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9회 총회 결의를 이행하라는 목소리가 총신대 학생들 사이에서 점점 커지고 있다. 신대원생 300여 명이 10월 22일 운영이사장 취임 감사 예배가 끝나는 시간에 시위를 벌였다. 이들의 외침이 온 학교에 쩌렁쩌렁했다. ⓒ마르투스 구권효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백남선 총회장) 99회 총회 결의를 지키지 않는 총신대학교 김영우 재단이사장과 길자연 총장에 대한 학생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신대원생들과 학부생들은 각각 시위를 벌이고 총회 결의 지지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이사장과 총장을 규탄하고 있다. 학교에는 학생들의 대자보가 붙어 있다. (관련 기사: 교단 말 안 듣는 '교단 직영' 신학교 총신대) 총회가 정관을 개정하라고 재단이사회에 지시한 기한인 10월 31일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재단이사장·총장 사퇴하라" 성토장 된 운영이사장 취임 예배

▲ 총신대 양지캠퍼스에는 재단이사회와 총장의 결단을 촉구하는 대자보가 곳곳에 붙어 있다. ⓒ마르투스 구권효

10월 22일 총신대 신대원 백주년기념관에서는, 지난 9월 총신대 운영이사장이 된 김종준 목사의 취임 감사 예배가 열렸다. 신대원생들은 이에 맞춰 피켓 시위를 기획했다. 학교 운영진들이 한 곳에 모이는 때 학생들의 응집된 목소리를 전달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날 문제의 당사자인 김영우 이사장과 길자연 총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길 총장은 예배 순서자로 이름이 올라가 있었는데도 예배에 참석하지 않았다. 운영이사회 임원 몇 명만 참석해 조촐하게 진행됐다.

예배가 끝나기 전, 신대원생 200여 명이 백주년기념관 계단 아래에 둘러섰다. '우리는 총회의 결의를 지지합니다', '총장님! 재단이사장님! 총회 결의를 지켜 주세요', '우리는 존경할 만한 총장님과 재단이사장님을 원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과 각종 팻말을 들었다. 예배가 끝나고 다른 학생들과 운영이사장 등이 나올 때, 이들은 "총회 결의 준수하라", "재단이사장·총장 사퇴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운영이사들이 시위대 사이로 빠져 나가자 신대원생들은 복음성가 '부흥'을 개사해 불렀다. "총신의 황무함을 보소서. 하늘의 하나님, 긍휼을 베푸시는 주여." 노래가 끝난 후에는 소리 높여 기도했다. 학생들이 속속 시위대에 합류해 300여 명이 됐다. 이들의 외침과 기도가 학교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신대원 원우회는 10월 23일부터 학생들을 대상으로 99회 총회 결의를 지지한다는 내용의 서명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했다. 이를 다음 주 중에 예장합동 백남선 총회장에게 전달하고, 총회 결의를 이행해 달라고 촉구할 예정이다.

▲ 운영이사장 취임 감사 예배가 열리는 백주년기념관 앞에 학생들이 모여들었다. 이날, 논란의 당사자인 김영우 재단이사장과 길자연 총장은 나타나지 않았다. ⓒ마르투스 구권효
▲ 신대원생들은 "재단이사장·총장 사퇴하라", "총회 결의 준수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운영이사회 임원들이 빠져 나가자, 찬송을 부르고 통성기도도 했다. ⓒ마르투스 구권효

학부생들, 총회 결의 지지 625명 서명 총회에 전달

총신대 학부 학생들도 계속해서 총회 결의를 준수하라는 메시지를 학교 운영진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총학생회는 지난주 10월 13일부터 17일까지 학교 본관 1층에서 99회 총회 결의 지지 서명운동을 벌였다. 5일간 진행된 서명운동에 신학과 151명, 기독교교육과 94명, 유아교육과 89명, 교회음악과 80명, 사회복지학과 70명, 영어교육과 56명, 역사교육과 55명, 아동학과 30명, 총 625명의 학생들이 서명했다. 총학생회는 10월 23일 예장합동 총회에 이 서명 용지를 전달할 계획이다.

학부생들은 서명을 전달한 후 일단 10월 말일까지 재단이사회의 움직임을 지켜보기로 했다. 만약 재단이사회가 정관을 총회 결의대로 고치지 않는다면, 11월부터 다시 김영우 이사장과 길자연 총장을 규탄하는 행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 학부생들은 지난 일주일간 받은 99회 총회 결의 지지 서명을 10월 23일 예장합동 총회에 전달하기로 했다. 총 625명의 학생들이 서명했다. ⓒ마르투스 구권효

남은 일주일, 정관 안 고치면 '5년간 공직 정지'

예장합동 99회 총회는 총신대 재단이사회에 10월 31일까지 정관을 고치라고 지시했다. 수정된 정관에는 '재단이사의 임기는 4년이고 한 번만 연임할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 만약 재단이사회가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11월 1일 0시부로 재단이사들의 모든 공직을 5년간 박탈하기로 했다. 이들에게 총회 내 공직을 주는 사람들은 총대권을 제한당한다. (관련 기사: [총회21] 총신 길자연 총장, 김영우 이사장 퇴진 임박)

그러나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재단이사회가 순순히 총회 결의대로 정관을 바꾸지는 않을 것 같다. 김영우 이사장은 이미 법원에 '총회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다. 김 이사장은 10월 22일 열린 소송 심리에서, "총회 결의는 잘못됐다. 나는 억울하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총회는 길자연 총장의 정년 문제에 대해 기한을 두지는 않았지만, 길 총장도 자진 사퇴할 의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이사회가 10월 말일까지 정관을 변경하지 않으면, 총회와 총신대는 더욱 혼란스러워질 전망이다. 총신대 학부생뿐 아니라 신대원생들도 11월에는 더욱 강도를 높여 학교 운영진을 성토하기로 했다. 예장합동 총회 임원회도 총신대가 99회 총회 결의를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총회 임원은 <마르투스>와의 통화에서 "재단이사들이 총회 결의를 이행하지 않으면 모든 공직을 정지하라는 공문을 해당 노회로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 총회가 정관을 개정하라고 지시한 기한은 10월 31일까지다. 이날까지 총회 결의대로 정관을 고치지 않으면, 모든 재단이사들은 향후 5년간 공직을 정지당한다. ⓒ마르투스 구권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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