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식 농성 중인 김홍술·방인성 목사가 시민들 앞에 섰다. 9월 27일 오후 5시 서울광장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국민대회'가 열렸다. 서울광장에는 1만여 명의 시민이 운집했다. 가족대책위는 김홍술·방인성 목사에게 발언을 부탁했다. 두 목사는 말할 힘도 없지만, 대책위의 요구를 흔쾌히 승낙했다. ⓒ뉴스앤조이 장성현

9월 27일과 28일, 광화문 단식장에 고 김유민 양의 아버지 김영오 씨가 찾아왔다. 35일·33일째(9월 28일 기준) 단식 중인 김홍술·방인성 목사를 만나기 위해서다. 그는 두 목사의 기도와 단식이 유가족들에게 큰 힘이 된다며 고맙다고 말했다. 46일간 단식한 바 있는 김영오 씨는 건강관리에 대한 조언도 했다. 단식 30일이 지나면 조금의 충격에도 혼절할 수 있으니, 소금과 효소를 충분히 섭취해 건강관리에 특별히 신경 써 줄 것을 부탁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한 달 열흘째 노숙 농성 중이다. 최근에는 대학교를 순회하며 학생들과 간담회를 열고 있다. 시민들은 유가족이 자리를 비운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서명도 받고 동조 단식도 하고 있다. 현재 김홍술·방인성 목사는 최장기간 단식자다. 많은 기독교인들이 이들을 찾아온다. 두 목사는 방문자들에게 반가운 듯 악수를 청하지만, 건넨 손에는 힘이 없다.

▲ 종교인 단식장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고 김유민 양의 아버지 김영오 씨였다. 김영오 씨는 고맙다는 말을 먼저 꺼냈다. 그는 두 목사의 건강 상태를 염려했다. 검진은 제때 받고 있는지, 소금과 물은 충분히 섭취하고 있는지 물었다. ⓒ뉴스앤조이 장성현

'예수' 이름 쓰고 '십자가' 들고, "세월호 가족들은 지옥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광경도 연일 펼쳐진다. 광화문 단식장을 마주보는 건너편에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는 두요한 선교사 일행이 진치고 있다. (관련 기사: 세월호 특별법 반대하는 또 다른 요한) 그들은 "세월호 특별법 웬 말이냐, 전 국민이 특별법 반대한다, 종북 세력들 북한으로 가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펼쳐 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의 구호는 점점 격해진다. 대형 확성기를 통해 "대한민국을 초상집으로 만든 세월호 가족들은 지옥으로 떨어질지어다. 죽은 사람은 돌아오지 않는다" 등 유가족들과 시민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발언을 내뱉는다. 때때로 "마귀들과 싸울지라 죄악 벗은 형제여…영광 영광 할렐루야~"와 같은 찬송을 부르기도 한다. 양손에는 붉은 십자가와 태극기를 쥐었다.

▲ 평온하던 광화문광장은 예기치 않은 손님들로 인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붉은 십자가와 대형 태극기를 양손에 쥔 두요한 선교사 일행이 광화문광장 맞은편 인도에 모습을 나타냈다. 그들은 "세월호 특별법 웬 말이냐, 종북 세력들 북한으로 가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펼쳐 들었다. ⓒ뉴스앤조이 장성현

청계광장 쪽에는 한 여성이 '오직 예수'라고 쓰인 종이를 옆에 놓은 채 세월호 특별법 반대 서명을 받고 있었다. 그는 '세월호 특별법의 문제'라고 적힌 팻말에, 유가족들이 세월호 특별법을 통해 △사망자 의사자 요구 △국가 추모일 제정 △공무원 시험 가산점 부여 △피해자 학생 대입 특례 △유가족 정신 치료 평생 지원 △유가족 생활 안정 평생 지원 △전기 전화 등 공공요금 감면 등을 요구한다고 적어 놨다.

