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 31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기독교 포럼에서 <법과교회> 황규학 대표가 강의를 하고 있다. 황 대표는 이날 최삼경 목사의 월경 잉태론이 통일교의 교리와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황 대표는 여러 차례 허위 사실을 보도해서 벌금형을 받은 바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장면 하나. 10월 20일 열린문교회. 두레교회(이문장 목사)가 속한 예장통합 평양노회의 181회 정기회가 개최했다. 이날 두레교회바로세우기협의회(두바협) 소속 50여 명의 회원들은 이 교회 앞에서 장사진을 치고 시위를 벌였다. 가을비에 아랑곳하지 않고 저마다 우의를 챙겨 입은 이들은 현수막과 피켓을 총대들에게 보였다. 피켓에는 "이문장 목사 이단 의견서를 속히 받아 재판해 주세요", "이단에 노출된 두레 성도 살려 주세요"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장면 둘. 9월 25일 겨자씨교회. 제99회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예장합동·백남선 총회장)에서 재판국이 정기 보고를 하고 있다. 재판국 임원이 '자칭 성령' 논란으로 노회에서 면직된 옥광석 목사(동도교회)의 상소를 기각했다고 보고하자, 총대들이 반발한다. 발언대에 선 옥광석 목사의 사촌 형 옥성석 목사(충정교회)도 변호에 나섰다. 예장합동 총회는 옥광석 목사에 대한 재판을 다시 치르기로 결의했다. 몇몇 항의하는 총대도 있었지만, 대다수 총대들은 이러한 결정에 박수를 보냈다.

장면 셋. 7월 31일 한국기독교회관 대강당. '문선명의 피가름 사상과 최삼경의 마리아 월경 잉태론'을 주제로 '2014 기독교 포럼 소위 이단 감별사들의 이단성을 논한다'가 열렸다. 이날 <법과교회> 황규학 대표가 발제자로 나섰다. 그는 포럼 내내 최삼경 목사(빛과소금의교회)의 신학 사상이 통일교 교리와 다르지 않고 이단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최 목사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이영훈 회장)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정영택 총회장)에서 이단사이비대책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 지난 9월 25일 제99회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에서 옥광석 목사의 사촌 형 옥성석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그는 옥광석 목사가 신비주의자가 아닌데 왜 이런 재판에 휘말리게 됐는지 설명했다. ⓒ마르투스 구권효

위 장면은 최근 목사의 이단성 여부를 놓고 다투는 교계의 모습이다. 교인이 담임목사를 이단이라고 하는가 하면, 목사들이 동료 목사의 이단성을 두고 '있다', '없다'로 갈라졌다. 목사들이 서로를 향해 이단 혹은 이단 옹호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개 이단이라고 하면 신천지, 통일교, 구원파와 같은 단체를 예로 든다. 이들은 성경의 특정 구절을 가지고 자기만의 교리 체계를 만들거나, 스스로를 우상화하거나, 전국적인 세력을 구축한다. 이들에 대한 자료와 연구 결과도 많다. 따라서 대다수 교단이 이들을 이단으로 규정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앞서 사례로 제시한 개인에 대한 이단 시비는 양상이 다르다. 설교나 강연에서 했던 한두 마디 말과 칼럼이나 책에 몇 가지 문장 때문에 이단으로 몰리고 있다.

이단사이비대책위원장에서 이단으로

▲ 최삼경 목사는 30년간 이단 연구 활동을 해 온 이단 전문가다. 그는 박윤식 원로목사의 주장을 반박하는 글을 썼다가, 이단 논란에 빠졌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법과교회> 황규학 대표가 이단이라고 비난한 최삼경 목사는 30년간 이단 연구 활동을 해 온 이단 전문가다. 한기총 이단대책위원회 부위원장과 상담소장으로 10년 동안 활동했고, 예장통합 이단대책위원장도 역임했다. 한기총은 지난 2011년 삼신론과 월경 잉태설을 주장했다는 이유로 최 목사를 이단으로 규정했다. 당시 홍재철 회장은 최 목사를 이단 사냥꾼에 비유하면서 아무 잘못 없는 이들을 정죄해 왔다고 했다.

월경 잉태론에 관한 논쟁은 지난 2005년 <현대종교>에 최삼경 목사가 쓴 글에서 비롯했다. 당시 최 목사는 박윤식 원로목사(평강제일교회)가 예수는 마리아의 월경 없이 태어났다고 주장한 것을 반박하면서, 마리아가 일반 여자와 다르지 않게 월경을 했고, 예수의 인성은 전적으로 마리아에게서 취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 된 것은 오직 성령의 능력으로 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박윤식 목사를 영입하려 했던 예장합동 서북노회는 최 목사의 이단성 여부를 총회에 질의했고, 이후 월경 잉태론 논란이 시작됐다.

