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영동교회가 한국공정무역단체협의회와 '공정 무역' 업무 협약서를 체결했다. 교회는 공정 무역 제품을 적극 사용하고, 이와 관련된 캠페인을 벌여 나갈 예정이다. 한국공정무역단체협의회 남부원 이사장(사진 왼쪽)과 정현구 목사가 기념 촬영을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공정 무역'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불공정한 무역으로 발생하는 구조적 빈곤 문제를 해결하려는 국제사회의 시민운동이다. 생산자가 만든 제품을 합당한 가격에 사고,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불필요한 유통 구조를 최소화해, 여기서 발생하는 이익의 많은 부분을 생산자에게 돌아가게 만든다. 한 번쯤 들어 봤을 '착한 커피', '착한 초콜릿', '착한 축구공' 등이 공정 무역 상품 중 하나다. (관련 기사 : 마주하듯 '얼굴 있는 거래' 하자)

공정 무역 운동은 1960년대 후반,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전개돼 전 세계로 확산했다. 한국에서는 2000년대 초 시민 단체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2003년 '아름다운가게'가 아시아 지역 수공예 물품을 판매했고, 2004년 두레생협연합회는 필리핀에서 수입한 설탕을 조합원에게 공급했다. 2006년 '아름다운가게'와 '전국YMCA'는 각각 네팔과 동티모르에서 커피 생두를 사 와 사업을 시작했다. 기아대책 산하 재단 '행복한나눔'도 멕시코에서 수입한 공정 무역 커피로 사업을 해 오고 있다.

지난 2012년 5월, 서울시는 '공정 무역 도시' 추진을 선언했다. (사)한국공정무역단체협의회(KFTO·남부원 이사장)와 파트너십을 맺고, 공정 무역 제품 사용 확대를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종교 및 학교 기관, 구청 등에 참여를 독려했다. 지난해에는 서울 성북구와 조계사가 공정 무역 지지를 선언했다.

'공정 무역으로 하나님나라 운동을'

▲ 공정 무역은 가난하고 소외된 생산자들을 위한 공평하고 지속적인 거래를 통해 불평등한 세계 무역과 빈곤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전 세계적인 운동이다. 사진은 12월 14일 서울영동교회 마당 전경. 예배를 마친 교인들이 공정 무역 물품을 사기 위해 부스로 모이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올해 개신교 교회 중 서울영동교회(정현구 목사)가 최초로 공정 무역을 지지하고 나섰다. 12월 14일 오후 1시, 서울영동교회는 한국공정무역단체협의회와 공정 무역 협약식을 체결했다. 서울영동교회는 공정 무역 상품 사용을 장려하기로 했다. 일례로 교회가 카페를 운영 중인데, 커피 원두를 공정 무역 제품으로 바꾸기로 했다. 공정 무역 캠페인 담당 부서와 담당자를 선정하고, 교인들을 대상으로 공정 무역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남부원 이사장은 협약식에서 "그리스도 안에서 따뜻한 연대가 이뤄졌다. 공정 무역으로 빈곤을 퇴치하고 불평등을 감소할 수 있다. 한국교회의 마중물이 된 서울영동교회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정현구 목사는 제1호 공정 무역 교회가 된 책임감이 크다면서 교인들과 함께 앞장서 공정 무역을 전하겠다고 했다.

협약식은 교인들의 적극적인 지지로 이뤄졌다. 기아대책에서 근무하는 박찬욱 집사(청년부부회)는 개발도상국의 경우, 구조를 바꾸지 않는 이상 가난은 계속될 것으로 판단했다. 강도 높은 노동에 비해 생산자들이 받는 임금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준이 아니었다. 예수의 가르침과도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교인들은 박 집사의 생각에 동의했고, 당회는 공정 무역 협약식을 허락했다.

협약식 이후 400여 명의 교인은 교회 마당에 마련된 부스로 향했다. KFTO 회원 단체인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AFN), 아름다운커피, 얼굴있는거래, 기아대책 산하에 행복한나눔 등 관계자들이 교인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각종 부스에는 커피·초콜릿·망고·캐슈너트 등 먹거리를 포함해 나무 십자가와 축구공 등이 전시돼 있었다.

▲ 서울영동교회 교인들은 '치아파스'에서 생산한 공정 무역 커피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눴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눈발이 날리는 추운 날씨 속에서도 교인들은 공정 무역 상품에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한 교인은 커피의 생산 과정부터 생산자가 받는 수익금이 얼마인지 자세히 물었다. 또 다른 교인은 AFN 부스에 있는 캐슈너트 봉지를 가리키며 "이게 '마카다미아'와 같은 성분이냐"고 웃으며 물었다. 담당자는 성분은 다르지만, 캐슈너트가 훨씬 더 맛있다고 홍보했다.

공정 무역 초콜릿과 커피를 종이봉투에 한가득 담은 김영진 장로는 "맛도 좋고 행사의 취지가 좋아 돈을 아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교회가 공정 무역에 앞장서야 했는데 늦은 감이 있다면서 많은 교회가 공정 무역 운동에 동참하길 바랐다.

무료로 제공되는 치아파스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교인들도 있었다. 커피 맛이 어떠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용준 집사는 "평소 먹는 커피와 다르지 않다. 기왕이면 (앞으로) 친환경으로 만든 공정 무역 커피를 이용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은경 집사는 "사회적 약자를 돕는 것도 좋지만 제품의 맛과 질도 중요한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먹을 가치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공정 무역 운동에 앞장서는 기독인들은 공정 무역이 하나님나라의 공의를 실현하는 한 방편일 수 있다고 말한다. 환경과 노동, 경제 현장에서 왜곡된 부분들을 고민하고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하기 때문이다. 기아대책 신동민 간사는 "수익금 중 일부는 생산자를 위한 교육과 사회적 인프라 구축에 쓰인다. 개발도상국의 생산자가 가난의 올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KFTO는 지난해부터 '공정 무역 지지'를 홍보해 오고 있지만, 한국교회의 참여율은 저조한 편이다. 일부 교회는 정치적인 문제로 해석하며 부담스러워한다. 남부원 이사장은 "부조리한 구조를 타파하는 게 이 운동의 목적이다. 진보와 보수를 떠나 많은 교회가 공정 무역 운동에 나섰으면 한다"고 말했다.  

▲ 서울영동교회 교인들이 공정 무역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한국공정무역단체협의회(KFTO)에는 어스맨, 기아대책 행복한나눔, 더페어스토리, 두레생협에이피넷, 아이쿱 생협, 피스커피YMCA 카페티모르,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 아름다운커피, 페어트레이드코리아 그루, 얼굴있는거래 등이 참여하고 있다. 협약식을 끝낸 뒤 KFTO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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