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트랩꿈공작소가 진행하는 모금 프로젝트 '하루를 쓰다'는 노숙인 자활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모금액은 전부 생필품 및 주거 시설 보증금 지원 등으로 쓰일 예정이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나들목교회(김형국 목사)에 다니는 손 아무개 씨(60)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3살 때, 어머니가 술과 도박에 빠져 폭력을 행사하던 아버지를 피해 집에서 도망쳤다. 18살에는 패싸움에 연루되어 처음 교도소에 들어갔다. 이후 손 씨는 교도소에서 나올 때마다 새롭게 살려고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나이는 점점 들고 직업도 연고도 없던 손 씨는 결국 거리 생활을 택했다.

청계천, 성북천 주변에서 노숙을 하던 손 씨는 지난해 바하밥집을 만났다. 매주 용두4교에서 바하밥집이 하는 무료 급식을 이용하면서, 김현일 대표(바하밥집)와도 '형', '동생' 하는 사이가 되었다. 밥알을 씹을 때마다 느꼈던 온기를 바하바집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을 통해 얻을 수 있었다. 이들이 전하는 하나님의 사랑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다. 손 씨는 올해 3월 나들목교회에서 세례를 받았다.

바하밥집은 나들목교회 교인인 김현일 대표가 노숙인들에게 무료 급식을 하면서 만들어진 단체다. 일주일에 화·목·토 세 번, 대광고등학교 후문과 용두4교에서 노숙인을 만난다. 2009년 컵라면을 나눠 주며 시작했는데 지금은 바하밥집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이 만든 따뜻한 국과 밥, 세 종류의 반찬을 들고 거리에 나선다. 김 대표는 최근 사람이 더 늘어나 매번 200~250여 명이 무료 급식을 이용한다고 했다.

이들은 한 끼 식사뿐만 아니라, 노숙인이 일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개인 회생까지 돕고 있다. 말소된 주민등록증을 살리고, 최저생계비 등의 국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행정 절차를 대행한다. 주거 공간을 마련하도록 보증금 및 월세를 지원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회심하는 이들이 생기기도 한다. 지금까지 바하밥집에서 만난 2명의 노숙인이 나들목교회에서 세례를 받았다.

노숙인의 잃어버린 하루와 삶을 되찾기 위해 몇몇 기독인 예술가들이 나섰다. '아트랩꿈공작소'는 노숙인 자활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모금 프로젝트 '하루를 쓰다'를 진행하고 있다. 아트랩꿈공작소는 올해 최성문 작가(나들목교회)가 동료 예술가들과 함께 만든 예술 실험실이다. 이들은 '좋은' 예술을 지향한다. 예술이 이웃을 돕고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

최성문 작가는 같은 교회에 다니는 김현일 대표(바하밥집)를 통해 바하밥집을 알게 되었다. 무료 급식을 하는 데 자원봉사자로도 참여했다. 최 씨는 모금액을 노숙인 지원 단체인 바하밥집에 전달한다고 했다. 거리에서 추운 겨울을 보낼 노숙인을 위한 생필품(외투, 내복, 속옷, 양말 등) 마련과 이들의 주거 시설 보증금 및 월세 지원에 쓰일 예정이다. 인문학 직업 교육에 필요한 운영비로도 사용된다.

11월 17일까지 모금 진행…364명의 손글씨로 만든 달력 제공

모금은 펀딩 사이트인 와디즈(www.wadiz.kr)에서 진행한다. 모금을 하면 아트랩꿈공작소가 제작한 달력, '하루를 쓰다'를 받을 수 있다. 365명, 정확하게는 364명이 직접 손으로 쓴 숫자로 만든 달력이다. 남은 한 개의 숫자는 모금한 이를 위해 비워 두었다.

"하루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하루입니다. 세상 모든 사람에게 하루는 스물네 시간입니다." 펀딩을 안내하는 홈페이지에는 달력 제작이 갖는 의미가 나와 있다. 프로젝트는 소중한 하루의 의미를 잃어 가는 노숙인들에게 다시 소중한 하루를 선물하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했다.

