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default_news_ad1

[기획2] 죽 쒀서 이단 준 빚더미 교회들

경매·매매로 나온 20여 교회, 1196억에 하나님의교회에 팔려…신분 감춘 채 접근

이용필 기자   기사승인 2014.12.26  21:09:57

아래의 URL을 길게 누르면 복사하실수 있습니다.

default_news_ad2
ad42
   
▲ 경매와 매매로 넘어간 교회를 하나님의교회가 사들이고 있다. 20여 교회를 매입하는 비용으로 1196억 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공개되지 않은 거래까지 계산하면 실제 금액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성남시 서현동에 있는 하나님의교회 총회 회관. 하나님의교회 측 관계자는 "이곳에서 200여 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빚진 죄인(종)이라.' 빚진 사람은 대개 빚 준 사람에게 죄인이나 종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구속받게 된다는 뜻을 지닌 속담이다.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해야 할 한국교회가 언제부터인가 '빚진 죄인'의 반열에 들어섰다. 2013년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2000년~2013년까지 교회가 은행에서 빌린 대출금이 4조 원을 넘어섰다.

부채 뿌리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의 금융 정책과 맞닿아 있다. 2000년대 초 대출 시장을 찾던 은행은 교회를 타깃으로 삼았다. 농협과 수협은 미션·샬롬·실로암 대출 등 교회에 친숙한 이름의 상품을 내놓았고, 교회의 반응은 뜨거웠다. 십일조 액수와 교인 수 등이 대출 기준이 됐다. 교인이 많을수록 대출을 받기가 용이했다. 일부 교회는 땅과 건물을 담보로 설정해 돈을 빌렸다.

시간이 지나자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교회가 하나둘 나타났다. 연체와 함께 대출금이 불어나자, 교회는 근저당권을 재설정해야 했다. 대출 이자를 상환하지 못한 교회는 경매로 넘어가거나, 매매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법정 경매로 쏟아져 나오는 교회는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정보 업체 태인에 따르면, 2008년~2013년까지 연평균 261건의 종교 시설이 경매에 나왔다. 이중 한국교회가 차지하는 비율은 70~80%에 달한다.

최근에는 이단으로 규정된 하나님의교회세계복음선교협회(하나님의교회·교주 장길자, 총회장 김주철)가 이러한 교회를 사들이면서, 한국교회가 진퇴양난을 겪고 있다.

지난 11월, 판교 충성교회(윤여풍 목사)가 하나님의교회에 매각된 이후 <뉴스앤조이>는 2주 동안, 교회를 사들이는 하나님의교회의 현황을 취재했다. 그 결과 하나님의교회 건물 207곳 중 35곳이 일반 교회가 사용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기사 : [기획1] 이단 하나님의교회, 2010년 이후 교회 건물 적극 매입)

35개 건물 중 22곳의 거래 가격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하나님의교회가 일반 교회를 매입하며 쓴 돈은 약 1196억 원으로 드러났다. 확인되지 않은 교회까지 계산하면, 실제 지출 비용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뉴스앤조이> 기자는 하나님의교회에 매각된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서울·경기·인천 지역에 있는 교회 10곳을 직접 찾았다. 대다수 교회가 은행 빚에 시달렸다. 10개 교회 중 7곳은 예배당 신축과 동시에 은행에 돈을 빌렸고, 나머지 3곳은 리모델링과 증축을 위해 빌렸다. 적게는 8억부터 많게는 50억에 이르렀다. 10개 교회의 평균 부채는 41억이었다.

빚에 발목 잡힌 교회들

부채가 없던 교회들이 한순간에 '빚더미 교회'가 된 것은 교회 이전과 맞물려 있다. 특히 신도시로 진출하면서 빚이 불어났다. 취재한 교회 중 절반 이상이 신도시로 진출했다가 빚을 갚지 못했고, 하나님의교회에 매각된 것으로 나타났다.

