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초교회 잔혹사>의 주인공은 담임목사 김건축이 아니라 평범한 부목사 장세기다. 소설은 순진한 장세기 목사가 어떻게 변질돼 가는지 세밀하게 보여 준다. 담임목사에게 끌려가고 길들여지는 부목사. 소설에서만 있는 이야기일까.

옥성호 대표(도서출판 은보)의 소설 <서초교회 잔혹사>는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평을 받았다. 소설에 등장하는 서초교회 김건축 담임목사는 '글로벌 미션'이라는 명제 아래, 영어책 대필과 과도한 부동산 구입을 정당화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하지만 소설의 주인공은 김건축 목사가 아니다. 장세기라는 지극히 평범한 '부목사'다. 소설은 장 목사 1인칭 시점으로 그의 심경 변화에 주목한다. 허세와 과시욕에 물든 김건축 목사를 보면서도 장 목사는 이렇다 할 행동을 하지 못한다. 그저 자신의 월급 통장에 찍히는 숫자를 보며 안도할 뿐이다.

옥성호 대표는 <서초교회 잔혹사>가 부목사를 겨냥한 소설이라고도 했다. 담임목사가 어처구니없는 일을 벌여도 말 한마디 하지 못하는 부목사, 비상식을 상식처럼 느끼도록 길들여지는 부목사, 소설은 김건축 목사의 욕망과 동시에 한 평범한 부목사가 어떻게 변질돼 가는지를 보여 준다.

한국교회에서 부목사는 어떤 존재일까. <서초교회 잔혹사>가 오버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정말 현실에서 일어날 만한 일일까. 담임목사는 명령하고 부목사는 복종해야 하나. 원래 부목사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아니, '담임'목사와 '부'목사가 나뉘어 있는 것 자체가 바람직한 걸까.

<뉴스앤조이>는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부목사에 대한 취재를 시작했다. 사실 부목사들의 사정이 좋지 않다는 건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얘기다. 하지만 실제로 이들의 목소리가 전면에 대두된 경우는 별로 없었다. 어떤 담임목사나 신학자가 말하는 부목사였을 뿐, 부목사가 직접 자신의 처지를 얘기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지인 중에 부목사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 연락해 만났다. 취재하면서 알게 된 사람들도 찾아갔다. 입사한 지 며칠 되지 않은 신입 기자도 자기 교회의 부목사를 만나 인터뷰했다. 페이스북으로 설문 조사도 받았다. 부목사들은 성실하게 응답해 주었다. 아니,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 냈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 같다.

질문은 크게 세 가지였다. △전반적인 근로조건 △담임목사·교인들과의 관계 △경제 사정. 대부분 부목사들은 어려운 환경을 호소했지만, 담임목사와 교인들에게 존경받으며 경제적으로도 부족하지 않게 생활하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부목사에 대한 취재를 하다 보니 역설적으로 담임목사의 존재감을 더욱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한국교회에서 담임목사는 하나님 다음, 어쩌면 하나님과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담임목사의 성격이 다 다른 만큼, 교회도 다 다른 성격을 띠고 있었다. 자세한 얘기는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주제로 연재할 예정이다.

취재를 할수록 교회마다 부목사들에 대한 처우가 각양각색이라 성급하게 어떤 하나의 모습으로 일반화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각각 다른 모습 속에서도 일관되게 흐르는 부목사에 대한 의식은 있었다. 이번 기획 연재를 통해 부목사들이 실제로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가감 없이 보여 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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