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월,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가 정관을 고치겠다고 나섰다. 3월에는 구체적인 정관 개정안이 나왔다. 헌금 정도로만 쓰여 있던 정관에 '십일조'를 교인의 의무로 명시하고, 교인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에는 교인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게 했다. 원래 정관에는 교회 회계장부 열람에 대한 규정이 없었는데, 교인 2/3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장부를 열람할 수 있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담임목사와 당회의 권한이 더 커졌고, 교인들의 권리는 작아졌다. 분당중앙교회(최종천 목사)와 왕성교회(길요나 목사)는 이미 이런 식의 정관 개정을 완료한 상태였다.

'교회법 학자'라는 목사들이 거들었다. 그들은 당회를 통해 교회를 이끌어 나가는 게 '장로교의 원리'라고 주장했다. 십일조 조항은 교인의 권리를 제한하기 위해 넣은 것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교인들은 권리를 누릴 수 없는 게 당연한 이치라며 앞뒤 안 맞는 말을 했다. 교인 2/3가 동의해야 회계장부를 열람할 수 있다는 규정은 사실상 장부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이들은 오히려 교인들에게 장부를 오픈하기 위해 규정을 새로 만든 것이라고 했다.

교회를 위해, 교인들을 위해 정관을 개정한 것처럼 말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게 최근 법원 판결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사랑의교회와 분당중앙교회가 관련된 소송이다.

▲ 일부 대형 교회들이 개정한 정관의 내용이 교인들의 권리만 축소해 놓은 것이라는 사실이 법원 판결로 드러나고 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법원도 인정하지 않는 회계장부 열람 규정

사랑의교회갱신위원회(갱신위) 교인들은 2013년 11월, 법원에 사랑의교회 회계장부 열람 가처분을 신청했다. 교회, 특히 오정현 목사의 재정 집행이 불투명하고 의혹이 많다는 이유였다. 작년 3월 1심 판결이, 12월에 2심 판결이 나왔다.

사랑의교회는 이 소송에 대응하면서, 교인들은 헌금을 내는 것으로 의무를 다했기 때문에 헌금을 관리할 이유도 권리도 없다고 주장했다. 또 최소한 교인 1/3 이상이나 헌금액이 1/3 이상 되는 사람들이 신청해야 장부를 공개할 수 있다고 했다. (관련 기사: 사랑의교회가 재정 장부 안 보여 주는 이유)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완전히 달랐다. 지방법원이나 고등법원이나 교인들이 교회 회계장부를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판결했다. 관련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4년 3월 17일 판결(2013카합2349): "비록 교회에서 교인에게 회계장부 및 서류를 일반적으로 열람·등사할 수 있는 권리를 직접 부여한 법률이 존재하지 않고, 교회의 내부 규정 중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채권자들은 채무자(사랑의교회)의 교인으로서 채무자가 보유한 재산의 공동 소유자(총유자)인 점 △채무자의 공동의회는 교회의 예산 집행을 관리·감독할 권한이 있고 그 권한을 실질적으로 행사하기 위해서는 교인들이 교회의 예산 집행 내역 등을 사전에 충분히 숙지할 필요가 있다."

서울고등법원 2014년 12월 24일 판결(2014라405): "비록 교인에게 회계장부를 일반적으로 열람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법률상 규정은 존재하지 아니하나, 채무자 교회 정관에 따르면 공동의회는 교회의 최고 의결 기관으로서 교회 재정 운영의 투명성과 적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예산 편성, 결산 및 감사 보고의 인준 등의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공동의회 구성원은 공동의회에 부여된 위 권한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교회의 회계처리가 적정한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회계장부 등을 열람·등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고 할 것이다."

두 법원 판결 모두 단서 조항이 있기는 하다.

"다만, 상법이 주식회사에 대하여 일정 비율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주주에게만 회계장부 및 서류에 대한 열람·등사 청구를 허용하고 있는 것과 달리, 교회의 회계장부 및 서류에 대한 열람·등사 청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교회의 등록 교인이라면 누구에게나 허용되므로, 그 권한 행사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열람·등사 청구의 이유를 보다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하고 열람·등사를 청구하는 회계장부 및 서류와 이유와의 관련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것이 요구된다."

