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교계는 동성 결혼을 허용하는 주가 늘어남에 따라 이에 대한 찬반 논쟁을 거듭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9월 9일 공식적으로 동성 결혼의 합법화를 지지하는 '평등한결혼을위한복음주의자들(Evangelicals for Marriage Equality·EME)'이라는 기독교 단체가 새롭게 활동을 시작했다고 미국 <릴리전뉴스서비스>가 보도했다.

'평등한결혼을위한복음주의자들(Evangelicals for Marriage Equality·EME)'의 홈페이지. 미국에서 동성 결혼을 허용하는 주가 점점 늘어감에 따라, 동성 결혼을 지지하는 기독교인들이 모인 단체도 등장했다. EME는 동성애자도 이성애자와 동등하게 합법적으로 결혼할 권리를 누려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앞으로 공개 토론회에 참석하는 등 공식적인 활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EME 홈페이지 갈무리)

EME는 동성애자들이 만든 단체가 아니다. 조슈아 딕슨(Joshua Dickson)과 마이클 솔츠먼(Michael Saltsman)이 공동 창립자이다. 이들은 이성애자이며 전통적인 교회에서 성장한 복음주의자들이다. EME에는 이 두 명의 설립자가 포함된 9명의 고문단이 있다. USAID(미국국제개발처)의 신앙 자문이었던 크리스 라톤드레스(Chris LaTondress), 복음주의협회 전 부회장 리처드 씨직(Richard Cizik)등이 포함되어 있다.

브라이언 맥클라렌(Brian McLaren)은 <새로운 그리스도인이 온다>(IVP), <예수에게서 답을 찾다>(포이에마) 등으로 잘 알려진 작가이며 이머징 교회 운동의 대표 주자이기도 하다. 평소 동성 결혼에 대해 지지 의사를 밝혀온 맥클라렌은 EME의 고문단(Advisory Board)에 이름을 올렸다. (브라이언 맥클라렌 홈페이지 갈무리)

고문단 중에는 브라이언 맥클라렌(Brian Maclaren)도 이름을 올렸다. 맥클라렌은 이머징 처치 운동을 대표하는 인물로 2005년 <타임>지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복음주의자 25인'에 들기도 했다. 그는 <기독교를 생각한다>(청림출판), <예수님의 숨겨진 메시지>(생명의말씀사), <예수에게서 답을 찾다>(포이에마) 등으로 국내에서도 유명한 작가이자 목사다. 맥클라렌의 아들은 동성애자인데, 2012년 그는 아들의 동성 결혼을 주례하기도 했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맥클라렌은 그간 여러 차례 동성 결혼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이처럼 미국 교계에서 동성 결혼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목사는 증가하고, 동성애자 인권을 소수자의 측면에서 접근하는 기독교 단체도 많다. EME가 기존의 단체들과 다른 점은 동성 결혼 이슈만을 다루는 단체라는 점이다. 이 단체는 복음주의권 교회·대학교·기관과 공개 토론을 통해 동성 결혼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없애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우선 EME는 가을에 열릴 다수의 동성 결혼 관련 공개 토론에 참여할 계획이다. 10월 테네시 주 내슈빌에서 열릴 남침례회 윤리와종교자유위원회가 주최하는 '복음, 동성애, 그리고 결혼의 미래'라는 콘퍼런스에 참가한다.

EME가 출범을 결성한 이유로는 동성 결혼을 지지하는 젊은 복음주의자들이 공개적으로 이 대화에 참여하게 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과거와 다르게 젊은 복음주의자 사이에서 동성 결혼 지지 비율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18세에서 33세 사이의 복음주의자들 중 동성 결혼을 지지하는 비율은 43%나 된다. (관련 기사: 동성 결혼 지지 복음주의자 10년 동안 2배 증가) 단체는 공개 토론회에 이들을 참여하게 함으로써, 동성 결혼을 지지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눈이 무서워 나서지 못한 사람들을 수면 위로 끌어 올리려 하고 있다.

이 단체의 대변인인 브랜든 로버트슨(Brandon Robertson)은 9월 9일 미국 <타임>지에 EME의 시작을 알리며 "우리 단체는 성스러운 결혼에 대한 신학적인 견해를 내놓으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복음주의자가 동성애자들의 합법적인 결혼을 지지하면서도 믿음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성경을 더 깊게 연구하고 LGBT들과 친구가 될수록 이웃을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명백한 가르침과, 내가 속한 복음주의 공동체가 게이·레즈비언 친구들의 결혼에 반대하는 것을 놓고 끊임없이 고민해야 했다"고 했다. 예수님은 사랑과 정의, 복음의 선포를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는 방법을 가르쳐 주셨지만 교회는 동성 결혼을 계속 반대하고 있다고 했다.

EME를 못마땅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다. 생명과 전통적인 의미의 결혼을 중시하며 종교의 자유를 옹호하는 기구인 '맨해튼 선언'의 에릭 테츨 상임 이사는 미국 <릴리전뉴스서비스>에 정치적으로 진보적인 기독교인들이 자신들을 표현하는 단어로 '복음주의자'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것이 모순이라고 했다. 테츨은 진보적 기독교인들이 다른 정책에는 성경의 내용이 적용되는지 관심도 없으면서 왜 동성 결혼에 대해서는 적극적인지 좀 혼란스럽다고 했다.

이런 교계의 반대 의견이 반영이나 된 듯 EME는 시작과 동시에 새로운 문제에 직면했다. 단체가 출범한 직후 <크리스채너티투데이>, <월드>, <렐러번트> 등 복음주의 잡지사에 광고 게재를 요청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그들의 바람대로 앞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ME는 단체가 출범함과 동시에 <크리스채너티투데이>, <렐러번트> 등에 광고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크리스채너티투데이>는 이 광고가 자신들이 지향하는 바와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거절했다고 밝혔다. (EME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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