몇 가지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자. 12월 17일, <뉴스앤조이> 기자는 성남시 중원구 도촌동에 있는 ㅂㅈ교회를 찾았다. 지난 2007년 ㅂㅈ교회는 신도시로 분류된 이 지역에 종교 부지 447평을 분양받았다. 은행에서 35억을 빌려 지하 3층 지상 2층 예배당을 세웠다. 이 아무개 목사는 당시만 해도 부채를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출석 교인 200여 명에 새 아파트로 입주할 예비 교인까지 더하면 은행 빚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건축 업체 두 곳이 잇따라 부도를 내면서 교회는 휘청거렸다. 제2금융권에서 부랴부랴 돈을 끌어왔다. 우여곡절 끝에 새 예배당에 들어갔지만, 기쁨은 잠시였다. 50억에 이르는 빚이 압박해 왔다. ㅂㅈ교회는 교인 총회를 열고 예배당을 팔기로 결정했다. 예배당 매각 공고 이후, "분당에 있는 큰 교회에서 왔다"는 60대 남성이 교회를 사겠다고 찾아왔다. 그는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치른 뒤, 하나님의교회 소속이라고 밝혔다. ㅂㅈ교회는 2011년 4월, 89억에 매각됐다.

경기도 남양주 장현리에 있는 ㅈㅎㅈㅇ교회. 총신대를 졸업한 송 아무개 목사가 개척한 이 교회는 7년 만에 등록 교인 500명이 넘을 정도로 부흥했다. 2007년 인근에 신도시가 들어서자 종교 부지 560평을 분양받았다. 기존에 사용하던 4층짜리 건물과 새로 구입한 땅을 담보로, 제2금융권에서 18억을 대출받았다.

그런데 돈을 빌려준 금융 업체 측이 기존 교회 건물을 팔아 원리금을 당장 상환하라고 압박해 왔다. 착공도 시작하지 않은 상태여서 당장 길거리로 내쫓길 상황이었다. 교회는 계속해서 상환을 미뤘고 빚은 40억으로 늘어났다. 12월 17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송 목사는 "교회가 경매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아파트와 상가까지 팔았지만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ㅈㅎㅈㅇ교회 예배당은 결국 2012년 하나님의교회에 매각됐다.

서울 은평구 진관동에 있는 ㅅㅂㅇㅅㅇ교회는 창립 40주년이 되던 2010년, 인근 뉴타운 지역으로 예배당을 이전했다. 새 예배당을 건축하기 위해 은행에서 57억을 빌렸다. 빌린 돈은 기존에 있던 예배당을 팔아 갈음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팔려고 내놓은 기존 예배당이 재개발 지역으로 묶이면서 교회는 위기를 맞았다. 빚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 예배당을 다시 팔아야 했다. 교단 총회까지 나서 중재를 시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김 아무개 당회장은 "부동산을 통해 새 예배당을 내놓았는데, 하나님의교회가 70억에 사 갔다"고 말했다.

계약하고 보니 하나님의교회?

   
▲ 일부 교회들은 상대방이 하나님의교회 소속인 줄 모르고 계약을 맺었다고 했다.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받은 다음에야 알았다고 했다. 사진은 성남시 중원구에 있는 하나님의교회 건물. 2011년 이 예배당을 매입해 사용해 오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빚더미에 내몰린 교회들의 선택 사항은 많지 않았다. 법정 경매로 예배당을 잃거나, 매각을 통해 이전 비용이라도 확보하는 게 최선이었다. 기자가 만난 목회자와 교인들은 하나님의교회에 예배당을 넘긴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거래 당사자가 하나님의교회인 줄 모르고 예배당을 판 교회도 있었다.

성남시 중원구에 있는 ㅎㄷㅇ교회는 지난 2010년 4월, 지상 3층 연면적 193평 예배당을 한 장로에게 팔았다. 예배당으로 사용한다는 말에 별다른 의심 없이 거래했다. 몇 달 뒤 멀리서도 보이던 십자가가 보이지 않았다. 기존 교회 간판 대신 '하나님의교회세계복음선교협회'가 내걸려 있었다.

