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사 후 6년, 사람들은 용산 참사가 잊혀질까 걱정한다. "주여, 주 예수여 저를 기억해 주소서." ⓒ뉴스앤조이 이은혜

"한도 끝도 없이 서글픈 이 자리, 왜 이렇게 오기도 싫고 보기도 싫은지요."

용산 참사 유가족인 전재숙 집사는 마이크를 잡고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전 집사는 "우리들의 시간은 2009년 1월 20일에서 멈췄다"고 말했다.

6년 전, 용산역 앞 남일당은 새 건물이 들어서야 한다며 급하게 철거됐다. 그러나 6년이 지난 지금, 이 자리는 고작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1월 15일, 쌀쌀한 날씨였지만 남일당 터였던 이 주차장에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였다. 이날 촛불교회(최헌국 목사) 주관으로 용산 참사 6주기 추모 기도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어둠이 깔려 오자 사람들은 손에 든 촛불, 주변 상가와 용산역에서 비치는 불빛에 의지해 기도회를 준비했다. 현장에 모인 이들은 시종일관 차분했다. 철거를 반대하며 저항하다 희생된 사람들, 그리고 거대했던 공권력을 회상했다.

▲ 조헌정 목사(향린교회)는 이날 설교에서 "성경은 성문 밖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했다. 가난하고 힘 없어 성 바깥으로 내몰린 사람들이 성경의 주인공이라는 것이다. ⓒ 뉴스앤조이 이은혜

기도회는 '불의한 행위를 기억하신다'는 주제로 요한계시록 18장을 본문 삼아 진행했다. 조헌정 목사(향린교회)가 '자본 야만의 시대'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조헌정 목사는 먼저 희생자를 낸 공권력을 언급했다. 설교 본문인 요한계시록이 작성된 시대 상황을 들며 요한계시록에는 로마의 핍박과 압제, 자본의 야만에 대한 분노가 담겨 있다고 했다. 조 목사는 국가권력의 불의한 행위에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에게는 위로를 전했다. 요한계시록에는 분노뿐만 아니라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도 있다고 했다. 사도 요한이 로마에게 희생당한 순교자들에게 용기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조 목사는 6년 전 이 땅에서 죽어 간 이들과 그들의 죽음을 눈으로 볼 수밖에 없었던 가족들에게 하나님의 평화가 요한계시록의 새 하늘과 새 땅으로 임할 것이라고 위로했다.

6년 전의 아픔을 기억하는 사람들도 많이 참석했다. 이날 기도회에는 목사, 교인, 지나던 시민, 고등학생 등 80여 명의 사람들이 참석했다. 매년 용산 참사 추모 기도회에 참석 중이라고 밝힌 김영승 씨는 "신앙과 양심은 다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교인은 "앞으로 기독교인들이 이런 아픔이 있는 현장을 더 많이 기억하고 참석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전재숙 집사는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전 서울지방경찰청장)과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될 때까지 싸우겠다"고 했다. 참사의 진상이 규명되고, 남편들의 명예가 회복될 때까지 싸우겠다는 것이다. 최헌국 목사는 "용산 참사의 진상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세월호 참사라는 아픔을 겪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기도회의 마무리에는 참석자들이 주차장 벽에 국화꽃을 꽂았다. 사람들은 "여기 사람이 있었다, 함께 살자 함께 싸우자!"라고 손에 든 피켓의 구호를 외쳤다.  

▲ 기도회 후 사람들은 주차장 벽에 국화꽃을 꽂았다. 참석자들은 이곳에 사람이 살았다고 외쳤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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