최 씨는 사회에서 관심을 받지 못하는 이들을 달력 제작의 주인공으로 삼았다. 그들의 '하루'도 누구 못지않게 소중하고 귀하다는 것을 전하고 싶어서였다. 직접 돌아다니며 이들의 손글씨를 받았다.

달력에 처음과 끝인 1월과 12월은 노숙인과 자원봉사자들이, 2월은 외국인 노동자와 유학생들이, 봄기운이 완연한 4월은 문화·예술인이, 어린이날이 있는 5월은 4세부터 6세까지의 어린이들이, 7월은 평화활동가와 학자들이 참여했다. 8월은 발달장애인과 지적장애인들이, 추석이 있는 9월은 농부들이, 11월은 암 환자들이 해당 월의 들어갈 숫자를 썼다. 지난 8월 2일, 10월에 들어갈 숫자를 위해 서울시청 광장에서 시민들의 글자를 받기도 했다. (관련 기사 : 기독인 예술가와 365명의 하루가 만났을 때)

▲ 가수, 암 환자, 외국인 노동자, 어린이 등 다양한 사람들이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오른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림프종암을 앓고 있는 38세 송영주 씨, 파키스탄 노동자, 이름 대신 폭포를 그린 여섯 살 현수, 윤도현밴드의 기타리스트 스캇 할로웰이다. (사진 제공 아트랩꿈공작소)

와디즈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참가자의 기호에 따라 9가지 케이스로 모금할 수 있다. 모금액에 따라 지급받는 달력도 다르다. 1) 만원 이상 연력 2장, 2) 1만 2000원 이상 탁상용 월력 1권, 3) 1만 5000원 이상 다이어리 1권, 4) 2만 2000원 이상 벽걸이용 월력 1권, 5) 2만 5000원 이상 365장의 메모지 1권, 6) 3만 6500원 이상시 일력을 제공한다. 7) 5만원 이상이면 직장인 스마트 패키지(탁상용 월력 1권·365메모지·다이어리 1권), 8) 6만 5000원 이상 홈패키지(아트연력·아트일력·벽걸이용 월력), 9) 10만원 이상 '하루를쓰다' 6종 패키지(아트연력·아트일력·벽걸이용 월력·탁상용 월력·365장의 메모지·다이어리)를 제공한다.

아트랩꿈공작소는 '하루를 쓰다' 프로젝트를 알리기 위해 다양한 문화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오는 11월 19일에는 코트라오픈갤러리에서 전시회가 열린다. 달력에 실린 숫자들이 하나의 작품으로 전시된다. 조수아, 송정미 등 CCM 가수들의 홍보 콘서트도 할 예정이다. 이들은 '하루를 쓰다' 프로젝트의 취지에 공감해 이번 콘서트를 준비했다. 날짜와 장소는 11월 27일 창천교회 문화 쉼터다. 이날 판매하는 '하루를 쓰다' 달력의 수익금은 모두 바하밥집에 기부한다.

노숙인들은 도심의 거리나 지하철역 내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시간을 잊고 산다. 당장 이번 끼니를 어떻게 때워야 할지 걱정한다. 바하밥집 한 직원은 일주일에 세 번밖에 찾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에 매번 고봉밥을 담는다고 했다. 점점 이들을 찾는 노숙인이 증가하는 것도 김 대표가 고민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수요는 계속 증가하는데 재정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트랩꿈공작소가 진행하는 '하루를 쓰다' 모금 프로젝트는 이들에게 단비와도 같다. 모금은 17일까지 진행한다.

▲ 아트랩꿈공작소는 모금을 하는 이에게 달력을 제공한다. 달력을 만든 이유는, 하루라는 시간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지만 그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은 다르다는 것을 상기하기 위해서다. 최성문 작가(아트랩꿈공작소)는 소중한 하루를 잃어버린 노숙인에게 다시 희망이 되기를 바라며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말했다.(사진 제공 아트랩꿈공작소)

* '하루를 쓰다' 홈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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