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교계에 동성 결혼을 둘러싸고 사건이 거듭 터지고 있다.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는 주가 늘어남에 따라 거의 모든 교단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논쟁과 논의를 활발히 하고 있다.

▲ 미국에서 가장 보수적인 남침례교단(SBC) 캘리포니아노회가, 뉴하트커뮤니티교회의 대니 코르테즈(Danny Cortez) 목사가 동성애자와 동성 커플을 교회의 일원으로 인정하겠다고 발표하고 이를 교인들이 거부하지 않았다는 것을 문제 삼고 교단에서 교회를 제명했다. 사진은 대니 코르테즈 목사. (유튜브 갈무리)

미국장로교단(PCUSA)은 교단 헌법에 명시된 결혼의 정의를 '두 사람 사이의 결합'이라고 바꾸는 것을 놓고 지역 노회별로 찬반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관련 기사: 동성애 축제, 미국 교단은 지지, 한인 교회는 걱정) 연합감리교단(UMC)도 사정은 비슷하다. 교단 소속 목사가 동성애자 아들의 결혼을 주례했다가 교단으로부터 제명을 당했지만, 다시 복권된 일도 있다. (관련 기사: 미국 연합감리교단, 동성 결혼 놓고 분열) 아직까지도 교단 내에는 그를 다시 제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서 가장 보수적인 남침례교단(SBC) 캘리포니아노회가 동성애자들을 받아들인 것을 문제 삼아 교회를 제명했다고 미국 <릴리전뉴스서비스>가 보도했다. 남침례교 캘리포니아노회 임원회는 9월 11일 캘리포니아 라미라다에 있는 뉴하트커뮤니티교회(New Heart Community Church·뉴하트교회)를 제명하기로 결정했다. 대니 코르테즈(Danny Cortez) 담임목사가 동성애자와 동성 커플을 교회의 일원으로 인정하겠다고 발표하고 이를 교인들이 거부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 모든 일의 시작은 올해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코르테즈 목사는 지난 2월 9일 주일예배에서 자신은 동성애를 더 이상 죄로 여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보수적인 지역에서 사역하는 15년 동안 매일 자신을 찾아와 동성애자로서 사는 고통을 털어놓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고 했다. 그는 기독교 블로거 존 쇼어(John Shore)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와 그에 따른 심경을 전했다.

▲ 대니 코르테즈(Danny Cortez) 동성애에 대한 심경 변화 고백 / 유튜브 제공 (휴대폰으로 영상 보기)

"15년 동안 사역하면서 내가 담당하던 교회 내에서도 나에게 커밍아웃을 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한 동성애자 친구가 그동안 얼마나 자신들이 소외되어 왔는지를 이야기했습니다. 그제야 저는 교회가 동성애자들을 얼마나 부당하게 대해 왔는지를 보게 되었습니다. 2013년 8월 어느 화창한 날, 저는 더 이상 제가 동성애를 향한 전통적인 가르침을 따를 수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아들과의 에피소드로 편지를 이어 갔다.

"동성애에 대한 생각의 변화를 어떻게 교회에 얘기해야 할지 고민하던 시기였습니다. 아들과 둘이 차를 타고 가던 길에 노래 한 곡이 흘러나오더군요. 저는 단순히 그 노래가 좋다고 얘기했는데 아들은 약간 놀란 얼굴로 절 쳐다봤어요. '아빠, 이 노래가 무슨 노래인지 알고 좋아한다는 거예요? 이 노래는 동성애자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하는 노래라고요.' 저는 물론 다 알고 있고, 그래서 더 좋아하는 것이라고 대답했죠.

아들의 얼굴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아들은 저를 바라보고 잔뜩 주눅 든 얼굴로 이렇게 말했죠. '아빠, 사실 난 게이에요.' 내 심장은 요동치기 시작했습니다. 아들을 끌어안고 눈물범벅의, 그 어느 때보다도 긴 포옹을 나눴습니다. 그리고 내가 그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해 주었습니다. 그의 모습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라고도 얘기했습니다."

코르테즈는 자신이 15년이라는 오랜 시간의 고민 끝에 결국 동성애를 받아들이기로 한 결정이 바로 그 순간을 위한 하나님의 계획이었다고 고백했다. 결국 코르테즈와 그의 아들 드류는 커다란 결정을 내렸다. 드류는 2월 7일 자신의 커밍아웃 스토리를 유튜브에 올렸다. 이틀 뒤인 2월 9일, 코르테즈 목사는 그가 목회하던 뉴하트교회에서 동성애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발표했다. 교회는 찬성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으로 나뉘었다. 이후 교회는 양쪽 진영 모두를 대변할 사람들을 초청해 수차례 강연을 듣고 토론회를 진행했다.

▲ 드류 코르테즈(Drew Cortez) 커밍아웃 영상 / 유튜브 제공(휴대폰에서 영상 보기

교회 내에서 3개월 동안의 길고 격렬한 토론이 이어진 끝에, 5월 18일 뉴하트교회 교인들은 투표를 통해 코르테즈 목사를 유임하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을 발표하면서 교회는 앞으로 동성애자 공동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며 그들을 향한 새로운 사역을 전개하는 '제3의 길'을 걸어가는 교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동의하지 못하는 다른 교인들은 자연스럽게 교회 분립을 준비했다. 2주 뒤인 6월 8일, 뉴하트교회는 평화롭게 두 개의 교회로 나눠졌다.

두 개의 교회로 분립되었지만 뉴하트교회는 여전히 코르테즈가 담임목사이고, 남침례교 소속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캘리포니아노회는 교회와 코르테즈 목사를 제명한 것이다. <릴리전뉴스서비스>는 노회 역사 75년 동안 처음 있는 일이라고 전했다. 회의에 참가한 35명의 임원은 뉴하트교회를 제명하는 것에 만장일치로 찬성했다. 그들은 "기독교인은 간음·동성애·포르노그래피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성적 부도덕에 반대해야 한다"는 '침례교 신앙과 메시지'가 결정의 이유라고 밝혔다.

교회는 노회의 결정이 내려진 다음 날인 9월 12일 짧은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에서 교회는 노회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노회가 어려운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했다. 자신들은 일치에 대한 예수님의 가르침을 진지하게 고려한 결과로 동성애자들을 받아들였다고 했다. 교회는 남침례교에 남길 희망했지만, 그와 동시에 예수님 안에서 (동성애자) 형제자매들과도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들의 결정을 번복하지 않을 것임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기독교 평론가인 조너선 메릿(Jonathan Merritt)은 이 같은 남침례교의 결정이 LGBT 공동체를 받아들일지 생각 중에 있는 교회들을 향한 일종의 경고라고 했다. 메릿은 캘리포니아처럼 진보적인 주에서도 이런 결정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보수적인 다른 주의 노회들은 더 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인 대부분과 심지어 복음주의자 일부도 동성애에 대한 진보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관련 기사: 동성혼 지지 복음주의 단체에 브라이언 맥클라렌도 참여), 남침례교는 동성애와 동성 결혼에 반대해 온 전통 가치를 옹호하는 데 더 힘쓸 것으로 보인다고 그는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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