지나가던 한 남성이 왜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남을 비방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그 여성은 단호한 표정으로 "이것이 사실입니다. 당신은 유가족에게 속고 있는 겁니다"라고 맞받아치며 옥신각신했다. 이 상황을 10여 분간 바라보던 한 여성은 "세월호 특별법 내용과 다르잖아요. 종교인이라면서 어떻게 거짓말을 이렇게 당당하게 할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 세월호 특별법 반대 서명을 받는 여성도 있었다. 그는 유가족들이 세월호 특별법을 통해 △사망자 의사자 요구 △국가 추모일 제정 △공무원 시험 가산점 부여 △피해자 학생 대입 특례 △유가족 정신 치료 평생 지원 △유가족 생활 안정 평생 지원 △전기 전화 등 공공요금 감면 등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장성현

예수와 십자가를 걸고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보고, 이들을 규탄하러 나선 기독교인도 있었다. 민규서 씨는 "십계명 #3 너는 내 주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이 사용하지 말라. 가짜로 종교 팔지 마요"라고 적힌 노란색 팻말을 들고 그들이 철수할 때까지 단식장 쪽에서 서 있었다. 그는 지나가다 예수의 이름을 팔아 장사하는 사람을 보고 화가 나 즉흥적으로 피켓을 만들었다고 했다. 종교의 이름을 팔아 남의 아픔을 매도하는 것은 종교인이기 전에 인간으로서는 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 민규서 씨는 "십계명 #3 너는 내 주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이 사용하지 말라. 가짜로 종교 팔지 마요"라고 적힌 노란색 팻말을 들고 두요한 선교사 일행이 철수할 때까지 대치했다. 민규서 씨는 원래 유가족 간담회에 참석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두요한 선교사 일행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고 순간적으로 화가 나, 간담회도 불참하고 반박 시위를 벌였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장성현

단식 중인 두 목사의 외침, "우리는 의로운 자들의 부활 믿는다"

이제 그만 세월호를 잊으라는 사람들의 말처럼, '죽은 사람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은 죽은 자가 다시 산 것을 믿는 사람이 아닌가. 단식 중인 김홍술·방인성 목사는 무고하게 숨진 사람들의 부활을 확신했다. 두 목사는 9월 27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국민대회'에 발언자로 나섰다.

두 목사는 지팡이에 기댄 채 힘겹게 단 위로 올랐다. 1만여 명의 시민이 두 목사에게 귀를 기울였다. 김홍술 목사는 묵묵히 시민들을 응시했다. 마이크를 잡은 방인성 목사가 맑고 힘찬 목소리로 외쳤다.

"저희는 기독교 목사로서 부활을 믿는 사람입니다. 의로운 죽음, 무고한 죽음이 새 생명으로 부활한다는 것을 믿는 사람들입니다. 저희는 단식장에서 기도하고 있습니다. 희생된 304명의 죽음이 이 땅에 다시 부활의 생명으로 살아나서, 생명이 존중받는 안전한 사회가 이루어질 거라는 믿음을 갖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34일, 32일 단식하는 동안에 21세기 한국 사회가 어떠한가를 똑똑히 보았습니다. 저희는 야만적이고 비극적인 사회, 약자들이 억압받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어찌 성직자로서 목숨을 내놓고 헌신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제 국민들이 일어나야 합니다. 청년들이 일어나야 합니다. 이 사회를 바꾸어야 합니다. 진실 규명은 정의를 세우는 일입니다. 정의를 세우는 것은 정직함을 뜻하는 것입니다. 정직은 진정한 힘입니다. 대통령과 청와대여, 정직하십시오. 새누리당이여, 정직하십시오. 정직이 힘입니다. 정직이 신용입니다. 정직이 축복입니다. 정직이 경제를 살리는 길입니다. 세월호 진실 규명 없이는 경제가 살아나지 않습니다. 속지 마십시오." 

▲ 광화문을 찾는 기독교인의 발길은 온종일 계속됐다. 그중에는 대구에서 올라온 박기백 목사 부부도 있었다. 박 목사 부부는 두 목사 앞에 나란히 앉아 그저 "감사하다. 참 장하시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단식 중인 목사들이 힘이 들까 긴 얘기는 삼갔다. 박 목사는 예전부터 광화문광장에 들르고 싶었지만, 아내의 지병으로 지금에서야 오게 됐다고 말했다. 자신들처럼 마음이 있어도 여건과 사정으로 광화문을 찾지 못한 이들이 많을 거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장성현
▲ 최근 유가족들은 각 대학교를 순회하며 학생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캠퍼스는 아니었지만, 주말에도 유가족들은 광화문광장 주변에 자리를 잡고 학생들과 대화를 나눴다. ⓒ뉴스앤조이 장성현
▲ 9월 26일부터 릴레이 단식 중인 하.나.의.교회 교인들을 비롯한 10여 명의 기독인들은 저녁 늦게까지 종교인 단식장을 지켰다. 말동무가 많아서일까. 김홍술·방인성 목사의 표정은 한결 밝아 보였다. ⓒ뉴스앤조이 장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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