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일동 명성교회 수석장로인 박 아무개 씨가 지난 14일 오후 교회 근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진 뒤 그동안 무성한 소문이 돌았다. 교회 안팎에서는 20년 가까이 교회 재정을 담당해 온 박 장로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두고 '비자금 관련설' 때문이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명성교회는 6월 25일 저녁 긴급 당회를 열고, 어수선한 교회 분위기 수습에 나섰다. -편집자 주

 

▲ 사진은 명성교회 예배 모습. (사진 제공 노컷뉴스)

박 아무개 장로 6월 14일 오후 교회 앞 ㅅ아파트 단지 추락사…경비원이 발견

명성교회 수석장로인 박 아무개 장로가 지난 6월 14일 오후 교회 인근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박 장로의 시신은 순찰을 돌던 아파트 경비원에 의해 아파트 뒤편 잔디밭에서 발견됐다.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OOO동 경비원이 순찰 도중 박 장로가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해 신고했다"고 밝혔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또, "자살한 박 장로는 숨진 아파트 단지에 살지 않는 분이고 나중에 알고 보니 길 건너편 아파트에 사시는 분이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박 장로가 교회 문제와 건강 문제 등으로 신변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시신이 발견된 시간은 오후 4시 15분쯤으로 추정하고 있다.

관내 강동경찰서 관계자는 "자살을 시도하기 전 이 아파트에 사는 장모에게 안부 인사를 전한 점, 박 장로의 양복 주머니에서 유서가 나온 점을 미루어 볼 때 죽음을 준비한 것 같다"고 밝혔다.

박 장로의 시신은 14일 오후 5시경 강동 경희대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지난 17일 모든 장례 일정을 마쳤다.

가족과 담임목사, 재정장로들 앞으로 유서 3장 남겨…"교회 문제 억울 호소"

그런데 박 장로가 갑작스럽게 생을 마감하자 교회 일각에서는 자살 배경을 두고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교회 일부 당회원들은 "박 장로가 교회에서 별도로 적립해 온 자금을 20년 가까이 관리해 왔다"며, 박 장로의 자살이 이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복수의 취재원에 따르면 박 장로는 800억 원 가량의 적립금을 관리해 왔으며, 최근 이 적립금과 관련된 재정 업무를 이관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로는 이 과정에서 일부 장로들에 의해 불투명하게 재정을 관리했다는 오해를 받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장로가 유족과 담임목사, 재정 장로들 앞으로 3장의 유서를 남겼다는 점도 주목을 끌고 있다.

강동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유서에는 교회 문제로 오해받고 있고 결백하다, 죽음으로 대신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말했다.

명성교회가 교인들에게 박 장로의 사망 원인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것 역시 의혹을 사고 있다. 명성교회 측은 교인들에게 박 장로의 죽음이 자살이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는 등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명성교회 A 장로는 "박 장로의 사망 소식을 15일 주일 저녁 예배 때에야 교인들에게 알렸다"며, "정확한 사인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말했다. 명성교회에 출석하는 B 씨 역시 "박 장로님 사망 소식은 주보 내용에도 없었고 광고로만 잠깐 언급하셨다"며, "자살 이야기도 금시초문이다"고 말했다.

명성교회, "일부 장로들 박 장로 오해 인정"…"800억 원, 비자금 아닌 공개 적립금"

명성교회 측은 박 장로의 죽음 이후 이른바 비자금 관리에 대한 의혹이 커지자 6월 25일 저녁 전체 당회를 열고, 당회원들에게 이를 해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당회는 전체 85명의 장로 가운데 60여 명이 참석했다.

명성교회 측은 이날 회의에서 박 장로가 관리한 적립금은 약 800억 원가량이라고 공식 밝혔다. 이 자금은 비자금이 아니라 교회에서 공개적으로 적립한 돈이라며, 각 부서에서 결산할 때 10%씩 적립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회 측은 또, 800억 원의 적립금은 지출할 때마다 당회의 합법적 결의를 거쳤으며, 송파구 문정동 법조타운 부지 매입을 위해 240억 원을 지출하는 등 그동안 안동성소병원과 에티오피아 명성병원 건축, 각종 장학 사업과 선교 사업 등에 정상적으로 사용됐다고 해명했다.

박 장로의 적립금 운영 역시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회 측은 재정장부 공개 요구에는 응하지 않아 별도로 조성된 적립금 800억 원의 정확한 사용처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또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관리된 투명한 예산이라면 수석장로가 왜 극단적인 자살을 선택했을까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송주열 / <크리스천노컷뉴스> 기자
본보 제휴 <크리스천노컷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