아 낸다.

빛과소금의교회 교인들은 아무런 주저함 없이 예배당 공유에 찬성했다. 실제도 두 가족이 되니 불편함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빛과소금의교회는 정해진 시간에 모임을 마쳐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하지만 빛과소금의교회 최병희 집사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이라는 확신이 있다고 했다.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 주저함 없이 승낙을 했어요. 주님의 교회를 세워 간다고 생각하니 어려움보다 기쁨이 큰 것이죠. 저희 교회는 예배 장소에서 식사를 해요. 예배 후 식사용으로 자리 배열을 해요. 그런데 4시부터 행복이넘치는교회가 예배를 준비하니 저희가 다시 예배를 할 수 있도록 자리 정돈을 하고 있어요. 교인들이 협조해 주니 부담은 없어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 빛과소금의교회는 행복이넘치는교회에게 예배당을 무료로 사용하라고 제안했다. 개척 교회인 행복이넘치는교회는 예배당 사용뿐만 아니라 마이크, 앰프, 스피커 등 예배에 필요한 장비를 모두 무료로 사용하고 있다. 빛과소금의교회 교인들은 예배를 마친 후 예배실에서 식사를 한다. 식사를 마친 후에는 행복이넘치는교회 예배를 위해 자리 정돈을 해 준다. (사진 제공 빛과소금의교회)

김 전도사와 오 전도사는 시간이 갈수록 하나님의 은혜를 더 느끼고 있다며 감사하다고 했다. 아직은 출석 교인이 10여 명뿐인 작은 교회이지만, 운영이 더욱 안정되면 빛과소금의교회를 섬길 방법을 찾아 함께하고 싶다고 했다. 장 목사는 빈 공간을 빌려주는 것은 언론에 소개될 일이 아닌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했다. 그는 빛과소금의교회 공간을 통해 교회가 세워지는 것이 감사하고,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계속 예배당을 공유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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