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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보수 기독교 밥존스대학, 성폭행 피해자에게 "네 탓이오"

수십 년간 고위 관계자들 통해 은폐 의혹...학교 명성·신앙 운운하며 신고 막아

이은혜 기자   기사승인 2014.12.31  11:5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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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가장 극우적인 성향의 기독교 학교인 밥존스대학교(Bob Jones University)가 성 문제로 한바탕 홍역을 앓고 있다. <뉴욕타임스>·<가디언> 등 다수의 언론은 밥존스대학교가 학교 내에서 일어난 성 문제를 숨기려 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그린빌 시에 있는 밥존스대학교는 1927년 로버트 존스(Robert Jones)가 세웠다. 그 후 3대에 걸쳐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밥존스대학은 학생에게 엄격한 행동 잣대를 적용한다. 입학할 때 학교가 제시한 서약서에 사인을 해야 하는데, 이 서약서에는 혼전 순결과 동성애 금지 등이 명시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술과 마약 등을 소지했다가 적발되면 정학 처분을 받는다.

밥존스대학교에 성폭행 피해자가 많고, 학교가 이를 묵과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려 온 것은 최근 일이 아니다. 학대 피해자, 교수와 목사, 일부 상담사까지 수년간 학교 측에 문제 제기를 해 왔다. 2012년, 학교는 GRACE(Godly Response to Abuse in the Christian Environment)라는 단체를 고용해 학교의 전반적인 성 문제 대처 방법을 조사하게 했다. GRACE는 교회 내에서 행해지는 각종 학대를 감시하는 NGO다. 감시뿐만 아니라 예방 교육과 피해자 카운슬링도 같이 하는 전문가 그룹이다.

   
밥존스대학교(Bob Jones University)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 있는 극보수 성향의 기독교 대학이다. 특정 교단 소속은 아니며 1927년 로버트 존스(Robert Jones)가 세운 이래 3대째 가족이 운영하고 있다. 빌리 그레이엄(Billy Graham)·존 맥아더(John F.MacArthur)·김장환 목사 등이 이 학교 출신이다. 밥존스대학교는 교내에서 일어난 성 문제를 지속적으로 숨기려 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밥존스대학교 홈페이지 갈무리)

조사 과정에서 고비도 한 번 있었다.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조사가 진행되는 것 같지 않자, 학교는 지난 1월 GRACE를 일방적으로 해고했다. 학교를 향한 비판은 거셌다. 졸업생과 재학생은 밥존스대학교가 성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고 비난했다. 학생들의 원성을 견디지 못한 학교 측은 2월, GRACE를 재고용하며 진행하던 조사를 끝마쳐 줄 것을 주문했다.

조사는 온라인 설문과 더불어 피해자와 조사관의 일대일 대면을 통해 진행되었다. 총 381명을 조사했는데 그중 절반에 가까운 166명은 피해자였다. 응답자의 신분은 조사관에게만 공개되었다. GRACE는 6월에 모든 절차를 종료하고, 12월 11일 300페이지에 달하는 '밥존스대학교 성적 학대 은폐 의혹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담긴 밥존스대학의 현실은 평소 기독교에서 성 문제가 일어났을 때 대처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학교 고위 관계자들은 성폭행 가해자 대신 피해자를 비난했다. 경찰에 가서 성폭행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은, 피해자 자신을 포함해 학교와 교회, 나아가 기독교 전체에 해를 가하는 일이라고까지 했다.

이런 견해는 학교에서 운영하는 피해자 상담 내용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한 피해자는 학교 카운슬러와 상담할 당시 "경찰에 가서 성폭행 사실을 얘기하면 결국 당신 가족은 상처받고 다 흩어질 것이다. 학교의 명성에도 먹칠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결국 죄책감에 시달리는 건 당신이다. 그런 일을 다 감당할 수 있으면, 당신은 하나님보다 당신 자신을 더 사랑하는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GRACE의 조사관에게 털어놓았다.

또 다른 피해자는 학교의 학생상담센터에서 "당신이 당한 성폭행도 혼외정사이기 때문에 죄다. 혹시 그것에 대해 회개했는가? 그때 혹시 당신 몸은 좋다고 느끼지 않았는가?" 등의 질문을 들었다고 했다.

   
GRACE는 교회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종류의 학대를 감시하는 NGO다. 밥존스대학교의 의뢰를 받아 교내에서 일어난 성적 학대에 대해 학교가 어떻게 대응했는지 조사했다. 조사는 약 2년 동안 총 381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GRACE는 교직원·교수·목사·상담사·피해자와 온라인 설문과 일대일 면접을 진행했다. 지난 12월 11일, 총 300페이지에 달하는 조사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GRACE 홈페이지 갈무리)

GRACE는 보고서에 몇 가지 권고 사항을 발표했다. △성적 학대에 관한 학교 정책 재정비 △외부 기관에 피해자 상담 위탁 △학대 후 정신적 충격으로 학업을 이어 가지 못한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지원 △학교 임원이 만든 카운슬링 책자와 비디오 사용 중단 등이다.

이 권고 사항들은 학교 고위 관계자 두 명을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제임스 버그(James Berg) 교수는 밥존스대학교 상담 책임자다. GRACE는 그가 앞으로 성적 학대와 관련한 어떠한 활동도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이는 캠퍼스 안팎에서 카운슬링을 하거나 성 문제와 관련해 공개적인 발언을 금지하는 것도 포함한다.

보고서가 지적한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1997년부터 2005년까지 총장을 지낸 밥 존스 3세(Bob Jones III)다. 그는 이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계속해서 GRACE에 압력을 가했다. GRACE는 존스 3세가 피해자들이 성적 학대로 받는 고통을 전혀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며 대학 차원에서 그를 징계할 것을 주문했다.

명백한 보고서가 나왔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피해자의 입장에 서서 학교를 비판해 왔던 캐밀 루이스(Camille Lewis) 전 교수는 GRACE가 한 일은 대단한 일이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고 했다. 학교 고위 관계자들이 벌써부터 이 결과를 축소하려 한다며, 학교의 움직임을 계속 주시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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