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2013년 <복음과상황>에 연재했던 이인엽 박사의 글이 여전히 유효하여 <뉴스앤조이>에도 게재하고 나눕니다. 총 다섯 편의 글을 하나씩 올립니다. '이스라엘은 왜 인종주의 군사 국가가 되었나 2'에서 이어집니다. -편집자 주

앞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의 역사, 홀로코스트와 이스라엘 건국 과정으로 알아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의 배경을 살펴보았다. 이 글에서는 현재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정책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인 미국과 이스라엘의 특수 관계를 살펴보려 한다.

▲ 백악관 집무질에서 대화 중인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왼쪽)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사진 제공 위키미디어커먼스)

미국의 일방적 이스라엘 지원

보수 기독인들은 흔히, 막강한 아랍 국가들에 둘러싸인 약소국 이스라엘은 용기와 단결력을 발휘해 여러 차례 발생한 중동전쟁에서 승리해 왔고, 이는 하나님의 섭리와 기적으로 가능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미국이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지원한 사례를 살펴보면, 이런 주장은 만들어진 신화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2차 대전 이후 미국이 1400억 달러를 지원한 이스라엘은 1976년 이후 언제나 미국 해외 원조의 최대 수혜자이기도 했다. 이미 산업화된 선진국인 이스라엘이 미국의 전 세계 해외 원조 중 5분의 1을 할당받아 온 것이다(이는 이스라엘 국민 모두가 매년 500달러 이상 받아 온 셈이다). 수혜국 중 유일하게 원조액을 사용한 내역을 보고할 의무가 없는 이스라엘은 원조받은 돈을 팔레스타인에 불법 정착촌을 건설하는 용도로 써도 무방했다.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과도 공유하지 않는 정보까지 이스라엘과는 공유하고, 다른 동맹국에는 쉽게 판매하지 않는 무기도 이스라엘에는 제공한다. 1960년대에 이스라엘의 비밀 핵무기 개발도 미국은 눈감아 준 바 있다. 2003년 대량 살상 무기를 개발한다는 잘못된 정보만으로 이라크를 침공하고, 핵 개발에 대한 의혹만으로 현재 이란 공격을 운운하는 미국 보수파 입장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적성 국가의 핵 개발에는 전쟁을 벌이거나 제재를 가하면서, 이스라엘의 핵 개발은 자위적 성격이라며 감싸는 미국의 이중적 태도는 널리 알려진 바다.

미국은 외교적으로도 이스라엘의 충실한 보호자로 활동해 왔다. 1982년 이래, 미국은 유엔 안보리에서 이스라엘에 비판적인 결의안 통과를 막으려 33차례나 거부권을 행사했다. 다른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 거부권을 행사한 총 횟수보다도 많다. 아랍 국가들이 국제원자력기구에서 이스라엘의 핵무기 개발을 다루려 했을 때도 미국은 이를 철저히 막아 주었으며, 유엔 총회에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내 불법 정착촌 건설 중단을 요구하는 결의안 통과 때에도 이스라엘과 미국만이 반대표를 던졌다(찬성 115표, 반대 2표). 팔레스타인의 유엔 회원국 가입을 통해 독립국 지위를 확보하려는 현재 시도도 미국이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행사하기에 불가능한 것이다.

주류 국제정치 학자들의 친이스라엘 정책 비판

미국에서 이스라엘 문제는 누구도 함부로 비판할 수 없는 일종의 금기라 할 수 있다. 미국 내에서 막강한 유대인 영향력과 지배적인 친이스라엘 분위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잘못하면 '음모론자'나, '반유대주의 인종주의자'라는 혐의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명한 국제정치학자인 시카고대학의 존 미어샤이머와 하버드대학의 스티븐 월트가 2006년 논문 <이스라엘 로비와 미국 외교정책>을 발표하고, 이듬해 동일한 이름으로 책을 출판했다(한국에는 <이스라엘 로비>로 2010년 번역 출간되었다). 미국 내 유대계 정치 로비의 결과로 미국이 일방적인 친이스라엘 정책을 펴는 것이라 주장한 이들은 미국의 친이스라엘 정책을 정면 비판했다. 미국의 친이스라엘 정책은 결과적으로 국익을 해치고, 중동 평화와 이스라엘 안보에도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책에 따르면, 저자들은 친이스라엘 정책이 미국 국익에 부합할 뿐더러 윤리적으로도 정당하다는 기존 관념을 반박한다. 먼저, 국익 면에서 이스라엘은 실제로는 미국의 짐이 된다고 말한다. 이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테러 조직과 불량 국가에게 공동 위협을 받고 있기에 협력해야 하며 중동에서 친미 국가인 이스라엘이 필요하다는 기존 주장과 상반된다. 이스라엘에 대한 테러 공격은 미국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것이 아닐뿐더러, 무엇보다 팔레스타인의 테러는 상당 부분 이스라엘의 식민지화의 반작용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두 나라가 테러 위협을 공유하기보다는, 두 나라의 특수 관계로 대미 테러가 발생하는 것이며, 미국의 친이스라엘 정책과 팔레스타인 주민의 고통스러운 삶이 이슬람 극단주의의 원천이라는 것이다. 또한 과거 후세인이 통치한 이라크, 현재 이란과 시리아 등이 미국에 가하는 위협은 미미한 수준인데도, 이스라엘 관점에서 과장돼 미국이 불필요한 전쟁에 끌려 들어가는 점도 지적한다. 마지막으로는 이스라엘의 비밀 핵무기로 핵 위협이 증대돼 이란과 중동에서 핵무기 확산 가능성이 높아졌다고도 꼬집는다.

