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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주의 운동가 양희송, '가나안 성도'를 말하다

[인터뷰] <가나안 성도 교회 밖 신앙> 펴낸 양희송 청어람ARMC 대표

정한철   기사승인 2014.12.05  00:3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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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나안 성도 교회 밖 신앙>을 펴낸 청어람ARMC 양희송 대표를 만났다. 목회자들이 가나안 성도에 대한 불평이나 비난을 버리고, 섣부른 대안을 말하기보다 가나안 현상을 직면하여 들여다보기를 바랐다. 무엇보다 가나안 성도가 이 책을 읽고, 자신이 제도 교회를 떠난 것이 단지 개인의 일탈이 아닌 것과 큰 흐름 위에 있는 문제임을 알게 되기를 희망했다. ⓒ뉴스앤조이 정한철

'가나안 성도'를 들어 보았을 것이다. 이 말은, 교회에 '안 나가'를 거꾸로 해서 만든 것이다. 교회에 나가지 않는 그리스도인이란 말이다. 서구 교회에서는 '소속 없는 신앙(believing without belonging)' 또는 '교회 밖 그리스도인(unchurched Christian)'으로 불리며 제도권 교회를 뛰쳐나온 다양한 신앙생활의 모습을 연구해 왔다. 한국에도 가나안 성도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위한 책이 나왔다. 청어람ARMC의 양희송 대표가 '가나안 현상'을 분석하고 진단해 쓴 책 <가나안 성도 교회 밖 신앙>(포이에마)이다.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가나안의 현상학으로, 가나안 성도와의 인터뷰, 통계 등을 싣고 다양한 형태의 가나안 현상을 여러 각도에서 규명했다. 2부는 가나안의 사회학으로, 교회가 역사와 시대, 나라와 민족에 따라 형태가 다 달랐음을 주목한다. 교회론을 말하려면 시대 현실의 다양한 사회적·역사적 맥락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3부는 가나안의 신학으로, 교회론과 구원론을 중심으로 서술했다. 본문만 180여 페이지가 되는 얇은 책은 누구나 알아들을 만큼 쉽게 쓰였다.

저자 양희송 대표는 복음주의 운동가를 자처한다. (관련 기사: 거침없는 복음주의자, 청어람 양희송 실장 <뉴스M>) 2012년에는 <다시, 프로테스탄트>로 한국교회의 지난 30년의 패러다임을 비판하고 나아갈 길을 모색하고 논의하는 데 불을 지폈다면, 이번 <가나안 성도 교회 밖 신앙>으로는 가나안 현상에 직면한 한국교회의 현실을 진단하고 분석했다.

12월 2일, 저자 양희송 대표를 찾았다. 아래는 인터뷰 일문일답.

   
▲ 2000년 교회사는 바른 교회론을 찾는 투쟁의 역사였다. 교회가 도대체 뭐냐, 구원받은 성도의 삶은 어떡해야 올바른 것이냐 하는 질문의 연속이었다. 이 질문 속에는 성경적인 원칙과 성경이 제시하는 원리를 시대의 현실에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가 빠지면 안 된다고 양 대표는 강조한다. ⓒ뉴스앤조이 정한철

- 주변에 교회를 안 다니는 그리스도인들이 적지 않다. 남자들이 특히 그렇다. 청년부에서 회장도 했다는 남성이 애들 이름은 성경 인물로 지어 놓고 자신은 지금 교회 안 다닌다는 유의 얘기를 종종 듣는다. 한국에 가나안 성도가 꽤 있는 것 같다.

한국에도 가나안 성도가 100만 명이 되는 것으로 추산한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2013년 1월에 발표한 '한국인의 종교 생활과 의식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자신을 그리스도인이라고 밝힌 사람들 가운데 약 10%가 교회에 출석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현재 개신교 인구를 1000만 명이라고 할 때 100만 명이 된다. 조성돈·정재영 교수팀은 2013년 300여 명의 가나안 성도에게 설문 조사했다. 이들은 평균 14.2년의 신앙생활을 경험하고, 6개월 이상 고민 끝에 교회를 떠났다고 한다.

- 그렇다면 가나안 성도는 단순히 교회를 떠나거나 '교회 쇼핑족'으로서 입맛에 따라 습관적으로 옮겨 다니는 사람들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가나안 성도를 규정할 수 없다. 다만 만나 본 많은 가나안 성도들 중에는 교회 밖에서 신앙을 유지하거나, 심지어 '신앙을 위해' 교회를 떠난 사람들이 있다. 교회에는 나가고 신앙생활도 오래 했지만 개인의 소신 때문에 교회 안에 깊숙이 관여하지 않는 '심정적' 가나안 성도들도 있다.

