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일, 광화문광장에는 비가 내렸다. 비가 오면 광장을 지키는 김홍술·방인성 목사도 편하지 않은 하루를 보내게 된다. 평소 밖으로 화장실을 가야 하기에 거동이 불편하다. 또 차가운 바람과 차오르는 습기에 단식으로 예민해진 목사들의 몸은 괴롭다.

▲ 비가 오는 광화문은 조용하다. 두 목사는 단식하는 동안 가장 힘든 점 중 하나로 분수 소리를 꼽았다. 자동차 소리와 분수 소리가 합쳐진 소음을 하루 종일 들으면 저녁쯤엔 귀가 멍멍해진다. 비가 오면 분수는 작동하지 않는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방인성 목사는 어제부터 새로운 보조제를 섭취하고 있다. 단식이 길어지면서 몸에 무리가 갈 것을 걱정한 의료진과 가족, 지인들이 강권하여 억지로 먹고 있다. 레몬색의 가루를 물에 타서 마시면 되는데, 여간 곤욕스러운 게 아니다. 먹어 본 사람들은 오렌지향이 나는 숭늉 맛이라고 했지만 방인성 목사에게는 생선 비린내 나는 물을 마시는 것 같다.

방 목사보다 이틀이나 단식을 더 한 김홍술 목사는 오히려 더 건강해 보인다. 방인성 목사와 다르게 산야초·블루베리 효소만 먹고 39일째 단식을 이어 오고 있다. 김 목사는 매일 원정 스님으로부터 기 치료도 받는다. 자신은 방 목사처럼 몸이 그렇게 예민하지 않다며 아주 좋은 상태라고 했다.

▲ 10월 2일 오후 2시,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특별법 야합안 규탄 기자회견'이 있었다. 민주쟁취기독교행동이 주최한 회견이었다. 문대골 목사는 이 자리에서 "박근혜 정부는 민중을 억압하는 악한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비가 계속 쏟아졌지만, 기독교인들의 방문은 계속됐다. 오후 2시에 민주쟁취기독교행동 주관으로 '세월호 특별법 야합안 규탄 기자회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야합안을 파기하고 유가족들이 원하는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같은 시각 광장 건너편에서는 또 두요한 선교사 일행이 나타났다. 그들은 찬송가를 부르며 '세월호 특별법 반대' 시위를 벌였다. (관련 기사: 세월호 특별법 반대하는 또 다른 요한) 김영철 목사(생명평화마당)는 기자회견장을 찾은 사람들에게 "같은 예수를 믿지만 한국교회 교인 중 많은 사람들이 저 사람들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물질주의·성장주의를 섬기던 한국교회도 세월호와 같이 침몰했습니다. 개신교는 원래 종교개혁의 선두였지만 이제는 우리가 개혁의 대상이 되었습니다"고 했다.

기자회견이 한창일 때 한 남성이 다가와 알 수 없는 말을 외쳤다. 그는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이라고 쓴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결국 그는 경찰의 제지로 자리를 떠야 했다. 광장 건너편엔 두요한 선교사 일행이 또 나타났다. 그들은 평소처럼 찬송가를 부르며 마귀에게 점령당한 광화문광장을 구해 달라고 기도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방인성·김홍술 목사를 찾았다. 걱정되어 왔다고 했다. 두 목사는 기자회견을 끝내고 쉬고 있었다. 두 목사들과 담소를 나누던 이 교육감은 "2019년이면 3·1운동 100주년이 된다. 그때까지 이 땅에 희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교회가 계속 운동해야 한다. 한국교회가 더 큰 뜻을 세워서 함께 운동해야 한다. 개신교 내에서도 분리되어 따로 운동하는 것은 그만두고 진영을 넘어서는 구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방 목사는 단식 천막에 오래 있어 보니 눈에 확연히 들어오는 문제라고 동의했다.

▲ 이재정 경기도교육감도 단식 천막을 찾았다. 두 목사에게 궁금한 점이 많은 것 같았다. 그는 "기독교가 이제 진영을 넘어서서 함께 행동해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늦은 오후가 되자 두 목사의 체력은 급격히 떨어졌다. 김홍술·방인성 목사는 앉아 있는 것이 힘들다고 느껴지면 작은 텐트 안에 들어가 종종 휴식을 취한다. 기자 회견에 참석하고 많은 손님을 맞아서 그런지 평소보다 텐트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비로 인해 기운이 뚝 떨어진 오늘 밤도 잘 버틸 것이라며 웃어 보였다. 방인성 목사는 오늘로 37일째 단식 중이고, 김홍술 목사는 내일이면 유가족과 약속한 40일을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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