두 번째로, 아랍 국가들의 위협을 받는 이스라엘은 약소국이며 중동에서 거의 유일한 민주국가이기에 보호와 지지를 받아야 하고, 홀로코스트를 생각해서도 특별 대우를 해야 하며, 이스라엘의 행동은 아랍 국가들이나 팔레스타인보다 윤리적이기에 그 편에 서야 한다는 기존의 주장들도 설득력이 없음을 지적한다. 이스라엘은 핵무기와 재래식 무기를 포함해 중동에서 사실상 최강의 군사력을 지녔으며, 이스라엘의 인종차별이나 유대교 근본주의 등은 미국식 민주주의와 상충되는 면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이 국익 차원에서 민주국가를 전복시키고 독재를 지원한 경우가 빈번했음도 언급하며, 이스라엘의 생존은 보장해야 하지만 이스라엘의 식민화 정책이 팔레스타인 아랍인들에 고통을 주는 것을 합리화할 수 없다고 말한다. 특히 이스라엘 군에 희생당한 민간인 수가 엄청나다는 점과 시오니스트들이 과거에 테러 전술을 자주 사용했던 점을 볼 때, 이스라엘이 적대 세력들보다 윤리적이라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 내 유대계 정치 로비

결국 저자들은 미국이 친이스라엘 정책을 펴는 이유를 유대계 정치 로비로 설명한다. 유대인 인구는 미국에서 3% 정도에 불과하지만, 금융, 석유, 식량, 정계, 연예계, 학계와 주요 산업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미국의 양 정당에 엄청난 기부도 한다. 이들은 연방 하원 선거구에 맞춰 결성돼 철저한 로비 교육을 받고 이스라엘 관련 입장을 모니터링해 압력을 행사한다. 1990년 이래 이스라엘 로비 단체들이 의회 후보자들에게 전달한 공식 자금만 9700만 달러에 이르며,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후원금 60%가 유대계에서 오며, 오바마 취임 이후에는 이스라엘 로비스트들이 정치권에 제공한 자금만 860만 달러에 달한다(2011년 통계).

특히 '미국-이스라엘공공문제위원회(AIPAC)'는 유대계 정치 로비를 대표하는 단체다. AIPAC은 1, 2위를 다투는 워싱턴의 로비 단체로 공인되어 있다. AIPAC은 첫째, 미국 의회와 행정부가 이스라엘을 지지하게 만들고, 둘째, 공적인 토론에서 이스라엘이 비판받지 않고 긍정적으로 묘사되는 전략을 구사한다. 전 하원의장이자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뉴트 깅그리치는 AIPAC을 지구상에서 가장 효율적인 이익 단체로 표현했으며, 전 민주당 상원의원 어니스트 홀링스도 "AIPAC이 이곳(미 의회)에서 건네주는 것 외에 다른 이스라엘 정책은 없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스라엘 전 총리 아리엘 샤론도 "사람들이 나에게 이스라엘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느냐고 물으면, 나는 'AIPAC을 도우라' 하고 말한다"고 할 정도로 AIPAC이 이스라엘의 이익을 확고히 반영한다. AIPAC가 막강한 자금력과 영향력을 발휘해 친이스라엘 의원들에게 후원금을 전달하면서 이스라엘에 비판적인 의원들에게는 항의 전화를 비롯해 후원금 중지와 상대 후보자 지원으로 불이익을 주자 미국 의회와 행정부에서 이스라엘 비판은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미국 정치인이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것은 자살 행위나 마찬가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미국 주류 미디어와 두뇌 집단에도 친이스라엘 기조가 지배적이다. CNN에서 이스라엘에 비판적인 보도가 나간 뒤 한 간부가 하루에 6000통의 항의 이메일을 받은 경우, 공영 라디오방송인 NPR이 2003년 이스라엘에 비판적인 보도를 했다가 100만 달러 이상의 후원금을 잃은 경우가 있다는 정보도 있다. 주요 두뇌 집단은 25년간 이스라엘에 비판적인 인사들을 채용한 적이 드물 정도로, 친이스라엘 세력이 조직을 장악해 왔다. 학계에서는 이스라엘에 비판적인 학자들을 위협하고 압력을 넣는다는 사실이 보고될 정도이고, 미국 내에서 팔레스타인 역사 서술이나 언론 보도가 불공정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련 보도의 정확성: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의 사례 연구>라는 논문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팔레스타인 어린이보다 이스라엘 어린이 사망을 보도하는 기사가 통계상 30배 정도 많다.