주요 교단은 최 목사에게 문제가 없다고 했다. 예장합동은 2006년 91회 총회에서 최 목사는 이단성이 없다고 했고, 예장통합도 2011년 이단성이나 사이비성이 없다고 결의, 더 이상 논쟁을 그치자고 했다.

여러 차례 허위 사실을 보도해서 벌금형을 받은 예장통합의 황규학 씨와 역시 같은 범죄로 최근 구속까지 되었던 예장합동의 김만규 씨는, 기존 교단으로부터 이단으로 규정된 이들을 적극 옹호하면서, 반대로 이단과 싸우는 이들을 '이단 감별사'로 폄하하고 있다.

최삼경 목사는 이런 상황을 놓고 "내가 이단으로 규정되면 가장 좋아할 사람들은 이단과 이단 옹호자들 아니겠는가. 자신들의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받기 위해 나를 공격한다"고 했다.

주보에 쓴 칼럼 때문에 파면

최삼경 목사가 <현대종교>에 쓴 글 때문에 이단으로 몰렸다면, 옥광석 목사(동도교회)는 주보에 작성한 칼럼 때문에 파면되었다. "동도교회의 담임목사와 당회장은 성령이십니다." 2013년 12월 1일 자 주보에 실린 이 한 문장을 가지고, 이 교회 박 아무개 장로는 지난해 말 예장합동 평양노회에 "옥 목사가 스스로를 성령이라고 했다"고 고소했다.

문제가 되었던 문장의 앞뒤는 이렇다. "성령께서 진정으로 동도교회를 인도해 가시길 원합니다. 동도교회의 담임목사와 당회장은 성령이십니다. 교회의 머리 되신 그리스도의 영으로 이 땅에 오신 성령 하나님께서 교회를 통치하시고, 다스리고 계십니다. 담임목사는 그리스도의 사역을 대신 수행하는 그리스도의 종입니다."

이 칼럼은, 담임목사를 비롯한 모든 교인들이 그리스도의 종이고 성령의 인도를 받기 위해 말씀과 기도에 전념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원장이었던 심창섭 교수를 비롯해 권위 있는 신학자들도 "옥 목사 자신이 아닌 성령이 동도교회의 당회장이라는 것을 강조한 문장"이라고 해석했다.

옥 목사는 결국 2014년 5월 19일 평양노회로부터 면직됐다. 면직 사유는 고소 이유였던 성령을 자칭했던 점뿐만이 아니었다. 평양노회 재판국은 직통 계시를 받는 것처럼 과시한 점, 평양노회를 육에 속한 노회라고 기망한 점, 동도교회 5인 장로를 사탄 마귀라고 한 점을 들었다.

동도교회 장로들은, 옥 목사가 평양노회의 권력을 잡고 있는 사람들에게 복종하지 않아 괘씸죄로 처벌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전부터 평양노회는 옥광석 목사를 흔들었다. 이단 시비 건뿐만 아니라, 옥 목사는 2012년 12월 24일, 2013년 2월 28일, 2014년 2월 10일 세 차례에 걸쳐 당회장직을 정직당하는 등 수차례 평양노회로부터 제재를 받아 왔다.

▲ 2013년 12월 1일 자 동도교회 주보에 실린 옥광석 목사의 칼럼이다. 옥 목사는 두 번째 문장 때문에 '자칭 성령' 논란에 휩싸여 결국 면직됐다. 하지만 글을 읽어 보면, 옥 목사가 스스로 성령이라고 한 의미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도교회 주보 갈무리)

이단 시비로 번진 두레교회 사태

▲ 이문장 목사는 설교 때 했던 발언 때문에 이단 시비를 받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 목사와 갈등 중인 두레교회바로세우기협의회는 이 목사를 이단 혐의로 평양노회에 고소했다. (두레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이문장 목사(두레교회)는 현재 예장통합 총회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이대위·임준식 위원장)의 조사를 받고 있다. 두바협이 지난 7월 이 목사를 이단 혐의로 평양노회에 고소했기 때문이다. 설교 때 했던 발언들이 문제가 되었다. 두바협은 이 목사의 설교와 강의 녹취록을 평양노회에 함께 제출했다.

그는 "사실상 십자가에 달려 죽임을 당한 것은 뱀이라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 주는 것이에요. 육신 속에 들어 있던 본래의 예수님은 죽음이 건드릴 수 없는 그런 분이었고, 육신으로 이 땅에 사셨던 그 예수님이 인류의 죄를 다 감당하시고 (중략) 그것을 다 예수님이 몸에 지시고 십자가에서 돌아가셨는데, 결국은 그것이 뱀이 죽은 것이고 사탄이 죽은 것"이라고 했다.

