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무상 횡령으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한교연 한영훈 대표회장을 놓고 예장통합 임원회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예장통합 임원회는 지난 6월 30일, 한 대표회장의사퇴를 권고하고 정관 개정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지난 6월 12일, 한국교회연합(한교연) 한영훈 대표회장이 업무상 횡령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것과 관련해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김동엽 총회장) 임원회가 6월 30일 사퇴를 권고했다. 예장통합은 지난 2012년 금권 선거로 파동을 겪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홍재철 대표회장)를 탈퇴하고, 한교연을 만드는 데 앞장섰다.

한영훈 대표회장은 학교 돈으로 변호사를 선임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아 왔다. 한 대표회장이 총장으로 있는 한영신학대학교(한영신대)는 지난 2006년부터 면목제일교회 소유권을 놓고 교회 측과 법적 다툼을 벌였다. 1996년 한 대표회장의 형이 교회 소유권을 학교법인에 증여한 게 발단이 됐다. 한영신대 측은 이 과정에서 2006~2012년까지 총 2억 5500만 원을 변호사 선임비로 사용했다. 1·2심 재판부는 한 대표회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2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고 한교연 대표회장직에 나선 그는 선거운동 기간 동안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한 대표회장과 경합을 벌였던 권태진 후보 측은 선거 관리 규정 조항을 들며 문제를 제기했다. 대표회장은 성직자로서 영성과 도덕성을 객관적으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 대표회장 측은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며 맞섰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정관에 후보자 자격에 관한 규정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 않다면서 문제 삼지 않았다.

잠잠하던 한교연은 대법원 선고 직후부터 시끄러워졌다. 예장통합 임원회는 한 대표회장이 교계의 명예를 실추했다면서 사퇴 권고와 정관 개정 요구를 담은 공문을 한교연 측에 보냈다. 예장통합 최기학 서기는 "기본적으로 목회자는 도덕성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 자칫 교계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한 대표회장의 용퇴를 촉구했다.

예장통합의 사퇴 요구에도 한 대표회장은 중도 하차할 생각이 없다. 7월 1일 열린 임원회에서 한 대표회장은 학교 당국의 행정 착오로 빚어진 결과라고 해명했다. 이번 판결로 한국교회에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자숙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사실상 사퇴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미다. 다만, 예장통합 임원회가 요청한 정관 개정 사안은 법규개정위원회에 넘겨 연구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교연 측은 대법원 판결에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한 내부 관계자는 이와 같은 선례가 없어 잠깐 혼선이 있었지만, 대표회장의 사퇴로 이어질 문제는 아니라고 했다. 예장통합 임원회가 요구한 정관 개정은 조만간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 대표회장의 남은 임기가 6개월 정도라면서 사퇴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한영훈 대표회장은 자숙의 의미로 오는 8월 말까지 공식 행사에 나서지 않을 예정이다.

한기총과 다른 한교연?

지난 1월, 한교연 제3대 대표회장에 취임한 한영훈 대표회장은 이단 해제로 물의를 빚은 한기총과의 차별성을 예고했다. 특히 한기총을 향해 이름만 남은 상태이고, 이단 문제 등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홍재철 대표회장은 한 대표회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출발은 떠들썩했지만, 한교연의 행보는 한기총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한 대표회장은 종교인 납세 금지와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운동 등의 공약을 내걸고 당선됐다. 3·1절 행사와 관련해 보수 단체 섭외 문제를 놓고도 한기총과 신경전을 벌였다. 최근에는 건국절 제정 서명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가 교회에서 한 강연으로 나라가 시끄러울 때 문 씨를 두둔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 대표회장의 이름으로 된 성명에서 "문 씨는 우리 민족이 불행했던 한국 근대사를 극복하고, 하나님의 주권적 역사 섭리 안에서 오늘의 대한민국 발전을 이루었다는 것을 신앙인의 관점에서 밝힌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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