권한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이유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것뿐, 공동의회의 회원인 교인이라면 누구나 교회 회계장부를 열람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 강문대 변호사(법률사무소 로그)는 "자기가 속한 단체의 회계장부를 보는 건 너무나 당연한 권리라는 뜻이다. 교회가 열람 방식이나 내용을 어느 정도 규제할 수는 있겠지만, 교인 2/3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지나치게 교인들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다. 만약 이 정관 규정으로 문제가 되었을 때, 법원이 교회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십일조로 교인 권리 금지하는 것 맞다

이번에는 십일조 얘기다. 분당중앙교회는 작년 8월 MBC를 상대로 정정 보도 및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MBC 뉴스데스크가 4월 13일 방송에서 분당중앙교회의 정관을 문제 삼았는데, 이 보도가 잘못되었다는 이유였다. 뉴스데스크는 이날, 분당중앙교회의 정관이 십일조를 내지 않으면 교인의 권리를 잃게 할 수 있는 조항을 담고 있다고 비판했다.

분당중앙교회는 이 내용이 '허위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교인의 당연한 의무인 봉사와 헌금 의무를 선언한 규정과 △이단 세력에 대한 견제를 목적으로 제정된 교인의 권리 제한에 관한,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두 개의 규정을 MBC가 인위적으로 연결시켰다는 것이다. 분당중앙교회는 MBC가 정정 보도할 내용과 방식을 구체적으로 제시했고, 1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잠깐 분당중앙교회의 정관을 짚고 넘어가자. 분당중앙교회 옛 정관 제11조 '교인의 의무' 3항은 "교인은 성경의 원리에 따라 봉사와 헌금할 의무를 진다"이다. 2014년 개정한 정관 제11조 '교인의 의무' 3항은 "교인은 성경의 원리에 따라 봉사와 십일조 및 헌금할 의무를 진다"이다. 십일조라는 말이 포함됐다. 옛 정관 12조 '교인의 권리'에는 "교회의 주권과 모든 권리는 교인에게 있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새 정관 12조 '교인의 권리' 9에는 "교인의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자는 당회의 결의로 교인의 권리를 중지 및 상실하게 할 수 있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분당중앙교회는 정관 11조 '교인의 의무'와 12조 '교인의 권리'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어떻게 보았을까.

"△최근 원고(분당중앙교회)가 십일조를 교인의 의무로 규정하는 내용 및 교인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자에 대해 당회의 결의로 교인의 권리를 중지·상실하게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도입한 것은 사실에 부합하고 △위 정관 규정의 문언 및 체제 등에 비추어 볼 때, 십일조를 내지 않은 교인에 대하여는 당회의 결의로 교인의 권리를 중지·상실하게 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논리적이며 △위 두 규정이 서로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거나, 연관이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인위적이고 잘못된 해석이라고 볼 수 없다."

십일조를 내지 않는 교인의 권리를 중지하고 상실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사실'이라는 것이다. 분당중앙교회가 MBC에 건 소송은 지난 12월 5일 모두 기각됐다.

이단 대비하는 만큼 담임목사 단속도

위와 같은 내용으로 정관을 개정하거나 개정을 시도했던 교회들의 논리는 "교회를 분열시키는 이단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일리는 있다. 교인처럼 교회에 침투해 분열을 책동하는 이단 단체가 있다는 사실을 한국교회는 알고 있다. 모르는 교인이 없을 정도로 잘 알고 있다. 교회는 그들의 왜곡된 성경 해석과 교리를 파헤치고 전파해 교인들이 건전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 이제는 정관을 고쳐 교인들의 권리를 지나치게 축소하면서까지 이단에 대처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교회에 분란이 일어나는 가장 큰 원인이 담임목사의 전횡 때문이다. 독단적인 교회 운영, 불투명한 재정, 성희롱·성추행 등 담임목사로 인한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교회개혁실천연대는 수많은 상담을 거친 결과, 담임목사가 아무런 견제도 없이 너무 막대한 권한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교인들의 건전한 신앙생활을 위해, 이단 대비도 대비지만 담임목사의 권한에 대한 대비가 더욱 시급해 보이는 이유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