결국 저자들은 견제 세력 없이 미국 정치와 중동 정책을 좌우하는 유대계 로비 세력이 9‧11 테러나 알카에다와 무관하고 대량 살상 무기도 없는 이라크를 미국이 2003년 침공하는 데 결정적으로 영향력을 끼쳤고, 이스라엘의 식민 지배 정책과 정착촌 확장을 지속하게 해 주었고, 평화 협상이나 갈등 종식을 불가능하게 만든다고 설명한다. 미국은 자신들이 주장하는 인권이나 민주주의와는 상충하는 정책을 스스로 펴기 때문에 더 위선적으로 비쳐지며, 이는 곧 극단주의자와 테러리스트들을 양산하여 이스라엘 안보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스라엘 안보에 위협으로 보이는 이란과 시리아 등의 국가에 대한 미국의 공격을 부추겨 반미 정권을 교체시키도록 하는 AIPAC이 결과적으로 이스라엘 안보 딜레마를 불러옴과 동시에 세계적 핵무기의 확산도 유도한다는 점도 경고한다.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이 금기시되는 것은 물론, 반유대주의로 매도되는 비민주적인 현재 상황에서는, 이스라엘 로비가 중동에서의 미국 국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솔직한 토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궁극적으로는 미국이 이스라엘과 거리를 두면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과 평화 협정을 맺도록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두 학자의 주장은 윤리적인 원칙보다 현실적인 국익을 우선시하는 주류 학자의 관점에서도, 미국이 친이스라엘 정책으로 심각하게 치우쳐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일방적인 친이스라엘 정책이 미국 국익과 일치한다고 굳건히 믿거나, 윤리적으로 정당할 뿐 아니라 심지어 하나님의 뜻이라고 여기는 분은 심각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최근 정치 상황과 이스라엘 정책

2011년 5월 19일 대중동 연설에서 오바마가 이-팔 분쟁 해결과 평화 정착을 위해서는 '합의에 따른 일부 영토 교환을 전제로 한 1967년 이전 경계'가 협상의 출발점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공화당 의원들은 오바마가 동맹국 이스라엘을 배신하고 위험에 빠뜨렸다고 극렬히 비난했다. 1967년 경계에 대한 입장은 조지 부시나 힐러리 클린턴도 언급했고, 유엔과 국제사회도 합의한 사항임에도 공화당 인사들이 오바마를 반이스라엘로 매도한 이유는 반이스라엘로 찍힐 경우 받는 정치적 타격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비난 여론을 의식한 오바마는 같은 달 22일 AIPAC을 방문해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철통 같은 지지는 변함이 없음을 밝히며, 이전 발언을 진화하기에 바빴다.

오바마가 유럽을 방문 중이던 지난 2011년 미국을 방문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5월 24일 미국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오바마 발언을 거듭 비판했는데, 상하원 의원들은 놀랍게도 공화당과 민주당을 막론하고 자기 대통령을 비판하는 네타냐후의 발언이 끝날 때마다 우레와 같은 기립 박수를 31번이나 보냈다. 마치 선 채로 연설을 듣는 듯했던 그들은 네타냐후 지지 집회에 참석한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한다. 이렇듯 미국에서 당을 초월한 이스라엘 지지나, 조지 부시가 그랬듯 충성에 가까운 일방적 이스라엘 지지를 보내지 않으면 이스라엘에 대한 배신자로 비난을 받는 상황은 역시 유대계 로비의 힘을 잘 보여 준다.

2012년 대선 기간 중에 공화당 후보 미트 롬니는 이스라엘과 철저한 동맹 관계를 강조했고, 네타냐후에 동조하며 이란에 대해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오바마가 양국 관계를 악화시켰다고 비난했다. 폭로된 롬니의 비공개 비디오에는 그가 이-팔 갈등 원인을 팔레스타인의 일방적인 잘못으로 주장하고, 팔레스타인 아랍인들은 평화를 원치 않는다고 발언하는 내용이 담겨 물의를 빚기도 했다. 오바마는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은 반대하며, 경제 제재와 외교 협상으로 비핵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자신의 변함없는 이스라엘 지지를 거듭 공언한 바 있다.

2012년 11월, 팔레스타인 민간인 162명이 사망한 가자 사태가 벌어졌을 때 미국 양당 의원들은 물론이고, 오바마도 "이스라엘의 자위적 권리를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물론 가자 지구 작전 확대나 지상군 투입은 반대한 오바마가 다른 정치인들보다 상황 수습을 선호한 것은 사실이나, 결론적으로 미국 정치인 중에 이스라엘 로비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이러한 유대계 로비와 맞물려, 근본주의 보수 기독교의 신학적 입장이 현재 미국의 대이스라엘 정책을 지탱하고 있음을 다음 글에서 알아보겠다. (계속)

이인엽 / 미국 조지아 주 University of Georgia에서 '미국의 대북 외교 정책'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학 시절 기독인연합운동(서울대기독인연합)에 참여했고, 남북한의 화해와 통일, 동북아시아의 평화에 관심을 갖고 글을 쓰며 공부 중이다. godnation@gmail.com, www.facebook.com/inyeop

각주) 이 글은 존 미어샤이머·스트븐 월트의 <이스라엘 로비>(형설라이프)를 참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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