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총리로 지명된 온누리교회 시무장로 문창극 씨의 과거 망언이 6월 11일 밝혀졌다. 일제 식민 지배를 민족성을 개조하기 위해 하나님이 주신 시련이라고 2011년 교회 특강에서 말한 것이다. 그는 세간에 보수 논객으로 알려진, 언론계에서도 뼈가 굵은 사람이다. 야권은 편향적인 시각을 가진 총리를 내정했다며 반발했다. 사진은 문 후보가 2012년 CGNTV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언론인으로서의 이력과 신앙에 대해 털어놓을 때의 모습. (CGNTV '하늘빛향기' 영상 갈무리)

차기 국무총리에 내정된 문창극 씨(66)가 일본 식민 지배를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전 <중앙일보> 주필, 전 관훈클럽신영연구기금 이사장,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초빙교수를 역임하는 등 언론계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4대째 기독교 신앙을 이어 오고 있는 기독교인이다. <온누리신문> 편집국장이자 월간지 <빛과소금>의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6월 11일 한국방송(KBS) 9시 뉴스에 따르면, 문 후보는 2011년 자신이 다니던 교회를 비롯해 서울의 여러 교회에 강연을 다니면서 일제 식민 지배와 남북 분단을 하나님의 뜻으로 설명했다. 민족성 개조를 위해 주신 시련이라는 것이다. 2011년은 문창극 후보가 온누리교회(양재)에서 시무장로로 장립받은 해이기도 하다.

"(하나님이) 남북 분단을 만들게 주셨어. 저는 지금 와서 보면 그것도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 당시 우리 체질로 봤을 때 한국한테 온전한 독립을 주셨으면 우리는 공산화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온누리교회 특강 중)

일제 강점과 남북 분단을 민족성이 게으르고, 자립심이 부족해서 하나님이 주신 시련이었다고 문창극 후보는 주장한다. 제주 4·3사건을 공산주의자들의 '폭동'으로 칭하기도 했다. 문창극 후보의 인사 청문회는 이르면 6월 중순께 열린다. (바로 가기 : [단독] 문창극 "일본 지배 하나님의 뜻" 발언 파문 – KBS) 

야권은 6월 10일 청와대가 문 후보를 내정한 것에 반발했다. 청와대가 "소신 있고 강직한 언론인"이라고 문 후보를 설명한 것과 달리, 극우 인사가 발탁되었다고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문 후보는 기자 시절 쓴 '문창극 칼럼'을 통해 보수 논객으로 이름을 떨쳤다. 새정치민주연합 박범계 대변인은 "편향된 시각의 칼럼으로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을 비방하는 데 즐거움을 찾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2011년 12월 한 칼럼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위대한 시대의 인재로 추어올렸다. 그는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에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이사장일 때 이사를 맡기도 했다.

문창극 후보가 신앙인의 면모를 드러내며 출연한, 2012년 3월 1일 CGNTV 강석우·김자옥의 '하늘빛향기'를 보면 문 후보는 스스로를 보수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이 방송에서 그는 "정말로 가난한 사람, 이 사회에서 아픈 사람, 약한 사람에게 넘치는 가슴이 제게 있습니다. 저는 진보도 보수도 아니에요"라고 말했다. 또 "무엇이 이 나라에 진짜 필요한 거며, 어떤 길로 가야 이 나라의 장래가 잘되고, 사람들이 화합하는지"가 자신의 관심인데 그런 자신을 사람들이 보수라 칭한다고 했다.

문창극 후보가 쓴 몇몇 칼럼을 살펴보면 보수 진영 입장에서 주장을 펼치는 게 확인된다. 2010년 12월 27일 자 칼럼 '햇볕정책 실패를 선언하라'에서 그는 햇볕정책으로 북한에 돈, 식량, 비료를 주었지만 북한은 악을 확대해 갔다고 썼다. 물질적 도움을 주기보다 북한 주민들 스스로 악의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나오게 하자며 "평화는 햇볕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힘을 바탕으로 지켜진다. 힘으로 우리 체제를 굳건히 지키면서 자유의 빛을 북한 주민에게 비추어야 한다"고 썼다.

무상 급식도 그는 보수 측의 입장과 같이 반대했다. 2010년 지방선거의 화두였던 무상 급식에 대해 쓴 '공짜 점심은 싫다'(2010.3.16)는 칼럼에서, 그는 "무료 급식은 배급 장면을 연상케 한다"며 아이들이 공짜 점심을 먹기 위해 선 줄과 북한 주민들이 식량 배급을 받기 위해 선 줄이 내용 면에선 다르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CGNTV 방송에는 신앙인 문창극 후보가 남북 관계와 공산주의에 평소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었는지 나온다. 문 후보는 "공산주의와는 대화로 이뤄 낸 게 없다"고 말하며 남북통일도 대화나 협상으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동구권 몰락을 기독교와 연루시켰다. 폴란드는 1979년 교황 바오로 2세의 방문을 통해 무너지기 시작했고, 소련의 몰락은 기독교인인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고르바초프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을 전도한 것과 관련이 있다고 봤다. 남북 관계에 대한 생각도 다르지 않다.

"북한도 마찬가지, 우리가 협상하고 대화한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정해 주신 때가 있습니다. 하나님이 정해 주신 때에, 누구도 예측 못할 때에 하나님의 섭리로써 북한이 무너지리라고 확실히 믿습니다. 무너집니다, 북한은. 협상해서 조금씩 조금씩 이런 게 아니고, 무너지는 거예요. 무너질 때를 대비해 우리 크리스천이 깨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창극 후보의 지인들은 내정 소식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언론인 출신 기독교 원로 김경래 장로(한국기독교선교100주년기념사업회 상임이사)는 "언론인 후배로 사욕을 탐하지 않고 공익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인품을 지녔다"고 했다. 온누리교회 동료 장로인 김영길 전 한동대 총장은 "성품이 어질고 대인관계가 원만하며 겸손하게 교회를 섬기는 성도"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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