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이 되면 일부 목사들은 설교 시간에 후보의 실명을 거론하며,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꼭 찍으라고 부탁 아닌 명령(?)을 하는 경우가 있다. 미국에서도 목사들이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의 정치 전문 매체인 <폴리티코>(<POLITICO>)는 이번 중간 선거 기간 동안 이전보다 더 많은 목사들이 설교 시간에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11월 4일 미국의 중간 선거가 끝났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상원 의회의 주도권은 결국 공화당에게 돌아갔다. 미국에서 목사는 설교 시간에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 미국이 교회에게 세금 혜택을 주면서 조건으로 삼은 '정치 활동 금지' 조항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유독 공화당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목사들이 많았다. (미국 <허핑턴포스트> 기사 갈무리)

목사들은 강단에서 거리낌 없이 공화당 후보를 지지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남침례교 소속인 마크 해리스(Mark Harris) 목사는 공화당의 톰 틸리스(Thom Tillis)를 지지한다는 사실을 교인들에게 분명하게 밝혔다. 그는 10월 주일 설교 내내 틸리스의 상대편인 케이 헤이건(Kay Hagan) 현 의원이 낙태와 동성 결혼에 찬성하는 것을 '어둠의 행위'라고 하며 비난했다.

조지아 주의 제프 윗마이어(Jeff Whitmire) 목사는 설교 시간에 공화당 주지사 후보와 상원 의원 후보를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콜로라도 주의 마크 카워트(Mark Cowart) 목사도 좋은 기독교인이라면 현 민주당 주지사를 사무실 밖으로 끌어내야 한다고 설교했다. 자신은 성경의 원칙에 근거해 동성 결혼과 낙태에 반대하는 공화당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라고 했다.

목사들의 공화당 후보를 향한 지지 발언은 10월 7일 '강단 자유 주일(Pulpit Freedom Sunday)'에서 시작되었다. 강단에서 원하는 바를 자유롭게 설교하게 하자는 취지로 시작한 일회성 행사는 사실 선거 전 주까지 계속되었다는 것이 <폴리티코>의 분석이다. '강단 자유 주일'을 주최한 자유수호연맹(Alliance Defending Freedom·ADF)은 이 행사에 참가한 목사가 1600명은 될 것이라고 했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목사들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들이 교회 설교 시간에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교회는 재산세·취득세·등록세를 면제받는다. 거저 주어지는 혜택이 아니다. 나라에서 요구하는 바는 한 가지, '정치 활동 금지'다.

보수 단체인 자유수호연맹(Alliance Defending Freedom)은 10월 7일 '강단 자유 주일(Pulpit Freedom Sunday)'이라는 행사를 기획했다. 주일 설교 시간에 목사들이 하고 싶은 얘기를 마음껏 하게 하자는 취지였다. 목사들은 가장 큰 이슈인 동성 결혼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을 내는 것으로 모자라 11월 4일에 있을 중간 선거에 어떤 후보를 뽑아야 하는지 공개적으로 밝히기까지 했다. ('자유수호연맹' 홈페이지 갈무리)

미국 세법은 종교 단체를 포함하는 모든 '자선 단체'가 세금 면제 혜택을 받기 위해서 요구되는 사항을 명시하고 있다. 특정 법률의 제정 또는 폐지를 위해 힘쓰는 것을 금지하고, 어떤 선거 운동에도 참여하면 안 된다고 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정치인을 공개적으로 지지·반대하면 안 된다고 쓰여 있다. 문제 발언을 하는 목사들은 '정교분리 원칙'에 위반하는 자신들의 설교로 교회가 세금 면제 혜택을 더 이상 누리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실제로 1990년대 뉴욕 주에서 그런 경우가 있었다. 피어스크릭교회의 대니얼 리틀(Daniel Little) 목사는 <USA투데이> 등 일간지에 대통령 후보 빌 클린턴(Bill Clinton)을 비난하는 광고를 수차례 실었다. 미국 국세청은 해당 교회의 면세 혜택을 박탈했다.

교회 면세 소송서 패한 국세청, 단속에 소극적

이런 사례가 있음에도 목사들이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것은 현재 미국 국세청이 교회의 면세 박탈과 관련해 소극적으로 대응하기 때문이라고 <폴리티코>는 말한다. 정치색을 띄는 목사들에게 강경하던 국세청은, 한 교회와의 소송에 패하면서 기존의 입장을 바꿨다. 2007년 국세청은 미네소타 주의 리빙워드크리스천센터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이 교회는 보수주의 정치 운동 티파티(Tea Party)의 대표 인물 미셸 바크만(Michele Bachmann) 현 미네소타 주 공화당 의원을 수차례 지지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교회가 관련 자료를 넘겨주지 않자 정부는 교회를 상대로 고소장을 작성했다.

미국 국세청은 2007년, 미네소타 주의 대형 교회가 지역 의원의 선거 캠프에서 일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조사에 나섰다. 국세청은 교회에 자료를 요구했고 교회는 거절했다. 정부는 교회를 상태로 면세 취소 소송을 냈지만 패했다. 절차상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였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국세청은 교회와 목사들의 정치 활동을 감시하는 데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미국 <스타트리뷴> 기사 갈무리)

결과는 국세청의 패배로 끝이 났다. 판사는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며 이 사건을 기각했다. 국세청의 내부 법대로라면 교회 감사를 진행해야 하는 사람은 지역 국세청장이나 국세청의 상급 공무원이어야 한다. 그러나 1990년대 말 지역 국세청장이라는 보직이 사라지면서, 국세청은 어쩔 수 없이 하급 공무원에게 수사를 맡겼다. 판사는 이 과정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판결 후, 국세청은 하급 공무원이 진행하던 여러 건의 교회 감사를 종결해야만 했다.

목사들의 발언을 문제 삼는 쪽은, 목사들이 단순히 지지하는 발언만 하고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정교분리 원칙을 수호하기 위한 활동을 하는 '종교로부터의자유재단(Freedom From Religion Foundation·FFRF)'은 대표적인 무신론 단체다. 애니 로리 게일러(Annie Laurie Gaylor) 공동 창립자는, 국세청이 여기서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목사들은 발언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선거운동에 교회 돈까지 기부할 것이라고 봤다.

FFRF는 2012년에 국세청을 고소했다. 선거 기간 동안 교회를 제대로 감시해야 하는 임무를 다하지 못하고 목사들의 편의를 봐줬다고 본 것이다. 정부 변호사들이 국세청의 감사가 필요한 100개의 교회 목록을 만들고 나서야 FFRF는 고소를 취하했다.

마크 오언스(Mark Owens) 국세청 전 세금 면제 담당은 감사 대상을 정했다고만 했지 실제 감사를 진행하고 있는 곳은 없다고 했다. 국세청은 이 사안에 대해 손을 놓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폴리티코>는 동성 결혼, 낙태 등 미국 내 논쟁 중인 사안들이 목사들의 동의를 받지 못하는 점을 지적하며, 앞으로도 더 많은 목사들이 공개적으로 정치색을 드러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