- 가나안 성도를 향한 질문이나 우려가 있다. "공동체가 없으니 관계의 결핍을 느끼지 않을까" "개인적이고 독선적인 신앙에 머무르는 것 아니냐" "공급받는 게 있냐. 혼자서 건강한 신앙을 유지할 수 있겠느냐" 등이다.

기존 교회 성도들이 더 큰 문제를 겪으면 겪었지 더 낫지는 않을 것이다. 그 대부분은 부메랑처럼 고스란히 교회 내부로 되돌아와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오히려 교회가 가나안 성도들에게 향한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돌아봐야 한다.

- 초대교회의 모습과 중세 가톨릭교회가 다르고 또 개신교회가 다르다. 개신교는 같은 시대 안에서도 더욱 다양한 모습을 갖고 있다. 성경적이면서도 시대가 요구하는 대로 교회의 형태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인가.

   
▲ 교회는 '에클레시아'다. 존재 이유에 걸맞는 방식으로 모이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한다. 모임 자체보다 사명이 중요한 것이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라고 믿고, 교회의 형태를 고체적인 것으로만 여기면 다양하고 새로운 형태의 에클레시아가 들어설 여지가 없다고 양희송 대표는 말한다. ⓒ뉴스앤조이 정한철

몇몇 이들은 성경을 뒤져서 교회론만 꺼내서 설교하면 될 걸로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성경 몇 구절로 '성경적인 교회는 이것이다'라고 한다고 해서 뚝딱하고 좋은 교회가 등장하지 않는다.

2000년 교회사에서 보듯이 시대에 따라 서로 다른 형태의 교회들이 존재해 왔다. 왜 그런 교회가 생겨났고, 어떻게 개혁되어 왔는지 역사적 맥락을 재조명해야 한다. 성경적인 원칙과 성경이 제시하는 원리를 이 시대와 현실에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지금 우리의 교회론에는 시대적·역사적 맥락이 빠져 있다.

교회 밖에는 구원이 없다고 하는 가톨릭과 달리 개신교는 사실 교회 밖으로 나온 종교개혁자의 후손들이다. 가톨릭은 개신교에 구원이 없다고 말했고 개신교는 가톨릭에 구원이 없다고 말해 왔다. 가나안 현상을 보고 사회적 맥락을 살피고 나면 돌고 돌아 신학적 문제로 귀결된다. 가나안 현상은 결국 교회론 문제이다. 그럼 교회란 무엇이냐. 교회를 떠난다는 것, 교회 안과 밖은 무슨 의미냐를 따져야 한다. 교회론은 구원론과 직결되기 때문에 구원이 무엇이냐도 책에서 다루었다. 신학적으로 깊이 들어가면 너무 방대한 영역이라 약간만 건드려 봤다.

책을 쓰며 공부하다 보니, 교회가 도대체 뭐고 구원받은 성도의 삶은 어떡해야 올바른 것인가 하는 고민이 2000년 내내 그리스도인들이 가졌던 이슈였다는 걸 알게 됐다. 흥미로웠다.

- 에클레시아를 교회라고 번역한다. 하지만 에클레시아의 원뜻이 교회라고 번역하기에는 적절해 보이지 않던데.

교회로 번역되어 쓰이는 '에클레시아'는, 군대가 모이거나 아테네 같은 도시에서 시민들이 회합할 때 쓰던 말이다. 어떤 목적 아래 모인 회중들. 목적이 달성되면 흩어지는 게 당연한 모임이란 말이었다. 군대는 전쟁을 위해 소집되고 해제한다. 존재 이유에 걸맞는 방식으로 모이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신약에서 말한 첫 교회들, 즉 에클레시아는 사명을 위해 모이고 사명에 따라 흩어졌다.

현재 교회 현실에 적용한다면 영속적 조직으로 만드는 것 말고도 정해진 미션이나 사명을 수행한 뒤에 헤어지는 것을 약속한다든가 하는 실험을 할 수 있겠다. 교회를 사회 내의 제도나 기관 정도로 생각하는 고체적인 사고방식을 버린다면, 새로운 형태의 에클레시아를 생각할 수 있다. 이처럼 가나안 성도는 우리로 하여금 다양한 종류의 에클레시아의 가능성을 생각하게 하는 중요한 촉매이다.

- 교회가 목회자를 부양하는 현재 시스템에서는 새로운 에클레시아 실험이 어렵다. 즉, 사명을 마친 뒤에 흩어지는 교회를 생각하기 어렵다. 목회자가 생계 수단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교회와 목회자의 생계가 직결되는 구조에서는 불가하다. 목회자가 과잉 공급되고 있다(전국 교회는 8만여 개, 그중 미자립교회가 절반 이상, 목회자는 14만여 명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해 목회자 이중직 논의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고, 목회자가 성도의 하나로서 참여하는 교회의 모델을 생각할 수도 있다.

