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리회 제31회 총회가 10월 30일 광림교회에서 열렸다. 감독회장 파행 사태로 임시감독회장, 감독회장직무대행이 이끌었던 총회와 달리 현직 감독회장이 의장으로 나섰다. 무려 8년 만이다. 사진은 정회를 앞두고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 군대 안에서 폭행을 당해 숨진 윤 일병을 위해 기도하는 전용재 감독회장의 모습. ⓒ뉴스앤조이 이용필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가 10월 30일 서울 광림교회(김정석 목사)에서 "오늘의 혁신, 내일의 희망"이란 주제로 제31회 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의장석에는 전용재 감독회장이 올랐다. 현직 감독회장이 총회 의장석을 밟은 것은 약 8년 만이다. 수년간 감독회장 파행 사태를 겪은 감리회 총회는 그동안 법원이 선임한 임시감독회장 또는 감독회장직무대행이 이끌었다.

전용재 감독회장은 여는 예배에서 "감리회가 감독회장 사태로 많은 지탄을 받았다. 이제는 그리스도의 정신으로 서로 참고, 이해하고, 보듬는 모습을 세상에 보여 주자"고 당부했다. 8년 만에 정상적인 총회를 하는 것에 감사하다면서 총회를 은혜롭게 마칠 수 있게 기도해 달라고 말했다. 총대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이날 총회는 개회 예배를 비롯해 공천위원회·본부·자치단체·기관·감사 보고 순으로 진행됐다. 신천지·통일교·구원파·안상홍증인회 등 9개 집단에 대한 이단 결의, <21세기 찬송가> 사용 중단 등 주요 안건은 총회 마지막 날인 10월 31일 처리하기로 했다.

▲ 총회 첫째 날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고성이 오갔던 작년 입법총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1200여 명의 총회대의원이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고성이 오갔던 지난해 입법총회와 달리 이번 총회는 조용했다. 각 부서 보고는 만장일치로 통과했고, 격론도 없었다. 다만, 수억 원의 회삿돈을 횡령하고도 어떠한 징계도 받지 않은 <기독교타임즈> 임직원 거취 문제로 한동안 논의가 이어졌다. 전용재 감독회장은 "교회법으로 치리하기 위해 심사위원회에 고소했는데, 어제 '불기소' 처분이 나왔다. 이해할 수 없다"면서 <기독교타임즈> 사장으로서, 임기가 끝날 때까지 꼭 매듭짓겠다고 말했다.

정회를 앞두고 전용재 감독회장은 세월호 이야기를 꺼냈다. 특별법을 놓고 진보와 보수가 대립하기도 하는데, 분명한 것은 아이를 잃은 부모님들이 여전히 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말했다. 전 감독회장은 감리회 안에도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가 있다면서 경기연회 박은희 전도사(화정교회)를 소개했다. 박 전도사는 고 유예은 양의 어머니다.

박은희 전도사는 귀중한 시간을 내 줘서 고맙다고 총대들에게 인사했다. 그는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많은 이들이 하나님이 원망스럽지 않느냐고 물어 왔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신앙은 더욱 단단해졌다.

▲ 고 유예은 양의 어머니 박은희 전도사가 총회를 찾았다.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공유하고 기도를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사고 당일 언론이 보도한 것과 전혀 다른 '진실'을 마주하면서, 유가족들의 시간은 4월 16일에 멈춰 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아이를 잃은 부모님들과 함께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세월호 이야기의 진실을 전했다. 가진 것 없고, 남루한 위치에 있는 부모님들의 이야기에 많은 이들이 귀를 기울였다. 박 전도사는 베드로를 떠올렸다. 부활한 예수를 직접 만난 베드로는 수천 명 앞에서 진실한 설교를 할 수 있었다. 베드로의 진실된 이야기를 들은 이들은 하나같이 감동했다. 유가족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이들도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유가족들의 시간은 4월 16일에 멈춰 있다. 그날, 유가족들은 언론이 보도한 것과 전혀 다른 '진실'을 목격했기 때문에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사고 당일 바다 위엔 수십 척의 구조선, 수백 척의 군함, 500명의 잠수사는 없었다. 단 두 대의 고무보트만 떠다녔다.

박 전도사의 이야기가 진실 규명으로 흘러가자, 전용재 감독회장은 시간상의 이유를 들며 짧게 마무리해 달라고 부탁했다. 박 전도사는 정의와 사랑의 하나님을 외치는 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진실을 바로 알아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교회에서는 정의와 사랑의 하나님을 외칩니다. 당당히 외치기 위해서는 진실을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다. 함께 울어 주는 교회가 되어 주길 바랍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관심 가져 주지 않으면 이와 같은 일은 또 일어날 수 있습니다."

전용재 감독회장은 총대들에게 대한민국이 세월호와 같은 아픔, 또 최근 군대에서 폭행을 당해 사망한 윤 일병을 위해 함께 기도하자고 제안했다. 총대들은 앉은 상태에서 두 손을 들고 통성으로 기도했다. 

▲ 총회 첫째 날 각 국 보고는 물 흐르듯이 통과했다. 다만, 수억 원의 회사 돈을 횡령해 놓고도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은 <기독교타임즈> 임직원들로 인해 공방이 오가기도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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