ㅎㄷㅇ교회 홍 아무개 목사는 인근 지역으로 교회를 이전하기 위해 교회를 내놓았는데, 인천에서 온 장로가 교회를 사 갔다고 말했다. 홍 목사는 교회에 부채도 없었다면서 상대가 하나님의교회였다면 팔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지방에서도 있었다. 지난 2011년, 교회 이전을 준비하던 경남 ㅈㅈㅅㅇ교회는 새 예배당으로 이전하기 위해 구 예배당을 내놓았다. 소식을 접한 누군가가 예배당을 유치원 용도로 사용하겠다며 접근해 왔다. 교회 관계자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받은 뒤 (거래 대상이) 하나님의교회라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동 빌딩 지하를 임대해 사용하고 있는 ㄱㄴㅈㅇ교회는, 지난 2012년 대치동에서 이전했다. 수십 억의 빚을 감당하지 못해 교회를 옮겨야 했다. 거래 당시 교회에 접근한 한 남성은, 자신을 사업가로 소개했다. 교회를 리모델링해 공간을 달리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18일 기자를 만난 최 아무개 목사는 "중도금까지 받은 다음 (거래 상대가) 하나님의교회 소속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교인은 떠나고…손 내밀 곳 없는 교회들

교회가 경매와 매매로 넘어가면서, 피해를 입은 교인도 있었다. 특히 보증을 섰던 일부 교인들이 갈등을 겪으며, 교회를 떠나기도 했다. ㅂㅈ교회의 경우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교인 5명이 연대보증에 동참했다. 교회가 이자도 갚지 못하자, 교인들 사이에서 집에 차압이 들어간다는 말들이 떠돌았다. ㅂㅈ교회 관계자는 "당시 교회 빚 문제로 잠 못 잔 교인이 한둘이 아니었다. 연대보증에 섰던 교인들이 재산상의 손해를 입지 않았지만, 마음에 상처를 입고 교회를 떠났다"고 말했다.

인천시 서구 원당동에 있는 ㅇㄷㅇㅅ교회도 부채 문제로 내부 갈등을 겪었다. 800평 부지에 지하 2층, 지상 2층 예배당을 지었지만, 부채 30억을 감당하지 못해 경매에 넘어갔다. 이 과정에서 보증을 섰던 일부 교인들은 교회를 떠났다.

경매나 매매 문제를 맞닥뜨린 교회들은 자구책 마련에 안간힘을 썼다. ㅂㅈ교회 경우 노회와 총회, 교단이 다른 교회까지 찾아가 도움을 호소했다. 하지만 수십 억에 달하는 부채를 받아 주겠다고 나선 곳은 한군데도 없었다. ㅈㅎㅈㅇ교회 송 목사는 교회를 팔기 위해 60여 곳을 직접 찾았다. 목사와 장로들에게 속사정을 말했지만, 도와주겠다고 나선 이는 아무도 없었다.

거래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 이단에 넘어간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가격 흥정을 해 온 경우도 있었다. ㅅㅂㅇㅅㅇ교회 김 아무개 목사는 재정이 탄탄한 교회에 도움을 요청하러 갔다가 오히려 수치심만 안고 돌아왔다. "지교회를 세울 계획이었던 상대 측 교회는, '싸게 주면 사겠다'는 식의 입장만 취했다"고 김 목사는 말했다.

부채가 부른 참극…교인은 흩어지고, 교회는 쪼개지고

하나님의교회에 매각된 일부 교회들은 건물 지하를 임대해 예배하거나, 도심 외곽으로 밀려났다. 교인도 줄어들었다. 12월 19일, 기자는 서울 송파구 문정동 상가 지하에 있는 ㅇㅎㅊㄹ교회를 수소문 끝에 찾았다. 소속 교단 관계자는 부흥사로 명성을 떨쳤던 최 아무개 목사가 시무하는 곳이라고 했다. 한때 1만 명이 출석할 정도로 부흥했던 이 교회는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하나님의교회에 매각됐다. 이후 교회는 여러 개로 쪼개졌다. 현재 20여 명의 교인이 최 목사를 따르고 있다. 등록 교인 1000명에 달했던 ㅈㅎㅈㅇ교회도 현재 20~30명의 교인들만 남았다. 용인시 수지구 아파트 단지에 있었던 ㅅㅅㅁ교회는 지난 2011년, 하나님의교회에 예배당을 43억에 판 뒤 해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매로 하나님의교회에 예배당을 매각한 한 목회자는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문제의 원인은 '빚'에 있다고 말했다. 대교회지상주의에 빠져 예배당을 지었고, 교인들이 알아서 예배당을 찾아올 줄 알았다. 현실을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는 "목회자가 '빚진 죄인'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교회관을 새로 정립할 필요성이 있다. 만약 교회를 다시 세운다면 빚 없이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ad47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동영상 기사

default_news_bottom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