상상력이 필요하다. 이미 만든 교회를 고치는 것이 어렵다면, 새롭게 세우는 교회는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하면 된다. 물론 목회자와 성도들 간에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목회자의 역할은 하되 온 교회가 다른 가능성을 실험하면 좋겠다. 목회자를 부양해야 한다는 것에 한계를 두면 안 된다. 현 교회들은 목회자 부양이 교회의 제일 큰 목적인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 양희송 대표의 새 책 <가나안 성도 교회 밖 신앙> / 포이에마 펴냄 / 200쪽 / 1만 1000원

- 상상력을 키우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나.

먼저 쓴 책 <다시, 프로테스탄트>에서 언급한 건데, 개신교 생태계가 중요하다. 교회가 성장만을 외치며 홀로 공룡이 될 것이 아니라, 그 안에 거하는 모든 존재에게 영양분을 공급하고 대안이 되어 주는 생태계를 이뤄야 한다.

지식 생태계는 '상상력' 때문에 특히 중요하다. 내가 모르기 때문에, 내가 아는 게 전부인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가능성을 시도하지 않는다. 새로운 걸 시도하려면 역사를 살펴야 한다. 내가 모르는 전통에서는 어떠했는지 치열하게 공부해야 한다. 아쉽게도 이런 지식은 신학교에서는 제공하지 않는다. 목회자와 교인들이 자생적으로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청어람에서는 지금까지 교회론 세미나도 하고, 수요일엔 가나안 성도를 위한 세속 성자 모임도 하고 있다. 온라인 신학 강좌도 한다, 무료이다. 소위 평신도 신학을 위해 알리스터 맥그라스의 <신학이란 무엇인가> 연속 강좌를 싣고 있다. 봄·가을 시즌 독서 모임도 한다.

이런 행사를 지속하는 것은 용기를 내어 직접 접속해 보라는 의미다. 자기 스스로가 공부하고 판단하고 준비하라는 것이다. 각자가 자립해서 건강하게 살 수 없다면 어떤 모임과 공동체도 건강하지 못하다.

- 섣부른 대안을 제시하기보다 문제를 직면하고, '자립적인 신앙인'이 되라고 하는 주문은 양 대표가 꾸준히 해 온 말이다. 가나안 현상을 맞는 한국교회에 여전히 적용되는 것 같다. 이제 인터뷰를 마무리하려 한다. 주요 대상 독자를 목회자와 가나안 성도 당사자라고 했다. 그들에게 당부의 말을 한다면.

일차적으로 목회자들에게는 문제를 제대로 직면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가나안 성도들에겐 교회를 떠날 정도로 중요했던 어떤 문제가 목회자들에겐 중요한 문제로 포착되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위기다. 한국교회가 어떻게든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 그 문제를 풀기 위한 중요한 실마리가 가나안 현상이다. 목회자들은 주목해야 하고 고마워해야 한다. 가나안 성도들은 상상력을 실험하고 있다. 공동체를 만들거나 네트워킹을 한다든지 하는 것들, 한국교회가 안고 있는 공적인 문제가 드러난 것이고 그들이 먼저 고민을 하고 씨름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가나안 현상을 깊이 들여다보라. 목회자들은 가나안 성도들에게 고마워해야 한다. 훨씬 더 전향적으로 이 문제에 접근해 달라.

가나안 성도는 자신들이 교회를 떠난 것에 대해, 한국 사회와 교회 안에 있는 어떤 공적인 맥락은 생각하지 못하고 아주 사적인 사건으로만 생각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 이 책을 통해, 당신 혼자만의 고민이 아니고 사적인 일탈이 아니다, 큰 흐름의 한 부분으로 당신이 서 있다, 자기 정체성을 되짚어 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해 주고 싶다. 새로운 유형의 교회를 찾아가는 데 격려와 위로를 주고 싶다.

   
▲ 양희송 대표는 '개신교 생태계'를 말한다. 교회가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전과 인문학을 들여다 봐야 한다. 역사를 공부하고 내가 모르는 전통을 살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상상하면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뉴스앤조이 정한철

양희송 대표는 계속적으로 사회와 소통할 예정이다. 가능한 한 가나안 성도 이야기가 있는 곳에 찾아가고 싶다고 했다. 12월 4일(목) 청어람과 호모북커스가 여는 북 토크를 시작으로 9일(화) 저녁에는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저자 강연회를 한다. 18일(목)엔 부산 부전교회에서 여는 로고스서원 북 토크에 참석하여 독자들과 만난다. 이외에도 청어람이 출판사와 기획하는 강연이 꾸준히 있을 예정이다. 11일(목)에는 저녁 8시 광화문 스펀지하우스에서 영화 <쿼바디스> 상영회를 하는데 저자 사인회를 겸한다.

 

 
▲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신간 북트레일러. (동영상 출처 포이에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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