평양노회로부터 이 목사에 대한 이단성 연구를 의뢰받은 총회 이대위는, 지난 9월 제99회 예장통합 총회에서 임원회에 결과 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목사는 교회가 용납할 수 없는 이상한 사상을 가르쳐 왔다고 한다. 원죄·죄·속죄의 교리에서 비성경적·반기독교적·이교적인 사상이 발견되고, 그리스도의 두 본성에 대한 오류, 종교다원주의적 경향 등 이단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외에도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 안에 뿌려졌던 죄의 씨앗들이 다 죽는 그런 일이 일어나게 되었습니다"라는 발언은 원죄와 죄가 다 소멸된다는 것으로 구원파의 영향을 받았고, 설교 시간의 <마음깨침>이라는 불교 서적의 책 표지를 화면에 띄워 소개한 것은 정체성을 의심하게 만든다고 했다.

총회 임원회는 이대위의 보고서를 반려했다. 이 목사의 소명도 받지 않고 결론을 냈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대위는 이 목사의 소명을 추가로 받을 계획이다.

두레교회와 두바협의 갈등은 지난해 9명의 시무장로가 이문장 목사의 교회 운영 방식을 비판하면서 시작했다. 당시 9명의 시무장로는 두바협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 목사가 자기 뜻에 맞지 않는 이들을 배제하고 당회를 독단적으로 이끌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두바협은 이미 한 차례 이 목사를 고소한 바 있다. 지난 4월 이 목사를 당회와 교회를 불법으로 운영했다는 이유로 평양노회에 고소했다. 하지만 노회 재판국은 지난 9월 26일 두바협이 제기한 죄목들에 대해 '죄과가 없거나 고소권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결하고, 이 목사에게는 '견책'을 선고했다.

3년 전에 쓴 책 때문에 이단으로 연루

▲ 2009년 이재철 목사는 그의 책 <성숙자반>에 실린 두 문장의 글 때문에 교단으로부터 면직을 받았다. 100주년기념교회 측은 서울서노회가 책의 전체 의미를 무시하고 이단 시비를 걸었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2009년 이재철 목사(100주년기념교회)도 이단 시비에 연루된 적이 있다. 그의 책 <성숙자반>에 쓴 두 문장이 문제였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예수님을 믿지 않았다는 이유로 죽은 자를 위해 기도조차 해 줄 수 없다면 그것이 과연 복음인가. 그런 상황에서는 살아 있는 사람을 위해서라도 죽은 자의 영혼을 위해 따뜻하게 기도해 주는 것이 참된 그리스도인의 정신이다." (291~292쪽)

2009년 8월 11일 예장통합 서울서노회(당시 차광호 노회장) 임원 9명은 이재철 목사를 '이단적 행위와 이에 적극적으로 동조한 혐의'로 고발했다. 이 목사가 교단 헌법 제1편 제3장 6조와 제10장 4조를 위반했다는 이유다. 차 목사는 "이 목사가 믿음으로 구원받는다는 성경 말씀과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을 부인하고, 교회의 신성과 질서를 훼손하는 죄과를 저질렀다"고 했다.

당시 100주년기념교회 측은 "서울서노회가 책에서 말하는 전체 의미를 무시하고 이단 시비를 걸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성숙자반>이라는 책은 초판 발행일이 2006년 3월로, 고발 시점에서 3년 6개월 전에 발행한 것이다. 그동안 노회에서 이 책에 일언반구도 없다가 갑자기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예장통합과 서울서노회가 이재철 목사를 이단이라고 모는 이유에 대해, 100주년기념교회 측은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예장통합은 2009년 5월 성명서를 통해, 100주년기념사업협의회가 100주년기념교회에게 양화진묘원과 선교기념관의 관리 감독 및 세무와 행정 처리 등 전권을 위임한 것은 기본 정신에 어긋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 목사는 양화진을 둘러싸고 교단과 갈등이 계속되자 공평무사하게 관리하겠다며 6월 26일 예장통합을 탈퇴했다.

서울서노회 재판국은 2009년 10월 이재철 목사가 교단 헌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면직했다. 100주년기념교회는 재판 결과가 자신들과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이 목사는 이미 지난 6월 26일 예장통합을 탈퇴해 서울서노회에게 재판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앞에서 예로 든 이들은 말 몇 마디, 문장 몇 개 때문에 이단으로 몰려 곤혹을 치렀다. 옥광석 목사는 면직을, 이재철 목사는 고소를 당했다. 이문장 목사는 설교 때 한 발언 때문에 현재 조사를 받고 있다.

정치적·경제적 이해관계, 목회 스타일에 대한 불만, 군기 잡기와 같은 불순한 배후에서 남발하는 이단 공방은 한국교회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또 하나의 부정적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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